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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루미 May 24. 2022

봄이 와 쪼꼬

봄이 와 쪼꼬의 여름 준비

봄이 와 쪼꼬~
봄이는 하얀 털이 멋스러운 스피치, 쪼꼬는 갈색의 시츄다.

딸이 혼자 직장생활을 하면서 키우던 녀석들이 우리 집으로 온 지가 벌써 10년이 넘은 듯하다.  

봄이는 성격이 까다로워 사료를 먹어도 조금씩 입으로 물어서 바닥에 내려놓고 하나씩 천천히 기품 있게 먹는 양반 스타일이라면  쪼꼬는 얼굴을 그릇 속에 파묻고 퍽퍽 먹어치우는 머슴 스타일이다. 

두 녀석들의 성향을 보자면 절대 어울리지 않을 극과 극이다. 

봄이는 의젓하나 성격이 예민하고 깔끔하여 뒷손이 가지 않는 신사 중의 신사이다.

씻겨서 빗질을 해주는 것을 좋아하고 씻겨 놓으면 풍채가 고급스럽고 멋스럽다. 먹을 것 앞에서도 먹으라고 하기 전까지 멀지 감치서 앉아 기다릴 줄 알며 먹으라고 하여도 서둘지 않고 조용조용 다가와서 하나씩 천천히 여유를 가지고 먹는다.

쪼꼬는 입 주변의 털이 항상 축축하게 젖어있고 시도 때도 없이  침을 척척 발라 늘 특유의 냄새를 풍기며 몇 번을 씻겨도 그 향기(?)가 가시질 않는다.

먹을 것 앞에서는 밥그릇에서 얼굴도 떼지 않고 컥컥거리며 먹어 치우고

오지랖이 넓어 무엇을 하든 관여를 하고 싶어 안달을 하며 발끝에서 졸졸 밟힐 듯 설레발을 친다.
항상 에너지가 철철 넘치며 애교가 많아 주변을 웃음바다로 만드는 귀염둥이다.

집안에서 키우던 두 녀석이 마당으로 쫓겨난 이유는 직장생활을 하느라 낮에는 두 녀석만 집에 있게 되는데 평소 대소변을 잘 가리던 녀석들이 가끔씩 바닥에 실수를 하여 마루로 된 바닥재에 문제가 발생하면서부터였다.

처음엔 밖이 싫다고 안으로 들어오려고 기를 쓰고 끙끙거리며 노골적으로 불만을 표하던 녀석들이 차츰 바깥 생활에 익숙해지면서 가끔씩 넓은 마당에 풀어놓으니 신나게  뛰어놀며 아주 좋아한다.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여기는 내 집이라고 큰소리로 주의도 주고 길양이라도 지나갈 세면 두 놈이 합작으로 으름장도 놓는다.


더운 여름이 오기 전 두 녀석을 이발시키는 일은 큰 행사 중의 하나이다.

미용실 운영을 오래 했던 경험도 있고 다 자란 녀석들을 데리고 이동하는 것도 쉽지 않아서 애견삽을 한번 다녀오면 한 번은 집에서 이발을 해준다.

"쪼꼬 ~ 봄~ "
"오늘 머리 예쁘게 하고 목욕도 하자~ "  

말을 알아들은 봄이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의사전달이 되었다고 꼬리를 천천히 좌우로 흔들며 긍정적인 대답을 하는가 하면 쪼꼬는 꼬리를 치며 이리 깡충 저리 깡충 숏다리로 발끝에 휘감기며 침 세례를 한다. 벌러덩 하여 애교를 부리더니 잠시 뒤에는 손 가는 데로 몸을 맡기고 어느 순간은 코를 골기까지 한다.
"크음~"

"귀여워~"

침을 묻히는 게 싫어서 하지 말라고 정색을 하며 앙살을 부려도 눈치가 백 단인 쪼꼬의 축축한 혓바닥이 어느새 얼굴이든 어디든 썩썩 훑고 지나간 뒤이다. 

비릿한 침 내음을 좋아하진 않지만 미워할 수도 없는 쪼꼬만의 철철 넘치는 애정표현이다.

"아휴~ 이 녀석~"

묘하게 닮은듯 한 주야 와 쪼꼬

봄이는 이발을 하면서 털을 조금 짧게 깎은 적이 있었다.

늘 멋진 하얀 털  옷을 입고 있던 아이가 이발을 하고 나니 많이 왜소해 보였고 옷을 입혀줬음에도 집안에 들어가서는  불러도 밖으로 나오지 않으려 하고 밥도 잘 먹지를 않는다.

또 피부가 예민해서인지 자꾸 핥아서 여린 피부에 상처가 날 정도이다. 품위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봄이가 아마 옷을 벗고 알몸이 된듯하여 많이 부끄러워하는 듯하다. 털 속에 가려져 있던 발그레한 피부가 예민하여 바닥에 앉는 것도 조심스레 하며 연신 뒤를 쳐다보며 갓 시집온 새색시처럼 쪼그리고 앉은 모습이 좌불안석이다. 엉덩이가 푹신하도록 새 이불을 깔아주고 몸을 가려주니 조금은 안심이 되는 듯한 표정이다.

"까칠한 녀석~"

까칠함과 깔끔함이 닮은 주니 와 봄이

문득 작년 겨울에 있었던 일이 생각난다. 갑자기 추워진 날씨에 추울세라 장롱 속에 있던 솜이불을 두 녀석에게 희사를 하고 난 잠시 후

"오 마이갓~"

집안에 넣어준 이불이 집 밖으로 나와서 널브러져 있고 옆구리가 터져서 하얀 솜이 여기저기 날리고 난리도 아니다.

결국 한나절도 안돼서 이불 하나를 해부하고 집안에서 꼼짝을 않고 앉아서 미안한 건 아는지 은근 시선을 피하던 봄~
그리고 또 한놈의  공범 쪼꼬는 눈치를 살피더니 자기와는 무관한 듯 시침을 떼며 살짝 곁눈질을 하면서 먼산으로 시선을 가져간다.~

그 모습이 귀여워 피식 웃으니 언제 그랬냐는 듯 꼬리를 치며 금세 무장해제다.
귀여운 깡패들~

그늘 아래 시원하게 샤워를 마친 녀석들의 표정이 정말 웃는듯하다. 

그 맑은 눈을 들여다보고 있노라면 말을 건네는 듯하다.

'방금 손질해준 헤어스타일이 흡족하지는 않지만 시원하다. 그리고 고맙다고'
인기척에 쫑긋 기를 세우더니 졸린 듯 그대로 눈을 감는다.


서로 달라도 너무 다른 포스~
그럼에도 이상하리 만치 찰떡인 두 녀석의 궁합,
한집에  동거하면서 싸우지 않고 서로를 인정해 주고 배려할 줄 아는 봄이 와 쪼꼬~

봄이는 전생에 까칠하지만 아랫사람을 배려할 줄 아는 양반 나리가 아니었을까?

쪼꼬는 그 양반을 잘 보필하는 충실하고 인정 많은 머슴이 아니었을까?


그럼 우리 가족과는 어떤 연이 있었을까?
혹시, 우리 가족과 한집처럼 지내며 상부상조하며 식구 같은 이웃이 아니었을까?

하루 종일 파수꾼처럼 빈집을 지켜주고 가족의 발소리 차 소리까지 알고 반겨주는 

고마운 식구~

봄이 와 쪼꼬~

이번 주말에는 소중한 우리 식구에게 먹일 맛있는 보양식을 위해 뒷마당 가마솥에 불을 지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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