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프랑스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가 있다. 유러피안들의 휴양지, 바캉스, 백사장, 푸른 바다와 뜨거운 태양이 그에 해당된다. 여기에 더해 프랑스의 필살기인 낭만이 가미되면 니스나 깐느, 마르세유와 같은 도시는 유럽의 지상 낙원으로 변모한다. 각종 매체를 통해 접할 수 있는 이런 이미지는 머릿속에 남프랑스에 대한 로망을 심어주곤 한다. 그리고 이 로망은 유럽에서 겨울을 보낼 때 특히 부풀기 십상이다.
뜨거운 태양
유럽의 최북단, 춥고 비 내리는 에든버러에서 비행기를 타고 2시간 30분을 남향하니 다른 대륙인 양 해가 쨍쨍한 마르세유에 도착했다. 패딩을 벗어던지고 티셔츠 차림으로 바꾸지 않으면 안됐다. 지난 한 달 간 아무 짝에도 쓸모없던 선글라스도 꺼내 썼다. (그러지 않으면 눈을 뜰 수가 없었다.) 한겨울의 기온을 영상 15도로 만들어 버리는 마르세유의 태양은 확실히 달랐다.
파란 하늘에 강한 햇빛, 검푸른 바다, 항구에 정박된 수백 개의 하얀 요트가 이국적인 분위기를 자아냈다. 끝내주는 날씨와 분위기로 기분이 좋아진 나머지 타이트한 예산을 잊고 과소비를 하기도 했다. 야외 테라스 자리가 있는 식당으로 자연스레 몸이 끌렸고, 그곳에 앉아 바다를 보고 있자니 기분을 내고자 비싼 요리와 술을 주문하지 않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볼거리 많은 휴양지
프랑스의 캘리포니아인 마르세유는 파리에 이은 제2의 도시인만큼 볼거리도 상당했다. 탁 트인 광장에 위치한 마르세유 대성당, 지중해가 내려다 보이는 절벽에 세워진 파로 궁전, 흰 자갈의 언덕 위 지어진 노트르담 성당, 17세기에 지은 요새, 현대식 건축물의 지중해 문명 박물관, 르 코르뷔지에가 직접 설계한 호텔 르 코르뷔지에 등이 일부다.
볼거리는 많지만 관광객은 비교적 적었다. 관광보단 휴가를 즐기러 온 사람들이 더 많았다. 이들의 활동범위는 테라스가 있는 각종 식당과 카페, 요트 정박장, 쇼핑 거리가 있는 올드포트가 전부인 듯했다. 목적은 오로지 휴식을 즐기는 것이었다. 가벼운 셔츠차림과 하늘하늘한 원피스, 챙이 넓은 모자와 선글라스를 착용하고 해가 지고 난 뒤에도 야외에서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런 그들을 보며 나 또한 여유가 생겨 하루에 두 군데 이상은 가지 않았다.
치명적인 단점
마르세유에 대한 부정적인 평판을 줄곧 들어왔다. 대부분은 치안이 좋지 않다는 점이었다. 하지만 좋은 후기도 있었을뿐더러 치안이 좋지 않은 건 여느 유럽 대도시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에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솔직히 과감히 무시했다. 나는 유럽 여행 경험이 많아서 좋은 기억만 골라서 만들고 올 수 있을 거라고 믿었다.
오만이었다. 올드포트 지역이 아니면 시간대와 상관없이 위협감을 느꼈다. 고함을 치는 사람, 취한 사람, 불안하게 혼잣말을 하는 사람이 거리에 많았다. 어딘가 불편한 사람들일 수 있지만 남들로 하여금 위협감을 느끼기엔 충분했다. 이민자로 보이는 남성들은 우르르 몰려다니며 눈초리를 줬고 "니하오"는 기본이었다.
사실 치안만이 문제가 아니었다. 불규칙한 것도 그만의 매력이 있지만, 도시가 전반적으로 정리가 안되어 있었다. 개똥, 쓰레기, 그래피티 등으로 확실히 깔끔한 것과는 거리가 멀었다. 에어비앤비 숙소에 대한 불만은 따로 글을 써야 할 정도다.
이번 겨울 마르세유를 가봄으로 배운 게 있다면 여행지를 고를 때 날씨만 보고 결정하면 안된다는 것과 먼저 가본 사람의 말을 무시하지 말자는 것이다. 추가로 어디든 "안전"이 보장되지 않을 경우엔 아무리 많은 장점을 갖고 있어도 커버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