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두 달 살기 후기

by 이 륙

퇴사 후 다소 무모하게도 프랑스 보르도에 가 두 달을 살았다. 딱히 무언가 얻기 위해 그랬던 건 아니다. 목적 없이, 편한 마음으로 지내보았다.


보르도는 프랑스에서 여섯 번째로 큰 도시다. 그래서 사람도, 할 것도, 별로 없다. 하지만 돌이켜 보면 보르도가 작은 도시여서 참 다행이었다. 모든 게 느리게 흘러가 한 곳 한 곳 더 오래 눈길을 둘 수 있었다.


그렇게 주의 깊게 바라본 프랑스와 그 나라 사람들에 대한 간략한 후기를 남겨보려 한다.


(1)

아이들이 많다. 어딜 가나 아이들이 있다. 그래서 활기가 넘친다. 신기해서 출산율을 찾아보았다. 역시나 프랑스의 출산율은 2020년 기준 1.83명이었다. 한국의 0.79명 보다 1.0 이상 더 높은 수치다. 프랑스의 출산율은 유럽에서도 최고 수준이라고 한다. 구글링을 하다 보니 추가로 알게 된 통계가 있다. 바로 혼외 출산이 전체 출산의 60%라는 점이다. 동거를 인정하고 보호하는 여러 제도가 혼외 출산을 지탱하는 것 같다. 이건 어디서 들은건데, 외국인이어도 프랑스인과 동거를 하면 체류 비자를 발급받을 수 있다고 한다.


(2)

자전거를 많이 탄다. 특히 보르도는 대부분 평지여서 자전거를 타는 사람이 정말 많았다. 그 많은 아이들은 지나가는 자전거 뒷좌석이나 자전거용 트레일러에서 목격할 수 있다. 그리고 참 얌전히 탄다. 천천히, 늘 행인을 먼저 양보하고 교통법규도 잘 지킨다. 어렸을 때부터 자전거 교육을 철저히 받는가 보다.


(3)

담배를 많이 피운다. 선입견이 아니었다. 청소년부터 노인까지, 남녀노소 흡연, 아니 애연한다. 어딜 가나 재떨이를 찾아볼 수 있다. 학교 앞이나 식당 야외석, 정류장, 길 거리 할 것 없이 모든 곳이 흡연구역이다. 그런데, 이상하다. 여기 사람들, 어딘가 모르게 담배 피우는 모습이 너무나 자연스럽다.


(4)

유럽 그 어느 나라 보다 옷을 잘 입는 것 같다. 특히 중년 여성들과 아저씨들. 스카프를 어찌 그렇게 멋스럽게 매는지. 오히려 젊은 사람들이 떨어진다.


(5)

예술을 사랑한다. 미술관에 가면 사회 모든 구성원을 볼 수 있다. 혼자 또는 친구들끼리 온 60대, 70대 관람객이 정말 많다. 젊은 사람들은 대게 혼자 와서 사진 한 장 찍지 않고 조용히 감상하고 조용히 나간다.


(6)

빵이 맛있다. 나는 빵보다는 밥인 사람이다. 빵을 직접 산 적이 거의 없었는데 프랑스에선 저절로 손이 갔다. 왜냐면 너무 맛있다. 까르푸에 있는 천원 남짓의 바게트도 어찌 그리 맛있는지,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야금야금 먹다보면 도착했을 땐 반도 안 남아있었다. 식당에서 주는 식전 빵도 맛있다. 겉바속촉의 정석이다. 속이 마치 떡처럼 쫄깃쫄깃하다.


두서없이 적어보았는데, 적다 보니 보르도가 다시 생생히 떠오른다. 모든 것이 빠르고 바쁘게 돌아가는 한국에 살다 보면 강렬하다시피 평온했던 보르도가 가끔은 그리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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