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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상국 Dec 25. 2018

커뮤니티와 상생하고 공존하는 관계

 사람들의 삶과 생활이 우선이다

한주의 업무를 마친 금요일이 되면 집에서 나영석 PD의 예능 프로그램을 자주 챙겨본다. 특히 금요일 밤마다 시청했던 <윤식당>은 바쁘고 지친 일상 속에서 내게 잠깐의 쉼과 여유를 가져다주는 방송 프로그램 중 하나였다. 방송을 통해 스페인 가라치코 마을의 풍경을 보며, 잠시나마 작은 행복을 느끼고 정서적인 힐링을 얻곤 했다. 


<윤식당>은 지역에서 일하는 나에게 역사와 전통이 남아있는 작은 마을공동체의 존재 가치, 새롭게 들어온 이방인들이 지역과 함께 상생하고 공존하는 방법이 무엇인지 많은 시사점을 던져 주었다. 나영석 PD의 예능을 오랜 시간 애청해 온 입장에서 <윤식당>은 <1박2일>과도 많이 닮았다. 그의 두 예능은 공통적으로 아름다운 자연의 경치를, 함께하는 소중한 삶의 방식을 여행이라는 소재에 담아 보여준다. <윤식당>뿐만 아니라 나영석 PD의 예능에는 사람들을 향하는 '존중'이라는 가치가 깊게 자리하고 있다. <윤식당>은 스페인 현지에서 접하기 어려운 한식을 판매했지만, 유럽 현지의 문화를 충분히 이해하고 그 지역의 생활 방식을 존중했다. 한식의 정체성을 살리되, 메뉴 구성, 요리 코스, 식문화까지 섬세하게 이해하고 소비자의 기호에 맞춰 영업을 시작했다. 


<윤식당>에서는 천천히 현지의 사람을 사귀고 관계맺는 모습을 많이 보였다. 일상 속에서 인사 나누며 자연스럽게 친밀한 관계를 맺은 사람들은 어느새 서로 이웃이 되어 정이 들었다. 특히 인상 깊었던 것은 지역에서 소비와 공급이 선순환되어 이뤄지는 비즈니스 관계였다. 윤식당 점원들은 지역의 현지 상품을 재료로 구입하고 다양한 요리로 만들어 냈다. 그렇게 공급된 현지의 식재료는 한식이라는 새로운 요리로 <윤식당>에 모여든 스페인 가라치코 주민들과 관광객에게 돌아갔다. 마을에 새롭게 들어온 <윤식당>의 한국 점원들과 관계맺은 지역의 주민들이 서로 상생하고 공존하는 모습은 참 정겹고 따뜻했다.

성수1가2동 마을계획단 활동 당시, 골목길 청소하는 모습

하지만 안타깝게도 빠르게 변화하는 한국의 도시는 이미 많은 곳에서 자본 중심의 상업화로 물들어 가고 있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물리적인 공간을 재배치하고 기존 건물의 형태와 용도를 바꾸는 과정에서 마을에 살고 있던 원 주민들을 고려한 행동을 쉽게 찾기는 어렵다. 그 과정에서 거주민들의 생활 여건은 악화되고, 주민들과 대립관계에 있는 사람들 간의 갈등은 심화되어 왔다. 분명한 것은 대립과 갈등이 빈번한 마을은 관계의 지속 가능성이 낮다는 사실이다. 이제는 대립과 갈등에서 벗어나 화합과 상생의 길을 찾아야 한다. 일본의 유명 커뮤니티 디자이너 야마자키 료가 쓴 <커뮤니티 디자인>이라는 책에 보면 이런 말이 나온다.    

  

“좋은 경치란 마을에 사는 사람들의 삶과 생활이 쌓여 형성되는 것이기 때문에 풍경을 디자인하기 위해서는 생활에서부터 접근해야 한다.”     

현지 문화와 생활 방식을 존중하는 것은 어쩌면 상업 시설의 생존의 문제로 직결된다. 현지 정착 과정에서 적잖은 시행착오를 줄이려면 무엇보다 현지 소비자의 문화적 특성과 생활패턴을 제대로 파악해야 한다. 국내에서 해외로 진출할 때뿐만 아니라, 국내의 새로운 지역으로 들어가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윤식당>이 잠시나마 가라치코 주민들의 사랑방이 된 것은 현지화에 그만큼 노력을 기울였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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