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수면 오리할배와 먹이사슬

by 이상희

업무경력이 10년이 넘어 경력자로써 베테랑이라고 인정을 받아오던 2016년 36살 지역산림조합에 근무할때의 일이다.

지역산림조합은 타 금융권에 비해 고객수는 적지만 조합원들과 가족같이 지내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2000년대 초중반 내가 20대 사회초년생 시절에는 한국전쟁 참전용사분들이 주 고객층이다 보니 나를 손녀처럼 이뻐해주시곤 하셨다. 베테랑이 되었던 시점에도 20대 시절 나를 이뻐해주셨던 고객들이신 할아버지들에 대한 좋은 추억을 간직한채 사회생활을 하고 있었다.

복날이 다 되어가던 36살이던 무더운 여름철의 일이었다.

조합의 VIP고객이신 임업후계자 고객분이 무더운 여름철 직원들 간식으로 먹으라고 오리알을 주고 가셨다.

마음씨 좋으신 임업후계자 고객님께서 주신 오리알로 산림부서 직원들이 현장일하시다 들어오시는 시간대인 저녁이 다되어 가는 시간에 삶아서 직원들은 맛나게 먹었다.

나는 계란종류를 초등학교때 체한뒤로 먹지 않아서 직원들의 먹는것만 보게 되었다.

직원들의 먹는 모습을 지켜보던 와중에 2006년 내가 26살에 내 창구를 자주 찾으시던 법수면 오리할배라는 별명의 돌아가신 할아버지 고객이 떠올랐다. 그 할아버지는 30년대 초반생으로 울 여직원들을 손녀처럼 이뻐하셨고 가야읍에 5일장이 열릴때면 항상 장을 보러 가야읍에 나오셨고, 장에서 과자며 사탕이며 먹거리를 여직원들 먹으라고 사오면서 은행업무를 보곤 하셨다.

우리는 유머가 있고 인자하신 그 할아버지를 따르며 좋아했다.

그 시점 우리 조합 근처에 가축시장도 가끔식 열렸다.

2006년 화창한 봄날의 어느날 가야읍 5일장이 어김없이 열렸고 그날따라 할아버지는 조합근처의 가축시장까지 가셔셔 오리까지 사셨다.

평소처럼 우리에게 먹으라고 과자를 주시면서 쇼파에 색깔있는 새끼오리를 올려 놓으셨다.

우리는 신기한 눈으로 새끼오리를 쳐다보았고 할아버지는 키워서 잡아먹을려고 샀다고 얘기하셨다.

할아버지께서 그 말씀을 하실때만 해도 승려가 아닌 다음에야 당연히 육식을 하는게 나쁘지 않다고 생각하고 별 생각없이 그대로 듣고 있었다.

근데 갑자기 나의 머릿속이 멍해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장바구니속에 담겨있던 귀여운 새끼 오리는 할아버지를 보곤 주인이라고 파닥거리면서 좋아했다. 그 장면을 본 순간 난 충격을 받았다.

좀 키우다 성장하면 죽을 운명인데 오리는 그것도 모른채 마냥 좋아했다.

그 장면을 본 나는 자기의 죽을 운명도 모른체 좋아하는 오리가 불쌍했고 모든 생명체를 먹는 인간이란 종족이 잔인하다고 생각했다.

나 역시 육식을 즐겨하지만 집에 키우면서 주인이 좋아서 꽥꽥거리고 멍멍거리고 달라붙는 오리나 개를 집에서 즉석에서 잡아먹는다는게 그 당시 20대의 나는 잔인하게 생각했다.

그 뒤로 한동안 십년가까이 그 트라우마로 인하여 오리고기를 먹지 않았고, 복날에는 사람들이 엄청난 육식을 할때도 난 특히 말복에는 육식을 하지 않았다.

우리 여직원들을 친 손녀처럼 여겨주시고 주변 사람들에게 선하다고 평이 좋으신 그 할아버지도 당연한데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고객님이 가져오신 사무실 냉장고에 있는 남은 오리알이 있었던 몇일동안은 가능하면 육류를 삼가고 집에서 키운걸 먹지 않겠다는 다짐을 하였다.

한편으론 그 시점 업무와 학업을 병행하느라 불규칙한 식사와 튀기거나 구운 과한 육식섭취로 육체적으로도 힘든 시기이기도 하여 속세를 떠나서 육류를 먹지않고 산에 들어갈까라는 생각이 들만큼 나의 체력은 바닥이었다 보니 든 생각인지도 모른다.

그만큼 육식을 하지말까 생각이 들던 복잡한 시기이기도 하였다. 오리알을 본순간 이런게 먹이사슬인가 보다 생각이 들었다. 할아버지가 인간적으로 매우 선한 분이시지만 사람이 선하고 악하고를 떠나 모든 생물체는 먹고 먹히는 관계. 그중 사람이 제일 갑이라는 사실이다.

그래서 사람으로 태어나는게 가장 축복인가 보다.

다음 생애라는 것이 있다면 발길질 당하는 뱀으로 태어나지 않기 위해 잡아먹히는 짐승으로 태어나지 않기 위해 출산하고 젖떼자 마자 새끼들과 이별해야 하는 강아지나 고양이들..그렇게 불쌍한 삶을 살아가는 미물로 태어나지 않기 위해 현생에서 죄를 짓지 않게 살려고 하고 기도도 하고 하나보다라고 생각이 들었다.

지금도 가끔 할아버지를 좋아하던 새끼오리와 여직원들을 이뻐하시고 인정이 넘치셨던 고인이 되신 법수면 오리 할아버지가 생각난다.

하지만 요즘 들어 느끼는 것이 난 그러한 짐승으로 태어나지 않고 사람으로 이 세상을 산다는 것이 복인거 같다. 그래서 나는 현생을 살면서 많이 베풀고 남에게 상처주는 죄등 죄를 짓지 않고 살아야겠다고 아침에 눈뜰때마다 다짐을 하고 하루를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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