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로는 굽힐줄 아는게 미덕

by 이상희

어린시절 나의 외할머니는 매우 인자하셨다. 그래서 세상의 모든 할머니가 다 인자하신줄 알았는데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었다.

좋은분들이 훨씬 많지만 어른이 되어서 보니 다양한 분들이 많았다. 밖에 외출하다보면 세치기하는 분, 공중도덕 안지키시는 분, 체면이 없으셔셔 안해도 될 말씀들을 함부로 하셔셔 상대방에게 상처주시는분들을 포함하여 너무도 다양했다. 20대때는 그런분들을 마주하면서 나에게 피해가 오면 조근조근 따지곤 하였다. 그럴때마다 본인이 하신건 생각을 안하시고 젊은여자가 참 못땟다 하셨다. 그 시점의 나는 3자가 보면 히스테리가 있다고 할만큼 화가 많은 편이었고 틀렸다 싶으면 참지 못하는 성격이었다.

마침 화창한 주말 남녀 동창생들과 약속이 있어 버스타고 창원을 가던 길이었다. 그날따라 버스터미널에 표를 발급하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모여들었고 줄을 서고 기다리고 있었다. 그 당시엔 표 발급기가 내가 사는 시골에는 없었고 매표소 직원도 그날따라 1명뿐이었는데 기다리는 사람이 많았다. 할머니들이 단체로 기다리는 사람들을 밀치고 먼저 표를 끈을려고 하였다. 사람들이 저마다 눈살만 찌푸렸지만 나는 틀린건 못참는 성격상 할말을 하고 말았다. 우리모두 줄을 서있으니 바로 줄서시라고 하였더니 할머니들은 나 지금 바쁘단 말이야 하면서 오히려 내게 화를 내셨다. 그래서 나는 우리는 지금 안바쁘냐고 사람이 약속이란게 있고 줄이란건 다 규칙인데 그럼 먼저 와서 기다리고 줄서는 사람이 바보냐고 조근조근 따졌다. 그랬더니 할머니들은 내게 젊은 아가씨가 참 당돌하고 못땟다고 하셨다. 나는 너무 당시에 화가나고 어이가 없어 친구 만나러 가서 열변을 토하였다. 그랬더니 남녀 동창들 모두 내 생각에 동의하면서도 나의 생각을 바꾸어 주는 조언을 하였다.

여태껏 오랜시간을 자신만의 방식대로 살아오셨는데 그게 하루아침에 젊은 사람이 충고를 하였다고 쉽게 고쳐지지가 않는다고 그걸 받아들일줄 아시는 분같았음 애초에 주변 기다리고 있던 다른사람의 상황을 살피셨을 꺼라고 맞서지 말라고 하였다.

공중도덕 안지킨다고 싸워봤자 고칠꺼란 생각도 안하실껀데 나만 버릇없는 사람 이미지로 굳혀진다고 하였던 친구들의 속깊은 마음씨에 감동을 받았다. 그러고 보니 고등학교때 생활기록부에 자기주장이 강하다고 적혀있었나 보다. 내말이 법적으로 도덕적으로는 맞지만 사회생활을 하면서 맞아도 때로는 분위기상 맞서지 말아야 할때가 있는거 같다. 지금 생각해보면 직접 이야기를 한다 해도 그분들 기분나쁘지 않게 좋은 말투로 해도 될껄 너무했나 싶다. 그래서 융통성 있게 적절하게 기분나쁘지 않게 사람을 대하는 기술도 필요한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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