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멋진 허슬러

힙합은 안 멋져. 릴러말즈는 멋져.

by 재희

찬혁이가 말했다. 어느새부터 힙합은 안 멋지다고. 힙합을 망치는 주범이라던 쇼미더머니가 다시 시작했다. 대중의 관심이 집중되는 이 힙합 공연 프로그램에는 화려한 이미지, 악마의 편집, 이슈와 논란이 가득하다. 심사위원 중의 하나인 릴러말즈. 서울예고를 조기졸업하고, 한국예술종합학교를 거쳐, 맨해튼 음악대학에서 바이올린을 전공한 클래식 영재. 좋아하는 힙합을 하고 싶은 마음으로 기꺼이 맨 땅에 헤딩한 꼴통. 심사위원이 아닌 래퍼 지망생같은 모습으로 출연한 쇼미더머니에 전 시즌에서 광탈한 작은 키의 악동.


자신의 대표곡들을 오케스트라와 함께 편곡한 영상. 해석하는 음악인 클래식에서, 창작하고 표현하는 음악, 힙합으로 노선을 바꾼 그는 낙오자, 패배자일까. 인정받고 성공했으니 탁월한 선택인걸까? 그에게 바이올린은 무엇일까. 열심히 내밷던 랩을 멈추고, 바이올린을 연주한다. 연주하던 바이올린을 한손에 들고, 다시 마이크를 잡는다.


아무도 그를 주목하지 않을 때, 힙합 씬에서 꾸준히 인정받는 대선배 더콰이엇은 자신의 앨범에 바이올린을 연주를 릴러말즈에게 부탁했다. 처음 음반을 함께 만들 것을 계기로 그들은 관계를 맺는다. 더콰이엇이 이 뜬금없어 보이는 루키를 테스트해보고 싶었는지, 곡을 많이 만들어 보라는 조언했다. 릴러말즈는 반년동안 50개 이상의 곡을 발매한다. 쉼 없이 곡을 만들어내는 허슬러. 지금도 작업실에서 곡을 찍어내고 있을 것이다.

https://youtu.be/8IgYauEnnO4?si=yg-PWt7v5OZbtbII&t=517

스포츠에서는 허슬플레이를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A hustle play consists of an unexpected use of energy that results in a positive play for your team.선수가 가진 에너지를 예상치못하게 사용하여 팀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


릴러말즈는 미친놈. 음악에 미쳤다. 그 예사롭지 않은 에너지는 힙합씬에 영향을 미친다. 그렇게 영향력이 큰 프로그램에 심사위원이 되었다.



릴러말즈의 Deliberate practice. 일만시간의 법칙.


1)코치의 조언을 듣는다.


2)절대량

허슬러로 유명한 도끼, 슈퍼비에 버금가는 어마무지한 작업량. 글을 잘쓰고 싶으면 일단 많이 쓰라고 한다. 영어 말하기를 잘하고 싶으면 일단 뱉어야 한다. 많이 한다. 많이 시도하고, 많이 실패한다. 그래도 많이 하고 본다. 절대량을 채운다. 일만시간을 채우라 하지 않는가. 열심히 달린다. 또 중요한 것은 달리다가 방향을 잃지 않도록 더콰이엇이 코치로서 조언해 준다. 멋지다.


3)목적

음악이 좋다. 클래식과 힙합. 둘다 좋다. 변종이라도 상관없다. 릴러말즈는 음악을 좋아한다. 누가 시켜서 하지 않는다.


10년이 넘는 엘리트 스포츠. 축구가 좋아서 시작한 꿈나무. 한번 쯤은 꿈꿔본 프로선수. 관중들의 환호성. 팬들의 인정. 억대 연봉.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2% 남짓한 유소년 선수들만 다음 레벨로 진출할 수 있다. 프로가 되지 못하면 아무 소용 없는 것일까? 내가 좋아했던 스포츠는 그럼 무슨 의미일까. 축구밖에 몰랐다. 축구만 보고 살아서, 무엇을 기회비용으로 놓치고 있는지 조차 몰랐던 10년 남짓한 시간을 무의미하다고 말하기엔 내 어린시절과 청춘이 너무 슬프다.


무의미하지 않다. 슬프지 않다. 내 모든 시간은 의미있다. 내가 좋아한 스포츠는 변하지 않았다. 클래식에서 힙합을 선택했다고 틀린 것은 아니다. 주어진 길을 가자. 운동하다가 공부할 수도 있고, 고기를 팔 수도 있고, 목수가 될 수도 있고, 사업을 할 수 있고, 교사가 될 수도, 프로그래머가 될 수도 있다. 정답은 없다. 명답만 있을 뿐. 나답자. 나만 할 수 있는 것. 나만 좋아하는 것. 나만 분노하는 것. 나만 전율하는 것. 나만 반응하는 것. 적어도 그것이 무엇인지는 내게 물어보자. 프로가 되지 않는다고 소용없는 것이 아니다. 전액장학금까지 받아가며 바이올린 영재로 인정받던 그가 잠시 마이크를 들었다 한들, 지금 누가 그를 비난할 수 있을까.


내 길을 가자. 내 삶이 내게 말해주는 그 길. 열심히 가자. 미친놈처럼 뛰자. 의식있게 달리자. 오늘 주어진 경주를 달리자. 넘어져도 겸손하게 일어나자. 괜찮지 않아도 괞찮다. 정말 괜찮다. 우린 멋진 허슬러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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