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켄슈타인의 삼겹살

왜 그랬을까?

by 재희


친구들과 글을 쓴다. 캐나다에 있는 애나, 프랑스의 켈리와 오전 7시에 스크린으로 만난다. 함께 프랑켄슈타인을 읽고 5분 동안 씨앗문장을 쓴다. '왜 그랬을까?' 오늘의 주제. 그리고 글을 이어나간다.



왜 그랬을까?
후회를 생각하게 하는 질문일 수도, 궁금해서 하는 질문일 수도 있는 한 줄이다. 적지 않은 시간 동안 지난 후회를 적었다. 다시 들쳐보지 않는다. 피를 흘리며 적었던 글들을 보지 않는다. 스스로에게 불필요한 연민을 느끼지 않는다. 기억 속에 남았다. 나는 그랬지. 내게 주어진 오늘. 최선의 오늘을 사는 것이 숙제다.


덜 진지하고 더 진실하게. 말을 줄이고 고기를 굽는다. 숯향을 입힌 마이야르가 생긴 노릇하고 두툼한 삼겹살. 소금 간을 하지 않은 생삼겹삽을 너의 그릇에 넣어주는 것. 내가 너를 사랑하는 방법.


순수한 과학도였던 빅터 프랑켄슈타인. 지식에 대한 열정이 자신을 집어삼킨 것을 뒤늦게 깨닫고 왜 그랬을까 후회한다.

I had desired it with an ardour that far exceeded moderation; but now that I had finished, the beauty of the dream vanished, and breathless horror and disgust filled my hear
나는 그 일을 너무 간절히 원해서 참을 수 없을 정도로 몰두했어. 하지만 다 끝내고 나니까, 꿈처럼 느껴졌던 아름다움은 사라지고 숨이 막힐 만큼 무섭고 끔찍한 마음만 내 가슴을 가득 채웠어.

혼자 잘나서 혼자 잘 사는 사람 없다. 돈도 지식도 명예도 단순 자기 확장, 자아실현이 목적이라면 더해질수록 불안하고, 많아질수록 위험하다. 진성리더십의 윤정구 교수는 긍휼함을(compassion) 진정성 있는 리더십 중심에 있다고 다음과 같이 말한다. “긍휼감이란 자신과 남들이 겪는 고통에 대한 판단을 내리고 본능적으로 절연시키기보다는 심층적으로 이해하고 이것을 풀어내기 위해 직접 행동에 나서는 성향을 말한다"


다시 말해, 아파본 사람은 아픈 이를 외면하지 않는다. 리더는 나아가 깊이 이해하고, 행동으로 응답한다. 그가 가진 돈, 지식, 명예는 적절한 수단이다. 내 작은 우주의 중심이 나고, 내가 신처럼 군림하려 할 때, 괴물이 잉태된다.


하덕규의 '가시나무'가 같은 것을 노래한다. 괴물이 된 나. 바람만 불면 앙상하게 메마른 가지 같은 내 모습은 스스로 부대끼며 울어댄다. 쉴 곳을 찾아 지쳐 날아온 친구가 되고 싶은 작은 새들도, 내 가시에 찔려 날아간다. 바람만 불면 난 홀로 외롭고 괴롭다. 내 노래는 슬프다.


객기로 살았던 시간들이 부끄럽다. 가장 가까운 이들에게 미안하다. 삼겹살을 굽는다. 이제는 만날 수 없는 친구들을 생각하며 고기를 자른다. 애정을 담아 육즙이 흐르는 고기를 뒤집는다. 치지직 구워진 불판 위에 싱싱한 미나리를 푸짐하게 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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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툰 손으로 감자를 깎고, 낯선 조미료들의 맛을 본다. 갈빗살을 결반대로 썬다. 한입크기에 맞춰서. 국수를 삶고, 당근을 썬다. 참기름에 볶아보고, 들기름을 넣어본다. 이런 내가 낯설다. 왠지 내가 바베트가 된 것만 같다.

50532_92690_3158.jpg 바베트의 만찬

영화 바베트의 만찬(1987, Babette's feast)에서 바베트는 자신의 전 재산을 들여 준비한 만찬으로, 말 대신 요리로 닫힌 마음을 열고 공동체의 갈등을 치유한다. 많은 말보다 먹음직스러운 삼겹살을 매콤 쌉쌀한 와사비와 함께 친구들과 나눠야지. 제자들에게 생선을 구워주던 예수님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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