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od morning, how are you?
서버로 일하기 전에, 아침부터 사람을 향해 이렇게 크게, 대놓고, 환영하며 웃어본 기억이 많지 않다.
결혼을 앞둔 전 여자친구, 현 와이프가 오랜 롱디를 마치고 미국에서 귀국해서 인천공항에서 만났을 때, 아마 이것과 비슷하게 웃었을 것 같기도..난 사람을 향해 크게, 대놓고, 환영하며 웃는 것이 익숙하지 않다.
유튜버 딕헌터가 일식당에서 일한 영상을 보았다. 디시워셔. 짧게 일하는 과정을 찍었다. 주방 구조가 비슷해서인지 더욱 공감했다.
멘탈을 정리하고 싶어 잠시 일을 하고 있는 것 같아 보였다. 그가 접시를 닦으며 했던 말이 마음에 크게 울렸다. 꼭 내 마음 같았다.
디시워셔가 하는 일은 누군가가 먹은 것을 치우는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누군가가 맛있게 먹을 접시를 준비해 주는 그런 사람
https://youtu.be/gm-u26DOPx4?si=Vi1qs2boAb50CC6h
매일 손님을 만난다. 하루를 시작하는 사람들. 레귤러, 단골손님과는 이름을 아는 사이. 새로운 손님을 만나면 그 테이블에서는 어떤 이야기가 있을까 생각하게 된다. 의식하지 않아도 그들의 이야기가 그려진다.
기억나는 인상적이었던 몇 가지.
1. 아빠와 딸
아빠가 9시쯤 혼자 왔다. 호스트가 메뉴를 2개 놓은 것 보니 일행이 있다. 커피를 주문했다. 커피 잔이 비도록 일행이 도착하지 않는다. 빈 커피잔을 보고 다시 채워주며 인사했다. 머쓱해하더니, 늦어진다고
먼저 주문을 했다. 에그 베네딕트. 노란 홀랜다이즈 소스가 뿌려진 가벼운 플레이트를 놓아주었다. 플레이트가 거의 빌 때쯤 일행이 도착했다.
18살 정도 되어 보이는 백인 여자. 머리숱이 적었고, 갈색 머리를 양갈래로 땋았다. 성인은 아녀 보였는데, 앳된 티는 벗은 소녀. 딸기 바나나 누텔라 크레잎을 주문했다. 아빠와 딸인가 보다 생각했다. 아주 나이스하게 주문해서 더 기억이 남는다.
음식을 천천히 먹는다. 크레잎이 한 조각 남았는데 더 먹지 않아서 치워줄까 말했다. 계속 먹고 있다 대답한다. 먹는 게 아니라 아빠의 이야기를 듣고 있다. 아빠는 되게 심각하게 무슨 말을 하고 있다. 딸은 아빠와 눈을 맞추지 않고 8시 방향, 1시 방향으로 시선을 피한다. 불편한 기색이 역력했다. 무슨 이야기를 했을까.
딸과 대화하려고 아침 식사 약속을 하고 아빠는 먼저 와서 기다리고 있었구나. 그들이 떠나려고 일어설 때
반갑게 인사해 주었다. 이야기가 잘 마쳤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2. 마두 할머니
(이름을 잊지 않으려고 만두에서 니은 빠진 마두라고 외움)
주말에는 보통 8시부터 레스토랑이 대기를 시작한다. 마두 할머니는 20분 거리에서 왔다. 일행을 대신해서 미리 대기하려고 왔는데, 오늘은 날이 어두워서인지 9시가 넘어서 테이블이 차기 시작했다.
30분 정도 미리 들어와 앉아 있었다. 혼자 있는 손님이 민망할까 봐 다가가 인사했다. 인도에서 온 할머니.
인도 억양이 많이 없어진 걸 보니 미국에서 산 시간이 짧지 않은 것 같다. 내게 어디서 왔는지 물었다.
한국에서 왔어요. 자기 손주며느리가 중국인이란다. 중국어 몇 마디 할 수 있다고 한다.
이런저런 외국어에 대한 이야기를 하다가 스페인어를 배우면 좋겠다고 내가 말했다. 여기에서 일하는 모든 사람이 나 빼고 다 스페인어를 하니까.
남편이 공부하던 스페인어 교재를 주고 싶다고 했다. 가져다주겠다고 네게 몇 시까지 일하는지 묻는다. 너무 고마운데, 굳이 그것 때문에 다시 오지는 말아라 말했다. 꼭 주고 싶다고 하더라. 남편을 먼저 보내고, 그의 유품을 정리하는데 이 교재를 어떻게 할까 고민했다더라.
강아지와 함께 다시 오셨다. 교재를 들고. 너무 고마웠다. 고마워서 사진을 찍자고 했다. 사진을 함께 찍고는 마두 할머니는 우셨다. 왜 우셨을까. 마음이 짠했다.
3. 알리와 동생
무슬림의 라마단 기간이 끝났다. 그 직후, 금토일. 다 같이 식사하러 단체로 많이 모인다. 바쁘다. 무슬림들은 정중한 느낌이다. 정제되었다고 할까. 반듯한 사람들. 사용하는 언어도 인사도. 아이들도 그렇다.
내게 이름을 알려준 알리, 그리고 나이차가 많이 나는 동생. 토요일 아침, 가족이 함께 오는 손님들은 대부분 편한 복장으로 식사하러 온다. 알리와 동생이 너무 바르고 이쁘게 차려입고 와서 더욱 눈길이 갔다.
남동생과 다정한 누나의 모습이 보기가 좋다.
누나는 베네딕트와 해쉬브라운. 동생은 벨기에 와플.
그녀의 손에 해나가 눈에 띄었다. 해나가 이쁘다. 얼마나 오래갔니? 직접 했니? 대단하다. 내 와이프한테도 보여주고 싶은데 사진 찍어도 되니? 취미치고는 너무 잘하는구나 이 정도 인사를 했다.
23불 식사에 40불 팁을 놓았다. 실수인 줄 알았다. 그녀는 왜 팁을 그렇게 놓았을까?
4. 단체손님
잘생긴 조나단 가족. 어린 딸들이 반가워해준다. 토요일마다 가족끼리 함께하는 브런치. '서버'. 말 그래도 손님을 잘 섬겨주는 것이 내가 할 일이었다. 정신없이 테이블을 서빙하다가 받은 노트. 귀엽다. 고맙다.
*4불 음료에 10불 팁을 놓고 간다. 팁 문화를 경험한다. 저 손님은 10불을 건네며 내게 좋은 하루를 선물한다. 서버로 일해 본 이후로 나는 꼭 팁을 남긴다. 테이크 아웃도. 액수를 떠나서 팁을 보는 서버의 마음은 받아본 사람만 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