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딩의 거짓말
지디는 노래한다. 영원한 건 절대 없다고. 사랑 노래를 하는 청춘이 이별 후에 떠나간 애인의 변심을 생각하며 부르는 노랫말로는 적절하다. 변하는 것과 변하지 않는 것이 있다. 많은 경우, 중요한 것은 바뀌지 않고, 중요하지 않은 것은 바뀐다. 가끔씩 돈이 중요한 가치이고 많은 돈을 버는 것이 우선순위였던 사람이, 건강이나 가족을 잃어버리는 삶의 위기를 겪으며 돈을 포기하고 의미 있는 것을 찾는다는 이야기는 어렵지 않게 들을 수 있다. 바꾸어 말하면, 몸의 죽음 또는 관계의 죽음 정도의 극단적인 상황을 마주하면 대부분 돈은 그다지 중요한 것이 아니다. 그렇다면 무엇이 중요할까?
브랜딩의 중심에는 중심 가치 탐색과 발견이 있다. 대한민국에 브랜딩 컨설팅을 처음 시작한 브랜드앤컴퍼니의 이상민 대표의 컨설팅 강의를 수강했다. 미안하지만 지금 기억에 남은 것은 딱 한 줄.
브랜드는 이미지, 브랜딩은 이미지 메이킹
브랜딩을 더 멋있고 있어 보이게 설명할 수는 있겠지만, 결론이 다를지는 모르겠다. 어떤 사람을 처음 만나 첫인상을 갖는다. 그리고 그를 파악한다. 관상은 과학이다라는 말이 괜히 나왔겠는가. 반복적으로 만나 대화해 보면 이 사람이 무엇을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알 수 있다.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를 따라 수많은 결정을 매일 반복한다. 그 결정들은 그의 이미지가 된다. 애처가는 아내 사랑이 먼저이다. 맛있는 것을 먹을 때 아내가 생각난다. 아내가 좋아하는 디저트 집을 지나갈 때면, 디저트를 먹고 좋아하는 귀여운 아내 모습에 발 길을 옮긴다. 나만 사랑하는 이기적인 남편은 자기 사랑이 제일 중요하다. 나의 새로운 취미가 먼저다. 유튜브 알고리즘은 온통 흥미를 돋우는 영상으로만 가득하다. 배우자와 자녀들과 보내는 시간은 고역이다. 얼른 재우고, 할 일하고 내 취미에 몰두하고 싶다. 구린 이미지를 의도적으로 만드는 사람은 없다. 퍼스널 브랜딩을 하고 싶으면, 우선순위부터 확인하라.
가령 규모가 있는 신생 비즈니스는 기업 이미지 쇄신을 위해 브랜딩 작업 시도한다. 컨설팅 회사를 찾는다. 이미지를 만들려면 회사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우선순위가 무엇인지 탐색한다. 더 많은 이윤창출이라는 아젠다가 유일한 가치라면, 다른 우선순위랄 것도 없다. 다 그냥 만들어 내는 것이다. 돈을 받은 컨설턴트는 무엇이라도 짜낸다. 소위 컨셉추얼라이제이션(conceptualization)이라 멋진 말을 하며 우선순위를 정리해 준다. 그에 따라 단기적으로는 로고도 만들고, 광고도 하고, 고객 응대를 하고, 장기적으로 번 돈을 어떻게 고객과 사회를 위해 돌려주라고 매뉴얼도 만들어준다. 회사가 분명한 돈 버는 목적이 있다면 이미지를 정리하고 전달하는 작업이 수월할 것이다. 잘 이루어진 브랜딩은 적절한 이미지를 만들고 고객은 그 이미지를 산다. 하지만 이미지를 사고 싶을 만큼 잘 브랜딩이 된 기업도 실적 부진으로 기사에 오르내리는 사례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솔직해지자. 허상에 속지 말자. 뜬구름잡지 말고, 땅에 발을 딛고 살자. 진짜가 되자. 기본을 하자. 기본을(은) 하는 이미지가 먼저이다.
자영업 수준에선 일단 살아남는 것이 중요하다. 수익모델을 잘 만들어서 직원들 월급 안 밀리게 잘 주고, 내 월급 잘 가져오면서 손익분기점을 매달 넘기는 것이 중요하다. 그 기본이 어렵다. 지금 성공적인 비즈니스와 비즈니스 맨을 떠올려보자. 적어도 나는 이미지를 만드는 전문 브랜딩 회사나 컨설턴트가 떠오르지 않는다. 비즈니스 모델이 이미지보다 먼저다. 다음 달 직원 월급날이 무서운 사장님은 기본만 충실하면 된다. 어렸던 나에게 하는 말이다. 퍼스널 브랜딩을 해서 차별화된 인재가 된다고 착각하지 말자. 매일 성실하고, 친절한 성품을 갖고, 부족한 점을 배우려는 겸손한 자세가 기본이고 제일 중요하다. 이 자세를 갖는 게 훨씬 어렵다. 성실하고, 친절하고, 겸손하면 웬만하면 성장한다.
손익 분기점이 넘고 안정이 되면 일단 몇 가지 중요한 것만 생각해 보자. 우리 레스토랑을 예로 들자면 3가지만 강조한다. 깨끗하게 하자(clean). 잘 만들자(consistent). 이야기하자(communicative). 처음 우선순위를 정리해서 이쁘게 걸어놓았다. 데코레이션처럼 걸어 놓은 문구는 그 자체로 큰 의미가 없다. 내가 직원이라도 별 감흥이 없었을 것이다. 저절로 되는 것은 없다. 프랜차이즈 레스토랑은 일반적은 너무 더럽다. IHOP 같은 곳을 일부로 몇 번씩 가본다. 메뉴가 더럽고, 시럽통, 젤리케이스가 끈적인다. 숟가락, 나이프 폴리시를 하지 않는다. 우리 가게에 들어가면 유리에 손자국부터 확인한다. 아이들이 앉는 하이체어 양 옆은 한두 번만 대충 닦으면 엄청 끈적인다. 눈으로 보면 잘 확인이 되지 않는다. 매번 손으로 만져본다. 일주일에 2번 이상 이야기하면 잔소리처럼 들린다. 그럼 아무 말 없이 내가 천을 들고 닦기 시작한다. 계속 시정이 안되면 새로운 직원을 찾기 시작한다. 준비되면 교체한다.
음식, 접시, 배달, 집기 등 손님에게 제공하는 서비스는 항상 똑같아야 한다. 레스토랑에서 매주 구입하는 제품은 300개 남짓이다. 베이컨, 달걀, 우유부터 투고 박스, 냅킨까지 다양하다. 제품들 가격이 수시로 바뀌니 여러 구입처들을 비교해서 좋은 가격에 받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아무리 저렴해도 맛에 영향을 주거나, 손님이 느끼기에 변했다고 생각을 들만한 것은 고려자체를 하지 않는다. 매일 착즙을 하는 오렌지는 너무 저렴하면 일단 의심한다. 쉽게 바꾸지 않는다. 샐러드 채소는 저렴하면 바꾼다. 펩시 세일즈맨이 두 달에 한 번은 와서 코카콜라 대신 펩시 제품을 소개한다. 리베이트를 포함한 여러 베네핏을 이야기한다. 콜라 찾는 손님이 압도적으로 많다. 나는 구분이 안되지만 귀신같이 아는 분들이 있으니 바꾸지 않는다. 쿡을 바뀔 때마다 음식의 맛과 모양을 항상 확인한다. 손 맛이 다르니 같은 레시피라도 맛이 바뀔 수 있다. 같은 음식이라도 프레젠테이션이 다르면 손님은 달라진 것처럼 느낄 수 있다. 다른 실수들은 대부분 눈 감아준다. 미모사 유리잔은 항상 깨진다. 너무 잘 깨진다. 발이 달린 것도 아니고, 포크와 나이프는 매번 채워줘야 한다. 잘 다루자, 잃어버리지 않게 잘 확인해 주세요, please를 꼭 붙여서 나이스하게 상기시켜 주는 정도이다. 하지만 바뀌지 말아야 할 것이 바뀌면 바로 지적한다. 바로 수정되지 않으면 바로 교체한다.
손님도, 직원도 너무 다른 사람들이다. 다른 배경에서 다른 가치관을 가지고 살아온 사람들이 모여 일한다. 갈등이 없는 게 비정상이다. 문제가 있으면 적극적으로 소통한다. 싫은 소리 하는 걸 누가 좋아하겠는가. 매니저들은 웬만하면 천성이 선한 친구들로 세운다. 바른 소리 하는 것도 두 번 세 번 고민하고 하는 착한 매니저들을 세워주고 격려하는 것이 훨씬 수월하다. 갑질이 편한 매니저들은 직원들이 따르지 않는다. 빈정이 상해 버리면 맞는 말을 해도 아무도 듣지 않는다. 노쇼는 용납되지 않는다. 무슨 일이 있으면 미리 알려달라고 신신당부한다. 거짓말인 게 뻔해 보여도 추궁하지 않는다. 일단 소통을 했으니 말이다. 노쇼는 아웃이다. 이런 직원들이 돌고 돌아 다른 레스토랑에 잡을 구하러 왔는데 거기도 우리 레스토랑이다. 고용하지 않는다. 이 바닥이 매우 좁다. 소문이 빠르다. 사정이 있으면 미리만 말해 달라. 불만인 것이 있으면 고래고래 소리 지르며 싸우지 말고, 일단 키친 매니저에게 따로 불만을 전부 토로해라. 바로 해결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 네가 억울해서 속상하지 않게 도와주겠다. 노쇼는 안된다.
일은 일이다. 네 실수를 지적하려는 것이 아니니 개인적으로 받아들이지 말아라. 몇 번을 이야기해도, 처음에 힘들어 하긴 한다. 지금 제일 살가운 매니저는 처음 함께 일하며, 오해를 많이 했다. 내 욕을 다른 매니저에게 한다는 것을 실수로 내게 했다. 스페인어로. 바로 번역해서 보니, 쌍욕이었네. 다음 날 보니, 아주 긴장해 있고, 울상이다. 앉아서 물어본다. 괜찮니? 왜 그랬니? 내게 사과하면서 이야기한다. 그냥 홧김에 한 말이었다. 잘릴 준비를 하고 있었다. 웃으면서 이야기했다. 화가 나고 속상하면 직접 나한테 이야기해라. 내가 너한테 맞춰줄 테니 굳이 다른 직원한테 속상한 걸 말하지 말아라. 네가 사과를 하니 나도 이번 일은 없던 일로 할테니 우리 잘 소통하자. 이런 해프닝은 항상 일어난다. 많은 갈등은 소통의 부재가 원인이다.
맛있고, 친절하고, 깨끗하면 기본은 한다. 직원들은 웬만하면 떠나지 않는다. 다른 곳 가봤자 더 많이 벌 수 있지도 않고, 일하면서 동료들과 소통이 잘 되어 스트레스가 없으니, 오랫동안 머문다. 단골이 생긴다. 세일즈가 오른다. 천천히. 장사가 잘 되면 옵션이 많아진다. 좋은 가격에 팔아 exit 할 수도 있고, 프랜차이즈를 고려할 수도 있다. 오랫동안 브랜드를 갖고 싶으면 이제 산만한 이미지를 정리할 수 있는 브랜딩을 고려할 수도 있다.
Ellestinalism의 저자 Greg Mckewon은 성과와 성취를 위해서는 본질적인 가치를 추려서 지키고, 나머지는 과감히 빼내라 조언한다. 또 당신이 직접 우선순위를 정하지 않으면 타인이 네 우선순위를 정해줄 것이라고 경고한다.
If you don’t prioritize your life,
someone else will
나아가 퍼스널 브랜드가 되고 싶거나, 브랜드 경영을 꿈꾸는 창업자들을 그의 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눈이 한 점에 고정되지 않고, 거리와 빛이 바뀌면 렌즈 두께와 조리개를 계속 조절하듯이, 집중(focus)이란 늘 “지금 가장 중요한 한 가지가 무엇인가”를 점검하며 그 밖의 다른 것들을 조금씩 바꾸고 적응시키는 것이다.
An Essentialist focuses the way our eyes focus; not by fixating on something but by constantly adjusting and adapting to the field of vision.
에센셜리스트는 눈이 초점을 맞추듯이 집중합니다. 무엇 하나에 고정하는 것이 아니라 시야에 맞춰 끊임없이 조정하고 적응합니다.
소상공인, 자영업자라면 매달 살아남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 그리고 타협할 수 없는, 가장 중요한 가치를 정해서 지켜내자. 비즈니스를 하는 이유(why)에 가까운 우선순위를 찾자. 그것이 브랜딩의 시작이다.
가치를 탐색하는 청년, 취업, 이직, 새로운 시작을 앞둔 사회초년생, 그리고 차별화를 위한 퍼스널 브랜딩을 원하는 당신은 먼저 중심가치를(core value) 찾자. 애인이 떠나고, 동료가 지랄하고, 상사가 갈궈도 바뀌지 않는, 나만이 가지고 있는 우선순위를 발견하자.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 요즘은 매일 새로운 것이 나타나는 것 같다. 변하지 않는 것은 나만이 가지고 있는, 나에게만 중요한, 나만 반응하는 가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