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고하는 이유
30대 중반에 미국으로 역이민 했다. 시민권자인 아내를 따라왔다. 꿈이 있었다. 자신도 있었다. 내 마음처럼 되지 않았다. 나를 설명했던 이름표가 떨어졌다. 언제 다시 붙일 수 있을 것 같아 손에 쥐고 있던 이름표. 대표라 불리고 싶었고, 인정받고 싶었다. 낡은 이름표를 버렸다.
태도가 전부다
소원이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결과에서 신의 깊은 배려를 알아내는 것. 여기까지 생각할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
- 소노 아야코
내가 비즈니스를 할 줄 몰랐다. 전공도 다르다. 많이 노력했다. 많이 기대했다. 그럼에도 원하는 일이 바라던 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돌아보니 생각과 다른 삶에서 신의 배려를 느낀다. 그의 깊은 배려를 느낀다. 내가 하고 있는 일 그리고 일이 내게 주는 의미를 기록한다. 이 일이 적성이냐? 아마도, 천직이냐? 아마도.
무슨 일을 할지, 무슨 전공, 어떤 직장을 선택할 지보다 먼저 대답해야 한다. 어떤 모습과 태도로 일할 것인지 그리고 그 이유는 무엇인지 자신이 가장 잘 알아야 한다. 왜 일하냐고 묻는 다면 담담히 말할 수 있는가? 죽지 못해 일하고 싶지 않다. 이 일을 하지 않고서는 견딜 수 없는 이유가 있다. 나는 일을 통해 가장 나다워진다. 일을 하지 않으면 나를 잃어버린 것만 같다. 의미 없이 서서히 사라지는 인생이 되고 싶지 않다. 나를 찾기 위해 일한다.
왜 일하는가
가슴을 뛰게 하는 세 가지 가치가 있다. 진실한 Genuine. 필요를 채우는 Caring. 모험하는 Adventurous. 맥락 없이 화가 날 때면 누군가 또는 무엇인가 진실하지 않은 것을 직면했을 것이다. 타인의 필요를 채울 때 나는 살아있음을 느낀다. 모험하지 않는 인생은 지루해서 견딜 수 없다. 이 가치는 나에게만 더 중요한 것이라 남에게 강요할 수 없다. 오늘 하루를 살며 진실하게 필요를 채우며, 일상의 모험을 통해 새로운 경험을 했다면 나는 가장 나답게 살았다고 말할 수 있다.
선한 사마리아인의 비유를 성경에서 읽었다. 가장 좋아하는 성경의 이야기다. 강도 만난 이웃을 돕는 여행 중이던 사마리아 사람. 내가 원하는 내 모습, 내가 그리는 내 모습을 가장 잘 설명한다고 예전에도 지금도 생각한다.
- 진실한 Genuine : 기름·포도주·짐승·현금을 가지고 다니던 이 사마리아인은 상인이었지 모른다. 그는 강도 만난 사람이 길바닥 돌무더기 틈에서 죽어가는 것을 보았다. 여기서 멈추면 그도 표적이 될 수 있다. 그래도 멈춘다. 이 근처 모텔이 있다 'No Samaritans' 라며 그를 문전박대했던 그 모텔. 거절당했던 자신의 모습이 신음하는 저 사람에게서 보이니 여간 불쌍한 게 아니다. 그에게 다가가 상처를 싸매고 기름과 포도주를 부었다.
- 필요는 채우는 Caring : 쓰러지고 아픈 사람을 돌본다. 근처 모텔로 데려가 쉬게 한다. 400불 정도 더 미리 낸다. 더 필요하면 돌아와서 주겠다고 한다. 모텔 주인은 선불로 돈을 주는 그를 보고 진정성이 느껴지지 않았을까. 돌아와서 정말 돈을 더 줄 것 같다 생각했을지 모른다.
- 모험하는 Adventurous : 예루살렘과 여리고를 오가는 여정은 위험했지만 그는 멈추지 않았다. 강도 만난 이를 돕고 또 그는 자신의 여정을 마무리하려 떠난다.
대학 졸업 후, 사회생활을 시작하며 많은 돈을 버는 일에는 관심이 적었다. 강도 만난 이웃을 보았다. 사교육에 치이며 자신을 잃어버리는 학생들을 보며 안타까웠고 분노했다. 프로가 되지 못하면, 그 모든 수고와 과정을 인정받지 못하는 어린 엘리트 축구 선수들을 보며 돕고 싶었다. 그들이 꼭 날강도를 만난 이웃과 같았다. 낯선 땅에서 아메리칸드림을 꿈꾸며 하루 벌어 사는 친구들과 매일 함께 일한다. 영어를 가르치고, 미국대학축구유학을 돕고, 브런치 음식을 만드는 일에 공통점은 없지만, 어떤 일을 하던 내가 반응하는 가치는 같다. 내가 일하는 이유는 같다. 난 강도 만난 이웃을 돕는, 길 떠나는 사마리아인이다.
시프트 매니저 제니퍼는 2세 라틴계 미국인이다. 미 서부에서 태어나고 자란 제니퍼의 양 부모님은 어릴 적 추방당했고, 할머니 손에 자랐다. 홀로 떨어져 사는 제니퍼는 더 나은 삶을 살고 싶지만 방법을 잘 모른다. 작은 호의에 감동하고 성급한 결정에 후회한다. 종종 감정을 잘 조절하지 못해 레스토랑을 박차 나가곤 했다. 매니저에게 부탁해서 무슨 말을 하는지 들어달라 했다. 왜 그렇게 속상해하는지, 감정적인 행동을 후회하는지 물어보면 그녀는 조곤조곤 말한다. 부족한 부분이 있지만 좋은 태도도 가지고 있다. 문제를 의식하고 직면할 수 있다면 변화가 일어난다. 자라면서 그녀는 친부모가 곁에 있지 않았지만, 조부모에게서 사랑을 많이 받았다. 문제를 겸손하게 의식하는 데에 어려움을 느끼지 않는다. 제너럴 매니저와 키친 매니저 그리고 제니퍼와 함께 이야기를 할 때면 한번 더 그녀를 칭찬한다. 손님에게 항상 다정하게 응대하는 것과 직원들에게 선하고 좋은 마음을 갖고 대하는 것. 가끔씩 드센 직원들은 그녀를 무시하곤 하지만 그럼에도 태도가 바뀌지 않는다. 작은 문제는 거뜬하게 의식하고 직면해 내는 모습을 보면 내 마음도 따뜻해진다. 성장하고 있구나. 그녀는 학위를 따고 싶다고 community college를 몇 학기 다니다가, 지난 학기에는 영어 수업이 어렵다고 포기했다. 자주 물어봐준다. 뷰티에 관심이 많은데 요즘은 어떤 것에 꽂혔는지. 팬다 익스프레스에서 투 잡을 뛰곤 했는데 요즘은 일하지 않는 것 같아 어떻게 되었는지. 그렇게 약간의 거리를 두며 그녀를 응원한다.
매니저가 편도선 수술을 하게 되어 2주간 자리를 비웠다. 제니퍼가 그 빈자리를 메꾼다. 실수가 있을 수 있으니, 스트레스받지 말라고 다른 매니저들에게 미리 말해놓았다. 문제는 잘 해결하면 되니까. 매주 오더하는 식재료 및 용품이 300개 남짓이다. 지금까지 실수가 없었다. 잘한다고 프로페셔널하다고 따봉을 날려준다.
I am alone and miserable; man will not associate with me.
나는 외롭고 비참합니다. 사람들은 나와 어울리지 않습니다.
Remember that I am thy creature; I ought to be thy Adam, but I am rather the fallen angel.
나는 당신의 창조물입니다. 나는 아담이어야 했지만 타락한 천사가 되었어요. - 프랑켄슈타인
사랑받고 용납되고 싶었던 프랑켄슈타인의 괴물. 환영받고 인정받고 싶었던 생명체의 절규를 읽는다. 그는 친구가 필요했다. 그는 이름이 없다. 그의 모습을 보고 사람들이 monster라 demon이라 부를 뿐이었지. 아담이 되지 못해 타락한 천사가 되었다고 비관하는 괴물의 말이 슬프다. 생일축하합니다 사랑하는 우리.... 생일축하합니다. 존재만으로 탄생을 축하받는 경험. 우리 모두는 그 경험이 필요하다. 태어나면서 지속적으로 죽을 때까지. 친구가 필요하다.
"배우자를 비롯한 중요한 관계의 상실, 인간관계에서의 갈등, 어딘가에 소속되려는 욕구가 충족되지 않았을 때 느끼는 좌절감, 자신이 짐스러운 존재라는 인식 등도 위험 요인"
외로운 사람들이 자꾸 눈에 밟힌다. 그냥 무시하기가 힘들다. 그들의 친구가 되어주는 것이 지금 내가 할 일일지도 모른다. 그들의 상처는 함께 나누는 소박하고 맛난 음식으로 메꿔줄 수 있다. 우리 일터가 그들이 잠깐 머물고 회복하고 가는 여관이 되어도 좋다. 그들과 친구가 되는 것이 오히려 나를 살게 한다. 나를 나답게 한다. 죽지 않으려 나는 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