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단한 연기자. 멋진 재능. 준수한 외모. 영 앤 리치. 어린 나이에 많은 것을 경험하고, 큰 인정을 받고, 필요 이상의 돈을 가진 청년. 대마초를 비롯한 온갖 종류의 마약을 짧지 않은 기간 동안 투약했다. 유아인을 동정하지도, 욕하지도 않는다. 똑똑하고 조리 있고 이성적으로 말도 잘하는 유아인은 왜 마약을 시작했을까. 마약은 시작하면 끊기 어렵다는 것을 몰랐을까?
힘들어서 그랬을 것이다. 동정하는 것이 아니다. 30대 중반에 소위 성공했다. 먹고사는 걱정 끝. 좋은 집, 좋은 차. 많은 팬. 그들의 사랑과 지지. 주변의 인정. 멋진 배우라는 직업까지. 욕구계단의 가장 높은 자아실현까지 초고속으로 이룬 것처럼 사람들은 그를 보았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는 공허했다. 텅 빈 마음이 도무지 채워지지 않았다. 그래서 슬프고, 아팠을 것이다. 매슬로우가 말한 자아실현은 가볍지 않다. 단순하게 되고 싶은 내 모습 정도가 아니다.
매슬로우는 자아실현을 말할 때, 자신만이 가진 독특한 능력을 충분히 이용하여 가능한 한 자기가 될 수 있는 최고의 사람이 되는 것이라고 정의한다. 화가는 그림을 그려야 하고 음악가는 음악을 해야 하고 시인은 시를 써야 한다는 것. 자기가 누구인지를 바로 알고, 자기답게 사는 과정자체가 인생의 목적이라는 말이다.
작곡가 유희열의 표절 의혹으로 최근 다시 주목받았던 일본의 작곡가 류이치 사카모토. 지난 3월 28일 세상을 떠났다. 2020년 암이 발병하고, 치료를 받으면서도 틈나는 대로 마지막이 될 수 있는 자신의 음악작업에 몰두했다고 알려진다. 2022년 시한부 6개월을 선고받았다. 2022년 12월 11일 도쿄 NHK 스튜디오에서 마지막 앨범을 녹음하고, 그곳에서 만난 대중들에게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겠다”라고 인사했다. 그는 음악으로 말하는 사람이었고, 음악을 만들었고, 음악을 만들면서 죽었다. 남은 6개월 동안 자기 소명을 따라 자기답게 살다가 떠났다. 자신이 사는 이유와 목적을 알았기 때문에, 죽음 앞에 초연할 수 있었고, 마지막까지 해야 하는 일이 무엇인지 분명하게 알지 않았을까.
니체는 말했다. "목적이 없는 사람들은 공허함을 그들의 목적으로 만든다(Basic Writings of Nietzche)." 반대로 그는, 살아야 할 이유가 있는 사람은 모든 것을 견딜 수 있다고 말했다 (He who has a why to live for can bear almost any how.) 윤정구 교수님이 인용한 번역이 더 와닿는다.
사람이 목적을 잃으면 온갖 미친 짓에 몰두하기 시작한다.
- 니체
니체는 알았다. 유아인이 분명한 목적이 없으면 온갖 공허한 것을 목적 삼아 몰두할 것이라는 것을 그는 알았다.
유아인에게 연기는 무엇이었을까. 당연히 연기하는 것이 좋았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에게 연기하는 것 자체가 목적이었으면 마약이 필요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연기하는 것만으로도 삶이 너무 충만했을 테니 말이다. 좋은 재능을 가진 배우가 이번 기회에 자신을 천천히 돌아보는 시간을 가졌으면 좋겠다. 어렵게 돌아왔지만, 이제라도 스스로에게 물어보고, 발견할 수 있으면 좋겠다. 이런 영향력을 가진 배우가 나중에 연기자체로 의미를 갖게 되었다고 말할 수 있으면 좋겠다. 멋진 연기가 주는 보상도 물론 감사하지만, 이렇게 연기할 수 있는 것 자체가 너무 기쁘고 만족스럽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