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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경원쌤 Jun 06. 2021

고요함과 반짝임이 있는 수업 2

교사교육과정

교사의 철학


“중간고사 준비기간에 아들이 ‘저는 누구를 이기고 싶진 않아요. 그냥 공부를 잘하고 싶어요’라고 하더라고요. 자기보다 잘하는 친구보다 잘할 자신이 없어 그렇게 얘기했는지 몰라도 저는 아들의 말이 무조건 좋았습니다. 그렇게 얘기 하는 아들을 기특하게 바라보았지요. 컴퓨터와 스마트폰 사용 등으로 넘쳐나 는 정보와 지식들로 머리는 커져 가지만 가슴은 비어 가는 현실 속에서 참교육이란 따뜻한 감성을 채우는 것이고, 이러한 교육이 진정 따뜻한 세상을 만 드는 교육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선생님의 교육 철학이 나비효과가 되어 계속 퍼져 나갔으면 하는 생각이 한적한 일요일 아침에 문득 들어 적어 보았네요." _ 엄마 드림


교사의 철학은 무엇이고 무엇이어야 하는 걸까요? 저의 무엇이 철학이 되어 주변에 영향을 주는 것일까요? 저의 이런 질문에 대한 답을 찾던 중 어쩌면 철학이라고 하는 것은 특별한 것이 아닐 수 있다는 생각을 했답니다.


‘옳은 말을 살리되 그렇지 않은 말은 꺾고,

생명을 살리는 말은 살리되 생명을 위협하는 말은 꺾고,

진심이 담긴 말은 살리되 껍데기만 번지르르한 말은 꺾는다.

그래서 우리의 삶에 옳은 말,

생명을 살리는 말,

진심이 담긴 말이 넘쳐나 밝은 삶을 영위하도록 하는 것.’


제가 2020년에 쓴 ‘학급의탄생’에 나오는 철학에 대한 저만의 생각입니다. 철학이라는 무언가 대단한 것이 저에겐 그저 바르게 생각하고 살아가기위해 제가 하는 말 한마디를 소중히 하는 것과 같답니다. 그래서 아이들과 생활 속 이야기를 할 때건, 아이들과 수업을 할 때건 제가 하고자 하는 말을 잘 가려서 하기위해 노력하고 있답니다. 그리고 말을 가려서 하기위해선 결국 각 단어가 가진 개념에 대해 저만의 구별이 있어야 하겠다 생각하고 있지요. 이런 생각속에서 저만의 교육에 대한 생각들이 싹을 틔웠고 그것이 지금의 제 수업이고 제가 하고자 계획하는 교육과정이 된 것 같습니다.


수업을 열심히 한다는 것은 무엇을 열심히 하는 것일까?


우리는 흔히 수업을 열심히 준비하고 수업에 최선을 다합니다. 당연히 교사이니까요. 그런데 수업을 열심히 준비하고 한다는 것은 무엇을 말하는 것일까요? 혹시 아이들에게 가르쳐야 할 교과이자 아이들이 학교에 나와서 수행해야 할 교과를 열심히 알려주는 것이 수업에 최선을 다하는 것이라 생각하시나요? 네 맞습니다. 저도 동의해요. 그런데 문제는 그것만이 전부인 수업은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도 생각해야 한다 생각했어요. 사실 우리가 교과의 종류나 가르쳐야 할 내용이 너무 많다거나 도달해야 할 수준이 어떻다거나 하는 이야기를 하며 수업을 이야기하는 경우가 많죠. 그런데 조금만 더 진지하게 수업을 들여다본다면 교과의 내용이나 수준보다 더 중요한 것이 수업엔 있음을 알 수 있지요. 바로, “관계”말이죠. 수업을 열심히 한다는 것은 그 속에서 얼마나 다양한 관계를 말들 수 있느냐가 관건이 되는 것이죠.


배움의 질은 교사와 학생의 관계의 질


교사는 교사로써의 삶에 충실하기위해 노력하지요. 학생들인 아이들도 학생으로써 자신이 해야 할 일에 집중하기위해 노력합니다. 노력한다고 해서 그 결과나 상태가 항상 좋을 순 없지만 중요한 것은 교사나 학생 모두 자신에게 맡겨진 역할에 충실하기위해 노력하는 것은 사실이라 봐도 좋다 생각해요. 그런데 처음엔 교사와 학생의 관계만으로 충분할 것처럼 보이던 관계가 시간이 지날 수록 충분치 않음을 깨닫게 되는 것 같아요. 학년 초 그렇게 빛나던 눈빛이 시간이 지날 수록 흐려지는 것도 그렇고 학교에 입학한 초기에 그렇게 적극적으로 손을 들며 발표하던 아이들이 점점 줄어듬을 보았을 때 말이죠. 교사와 학생의 관계만으론 설명할 순 없는 무엇인가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하기 시작하는 것은 교사라면 누구나 겪는 숙명같은 일이지 않을까요? 저 또한 이 순간을 맞이했고 이것에 대한 해답을 찾기위해 노력하기 시작했죠. 그리고 제가 찾은 해답은 다음과 같았답니다.


교사의 고민과 학생의 고민이 수업이 되는 길



눈에 보이는 교사와 학생의 관계를 넘어 교사 자신의 삶과 학생 자신의 삶이 만나야 한다는 것을 말이죠. 교사도 학생도 교사와 학생이라는 역할을 넘어 같은 시대를 살아가는 삶의 주체임을 서로 자각하고 공유하는 것이죠. 사실 이런 관계는 그동안의 교실 문화완 많이 다를 수 밖엔 없는 관계이죠. 항상 교사는 무엇인가를 알려주는 사람이었고 학생들은 무엇인가를 배우는 존재였다면 같은 시대를 살아가는 삶의 주체로 만날 땐 서로 같은 선상에서 만나야 할테니까 말이죠. 교사는 교사라는 껍질을 벗어내고 아이들의 삶 속에 스며들어야하고, 아이들 또한 학생이라는 굴레를 벗어던지고 자신들의 세상으로 들어온 한 사람의 어른과 함께 생활할 때 진정 수업이라는 것이 시작된다고 생각한답니다. 이런 관계가 되었을 때 교사의 고민이 수업이 되고 학생의 고민이 수업이 될 수 있다 생각해요. 그리고 그것이 바로 앎이 삶이 되는 수업이 되겠지요. 이런 생각의 시작엔 결국 교사이자 한 사람의 사람으로 살아가는 저만의 고민이, 저만의 철학이 있었다 생각한답니다. 교사의 철학은 그래서 중요한 것 같아요.


앎이 삶이 된다는 것


“모든 경험은 자신이 경험하지 못한 것일 순 없다. 자신이 경험하지 못한 것은 사유되지 않는다.” - 한나 아렌트


제가 교사와 학생의 관계에서 인간적인 부분만을 강조하는 것은 아닌지 생각하신다면 오해이십니다. 전 아렌트의 말처럼 우리가 무엇인가를 알아가는 과정도 무척 중요하다 생각하거든요. 경험하지 못한 것은 사유되지 않는다는 것은 우리가 교과에 대해 공부하고 배우는 중요한 이유이기도 하니까요. 교과별로 담겨있는 핵심적인 내용들을 익히지 못한다면 어떤 생각도 싹틀 수 없다고 저도 생각한답니다. 그래서 각 교과에서 다뤄야 하는 핵심개념에 대해 누구보다 열심히 공부하고 있다는 사실은 비밀아닌 비밀인것이죠. 단지 앎이 삶이 되기위해선 좀 더 세밀하게 우리가 현재 다뤄야 하는 교육의 모습을 분석해 볼 필요가 있었어요. 그래서 이런 생각을 해 보았어요.



식물을 키위기위해 우리는 화분을 만들죠. 그런데 만들어보신 분들은 아실겁니다. 화분을 만들 때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는 물이 잘 빠져나갈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함을 말이죠. 그래서 보통 큰 돌을 맨 아래 두고 그 다음엔 조금 작은 돌 그리고 그 윗쪽으로 고운 흙을 넣어서 그곳에 씨를 심어둡니다. 그렇게 해야 물을 줘도 물이 잘 빠져나가서 씨앗이나 뿌리가 썩는 일이 없으니까요. 그런데 이렇게 물빠짐이 좋아야 하는 것이 우리의 수업과 닮아있다 생각했어요. 우리의 수업도 수많은 내용들이 쏟아져들어오고있죠. 무슨 무슨 교육을 하라는 지침은 왜 이렇게 많은지, 교과는 줄어들기는 커넝 더 세분화되는 추세이기도 하고요. 이런 시대의 교사들은 바쁠 수 밖에 없어요. 다양한 내용들을 효과적으로 다루기위해 다양한 연수와 연구를 해야 하거든요. 그런데 거기서 한발 더 나아간 분들도 있어요. 바로 수많은 내용이 쏟아지고 그 속에서 효과적인 공부법을 찾기위해 노력하면서 동시에 왜 우리가 이렇게 공부해야하는질 고민하는 분들 말이죠. 저 또한 얼마전까진 왜 이런 배움이 필요한지 진지하게 고민하고 해결책을 찾으러 노력하던 사람 중 한사람이었어요. 그런데 쉽지 않았죠. 무엇인가 해결될 것 같으면서도 답은 보이지 않는 듯한 답답함. 그러다 어느날 알게 되었어요. 바로 제일 처음에 들어가고 가장 낮고 보이지 않는 곳에 필요한 큰 돌이 있어야 한다는 것을 말이죠. 바로 ‘누구’라는 돌덩이가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 된 것입니다. 결국 지금 내가 어떤 사람으로 살고있고, 앞으론 어떤 사람으로 살고 싶은지가 필요하다는 것을 생각했어요. 그랬을 때만 삶이 앎과 만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답니다.


쓰레기통 옆자리


수업은 화려할 수도 있지만 기본적으론 우리가 맨날 먹는 밥과 같다 생각해요. 특식이 아닌 일반식이지만 오랫동안 먹을 수 있는 음식 말이죠. 남을 의식하는 것이 아닌 자신을 들여다보고 아이들 또한 자신을 돌아볼 수 있도록 하는 시간이 수업이라 생각하는 것이죠. 그런 의미에서 교사는 가장 낮은 곳에서 가장 빛날 것 같지 않은 일을 하는 사람이라는 생각을 해요. 그래서일까요? 우리반 쓰레기 청소 담당은 항상 제가 된답니다. 그리고 교실 청소도 일년 내내 당번은 제가 되고요. 가끔 선생님이 혼자 애쓰신다고 함께하는 친구들이 나타날 때면 너무 고마운 마음 가득하답니다. 수업도 그렇다 생각해요. 최선을 다해 준비하지만 수업에 들어가서는 그 순간 아이들과의 호흡에 자연스레 맡겨야 해요. 수업의 흐름이 목표에서 벗어나더라도 다시 목표로 자연스럽게 안내되어지고 그 속에서 우리가 익혀야 할 요소들을 자연스럽게 아이들의 입에서 나올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수업인 것이죠. 화려한 ppt나 활동적인 수업이 아니더라도 가능한 수업 말이죠. 그러다보니 깨닫게 되었어요. 제가 어떤 존재인질 말이죠. 아이들에게.



전 제가 아이들에겐 괴물과 같은 존재라는 것을 깨닫고 나서야 제가 하는 수업을 제대로 바라볼 수 있었어요. 그리고 더욱 제가 하는 말 한마디, 행동 하나도 조심하려고 노력하고 있지요. 물론 쉽진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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