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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경원쌤 Aug 11. 2021

인간이 아닌 존재와 우리는 얼마의 시간을 보내고 있나요

#생명 #존중 #생태 #아침 #나들이

헌법 제1장 "우리는 인권이 우선인 민주환경공화국이다."



2021학년도 6학년 3반 헌법

올해는 그동안 시도하지 않았던 학생자치 활동의 구체적인 활동을 구상하고 실행한 해가 되었답니다. 코로나로 어려운 상황이었지만 아이들이 가진 힘을 믿고 진행한 수업이었죠. 역시나 아이들은 성장의 욕구를 수업을 통해 고스란히 드러내 주었고요. 

학생자치를 6학년 사회교과의 민주주의와 연결하였기에 민주주의 제도와 더불어 국가의 조직체계를 공부하게 되었고, 이 모든 것의 기초가 되는 헌법을 알게 되었답니다. 실제 우리나라 헌법을 살펴보며 공부했답니다. 그리고, 우리만의 헌법을 제정하고 실천하기로 결정! 그 헌법의 제1장이 바로 '인권이 우선인 민주환경공화국' 이랍니다.

실제 우리나라 헌법엔 '민주공화국'이라는 말로 되어있지요. 하지만 우리가 결정한 우리의 헌법엔 '환경'이라는 말이 들어가 있답니다. 왜냐고 물어보신다면... 아무래도 교사의 의지가 담겨있다고 할까요? 

그러면 왜 이런 의지를 담게 되었는지 설명이 필요하겠네요.


전 환생교 교사입니다.


환생교? 처음 이 말을 들은 분들 중에는 제가 무슨 종교에 빠져있는지 착각하시기도 한답니다. 음... 종교 비슷하다고 할까요? 그만큼 믿음을 요구하기도 하니까요. 하지만 여기서의 믿음은 신에 대한 믿음이라기보다는 자연에 대한 믿음, 모든 생명에 대한 믿음이라고 해야 할 것 같습니다. 네, 환생교는 '환경과 생명을 지키는 전국 교사모임'의 줄임말이거든요.

2005년 말, 주변의 선생님들께서 우연을 가장한 강압(?)으로 접하게 된 환생교는 첫날부터 저에게 큰 충격을 주었죠. 그리고 그 충격을 활동할 때마다 받았던 것 같아요. 어떤 충격을요? 그동안 제가 가졌던 시야의 좁음을 인정해야 하는 충격, 생명의 무게가 모두가 같다는 아주 평범하지만 중요한 진실을 깨달을 수 있었던 충격, 내 주변의 모든 일들이 연결되어있음을 자각하는 충격 말이지요. 그 충격들이 저를 깨우고 저를 세워주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저를 더 잘 알게 되기도 했고요. 그런데 말이지요. 교사는 이런 경험을 하고 나면 꼭 하는 일이 있답니다. 그건 바로!


아! 제자들과 이런 경험을 나누고 싶다!

제자들과 만나 살아가야 하는 교사는 누구나 그럴 거예요. 자신이 경험한 좋은 것은 아이들과 나누고 싶어 하지요. 교사에게 다양한 경험이 필요한 중요한 이유이기도 하답니다. 저 또한 교사이기에 아이들과 이런 제 마음을 나누고 싶었어요. 어떤 해엔 교육과정에서 이런 내용을 다룰 수 있기도 했지만 어떤 해엔 이런 내용을 다루기에 적절한 교육과정 내용이 없을 때도 있었죠. 그래서 교육과정과는 상관없이 다룰 수 있는 방법을 찾았어요. 그것이 바로 '아침 나들이' 활동이랍니다.


아침 나들이


2006년부터였던 것 같아요. 매일 아침 학교에 도착하면 바로 교실로 들어가지 않고 학교 주변을 한 바퀴 걷고 들어가는 활동을 했어요. 물론 그렇게 하려면 원래 출근시간보단 20여분 정도 일찍 학교에 나가야 했지만 그래도 좋았어요. 그 자체로 저에게 힘이 되었으니까요. 이렇게 시작된 활동에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반응했답니다. 


"선생님, 뭐하세요? 저희도 같이 걸어도 되나요?"
"그럼, 대환영이지."


2008년 아침 나들이 사진


2009년 소년 신문에 소개된 내용


2015년 아침 나들이
2015년 아침 나들이

이렇게 시작된 아침 나들이는 꼭 우리 반이 아닌 아이라도, 다른 학년의 아이라도 함께 걸을 수 있었답니다. 이렇게 매일 학교를 걷기 시작한 일이 하루도 빠지지 않고 진행되었어요. 2006년부터 2019년까지 말이죠. 단 하루도 빼먹지 않고요. 그런데.... 


아침 나들이의 멈춤!


14년을 하루도 빠지지 않고 진행되던 아침 나들이가 코로나로 멈췄답니다. 학교에 나가는 날이라도 체온 측정과 소독이 먼저였지 학교 주변을 어슬렁 거리며 걸을 수 없었어요. 걸어도 안될 것 같았거든요. 코로나는 그 자체로 충격이었지만 제 생활의 가장 중요한 일상 하나를 바꿔놓았답니다. 그렇게 아침 나들이는 2020년 통째로 실행하지 못했어요. 그리고 2021년엔 새로운 학교로 출근을....


아침 나들이의 새로운 시작!


1년이라는 시간이 훌쩍 지나버렸고 그 사이에 아침마다 하던 일을 잊어버린 사람처럼 지냈던 것 같아요. 그 당시엔 코로나에 대한 두려움이 컸던 탓에 행동으로 옮기지 못했었죠. 하지만 코로나의 상황이 한 두 달 만에 끝나거나 예전과 똑같은 상황이 될 수 없음을 생각하게 되었고 지금의 상황에서 할 수 있는 해야 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어요. 그래서 아침 나들이를 새롭게 시작하기로 했지요. 그 마음을 새롭게 하는데도 시간이 걸렸어요. 하지만 드디어!


"음. 선생님이 아침에 학교에 나오면 학교 주변을 한 바퀴 돌면서 걷는데 혹시 같이 할 친구가 있을까? 물론 적절히 거리를 두고 걷기만 할 거야. 마스크 쓰고. 그래도 좋다면 나오렴."


아이들도 조심스러운 상황이라 누가 나올지 알 수 없었어요. 그리고 아무도 나오지 않더라도 혼자 걷겠다 생각하고 있었지요. 그런데

2021년도 처음으로 아침 나들이에 나온 친구

한 명의 친구가 선생님과 함께 걷겠다고 나왔답니다. 얼마나 기뻤던지. 그 오랫동안 매일 하던 일상을 조금은 되찾은 느낌이 들었어요. 


아침 나들이에선 무엇을 하나요?


기본은 그냥 걸어요. 말도 많이 필요하지 않아요. 그저 내 주변의 자연과 공감하며 걷기를 하는 거예요. 공감한다는 말이 어려울 수 있는데 그냥 주변의 모든 것을 내 친구인 것처럼 대하면 된다고 할까요? 만나는 모든 것과 마음으로 인사 나누면 되거든요. 그리고 이렇게 사진도 찍어가면서 말이지요. 사진은 그 자체로 찍는 사람의 마음을 담는다고 하잖아요.

코로나로 아파하는 우리 모두의 모습 같아서 한 컷

아침 나들이의 장점이라면?


조용히 아침을 시작할 수 있어요. 자신을 더 들여다볼 수도 있고요. 그 전날 무슨 일이 있었건 새로운 마음으로 시작할 힘을 주는 것이 아침 나들이 같아요. 아침 나들이를 하며 떠오른 생각이 수업으로 이어지기도 하지요.

아침 나들이의 모습이 그대로 내 수업의 모습이 되어요.


2021년 1학기의 아침 나들이


4월 동안 찍었던 사진들

3명의 친구들이 나와서 너무 기뻤어요. 15일 아침
23일
26일
27일
28일
29일 - 떨어져 있지만 그래도 아름다운 꽃임을 잊지 말기를

아이들이 등교하는 날엔 급한 마음에 아침 나들이를 하지 못했어요. 아마 1년을 하지 않다 보니 약간 습관이 깨져있었던 것 같아요. 5월부턴 안정적으로 매일 아침 나들이를 하기 시작했어요. 그리고 아이들이 등교하지 못하는 날엔 아침 나들이 때 찍은 사진을 올리며 아이들에게 제 이야기를 해 주었어요.


"인간이 아닌 존재와 하루에 한 번은 시간을 보내보자!"


하루 한 번은 자연 속 친구들과 인사하자는 말과 함께요.


5월의 아침 나들이 

3일
4일 - 아이들이 가장 크게 반응한 사진 한 장
10일
11일
12일
14일
17일 - 거미줄에 달린 이슬을 담으려 노력했어요
18일
20일
21일
24일
25일
28일
31일

아이들 밴드에 사진과 간단한 글을 올리며 동시에 부모님들 밴드에도 글을 공유하기 시작했어요. 인간이 아닌 존재와의 만남은 아이들에게만 필요한 것은 아닐 테니까요.


6월의 아침 나들이 


부모님들은 아이들보다 더 적극적으로 반응해 주셨답니다.

학부모 밴드에서의 반응들

아이나 어른을 떠나 우리 모두가 함께하는 생태생명교육의 시작이라 할까요? 생명 생태교육은 누구에게나 평생 필요한 것이라 생각하거든요.

어떤 날엔 학교의 모습을 올리며 같이 생각할 거리를 글로 써요.


만약 우리 주변에 벌이 사라진다면 지구는?
왜 나무들은 가지치기를 해 주어야 할까?

와 같은 이야기들을 말이지요.
밴드에 글과 사진을 함께


1일
2일
4일
7일
8일
9일
11일
14일
15일 - 비 오는 날 풍경
16일 - 맑은 날 풍경
17일
18일
21일 - 당당한 모습에 반해서
22일
23일
24일
28일
29일 - 아침부터 학교 운동장 정리 중인 분들의 노고를 잊지 않기 위해


7월의 아침 나들이


7월 7일 날은 아주 멋지고 재밌는 사진을 찍을 수 있어서 더 특별했답니다.

1일
5일
6일 - 새로 난 싹의 색이 다름을 알 수 있어요. 새롭다는 것은 완전히 없던 곳에서 나오기도 하지만 이렇게 기존의 것을 바탕으로 나온다는 것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한 모습이었죠.
7일 - 누가 진짜 사마귀일까요? 재미있는 행동을 하는 친구가 즉석에서 사마귀와 겨루던 순간
8일
9일
12일 - 파리매다!
13일
15일 - 내가 개미라면 이렇게 보이겠죠?
16일
20일 - 이날 하늘은.... 정말
21일
22일

1학기 아침 나들이를 정리하며

매일 아침, 자신만의 시간을 갖는 것은 한 사람의 삶에 더없는 풍요로움을 줄 수 있다 생각해요. 짧게는 10여분이면 가능한 활동이라 생각하고요. 이 활동을 통해 자연스럽게 인간이 아닌 존재들과 소통하며 마음을 나눌 수 있다 생각한답니다. 이런 제 마음을 밴드에 사진과 글을 공유하며 나누고 있어요. 여러분도 2학기에 한 번 도전해 보시지 않으실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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