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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경원쌤 Aug 03. 2018

어른?

교사의 탄생

어린이, 어른, 어르신의 의미 알아보기


얼! 


“우리는 민족중흥의 역사적 사명을 띠고 이 땅에 태어났다. 조상의 빛난 얼을 오늘에 되살려, 안으로 자주독립의 자세를 확립하고, 밖으로 인류 공영에 이바지할 때다. 이에, 우리의 나아갈 바를 밝혀 교육의 지표로 삼는다.” 


어디선가 많이 본 내용일 것이다. 국민교육헌장의 첫 부분이다. 1968년 12월 5일 〈국민교육헌장〉을 제정·선포한 이후 학교에선 이것을 외워야지 선생님에 게 혼나지 않던 시절이었다. 하지만 1994년 이후론 사실상 학교에서 국민교육헌 장을 외우지 못했다고 질책하는 일은 없다. 국민교육헌장에 대한 논의야 세상 사람들의 여러가지 시각에 따라 갈리겠지만 학교의 역할에 대한 깊이 있는 성찰이 필요하다는 점은 분명하다. 학교의 역할을 사회 기능적 측면에서만 보지 말고 아이들의 입장에서 본다면 학교는 어떤 곳일까? 아니, 어떤 곳이어야 할까? 이 이야기를 위해 먼저 ‘얼’에 대한 이야기를 해야겠다. 


얼 : 정신의줏대 


표준국어대사전엔 이렇게 한 줄로 얼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한 줄뿐이라서 어려워 보일수 있지만 실제 우리의 삶 속엔 이 ‘얼’이라는 단어가 많이 사용되고 있다. 


‘얼빠진, 얼간이’ 등 


왠지 나쁜 뜻으로 사용되는 것 같다. 하지만 좀 더 넓혀보면 다른 단어에 도 ‘얼’이 사용된다. 《우리말의 비밀》(이승헌, 한문화, 2013)이라는 책에는 이런 내용 들이 나온다. 대표적으로 ‘얼굴’이라는 말에도 얼이 사용되고 있는데 내용을 풀어보자면 ‘얼이 깃들어 있는 굴’이라는 뜻이라고 한다. 앞에서 얼의 뜻이 정신의 줏대 즉 정신의 핵심이라고 했는데 그것과 연관시켜 살펴보면 왜 사람들이 자신의 얼굴에 그렇게 많은 관심을 가지고 공을 들이는지 이해가 되는 부분이다. ‘어리석다’라는 단어도 ‘얼이 썩었다’는 의미라고 한다. 언어학적으로 검증된 이야기는 아닐지 모르지만 우리 민족의 말 속에 숨어있는 의미를 이해하는 부분에선 좋은 참고가 된다. 더군다나 ‘얼’이라는 말은 어린이와 어른, 그리고 어르신이라는 단어 속에도 있다고 한다. 


어린이 : 얼이 아직 더 성장해야 하는 사람 혹은 얼이 어리기 시작한 사람 

어른 : 얼이 이미 큰 사람 

어르신 : 얼이 커서 신이 되는 사람 


  학술적으로 의미가 있다 없다를 따지기보다 우리가 사용하는 일상적인 말 속 에 ‘얼’이라는 우리말이 존재하고 있다는 것 자체가 소중하다. 앞에서 이야기한 국민교육헌장에서도 ‘조상의 빛난 얼을’이라는 부분이 나오는 것을 보면 우리에게 ‘얼’은 한자어에서의 ‘정신’이라는 말과는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우리가 만나는 학생들은 당연히 ‘어른’이나 ‘어르신’이 아니다. 모든 학생을 ‘어린이’라 부르는 것이 어색할지도 모르지만 ‘얼’로 말한다면 아직 어른이 되기 전이니 그렇게 불러야 할 것 같다. ‘어린이는 아직 어른이 아니다’라는 것에 동의하지 않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아직 어른이나 어르신이 아닌 학생들은 얼을 성장시켜야 하고 얼이 완전하지 않다. 그래서 불안하다. 결국 아이들이 불안함을 느끼는 것은 당연한 일이고, 그 당연함을 인정하고 불안함을 이겨낼수 있도록 해야하는 곳이 학교다. 아이들은 학교라는 곳에서 얼이 이미 큰사람인 어른을 만나서 함께 지내는  것이다. 학교는 어른이 있는 곳이고, 그래서 나의 불안함을 붙잡을 수 있는 곳 이어야 한다. 

현재 우리의 교육이, 우리의 학교가, 우리 교사들이 이런 불안함을 이해하고 함께 있어주고 있는 것이 확실한가?



"어른"의 개념과 "어린이"의 개념을 가지고 수업을 개발하고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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