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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경원쌤 Jun 01. 2020

생명생태교육과 교육과정

환생교 교사로 살아가기

환생교 교사의 융합을 통한 생태수업


“전 아주 특별한 단체에 소속되어있습니다. 혹시 ‘환생교’라고 들어보셨나요?”


선생님들과 이야기를 나눌 때 가끔 이런 농담을 하곤 합니다. 선생님들 중에는 환생교라는 말을 듣는 순간 종교단체를 생각하시는 경우도 있어서 곤란해하는 표정을 짓기도 하시지요. 하지만 다시 환생교가 어떤 곳인지, 무엇의 약자인지 설명드리면 아주 환하게 웃으시곤 하십니다. ('환경과 생명을 지키는 교사모임'의 줄임말이 '환생교'입니다.)


환생교 교사로 살아가기


2005년 겨울입니다. 그때까지 생명생태교육은 제 머릿속에서 관념적으로 존재하던 부분일 뿐이었습니다. 그저 막연한 희망과 기대가 전부였죠. 하지만 환생교에 들어가 만난 생명생태교육은 관념이 아니라 현실이었고 그 현실 앞에 작고 한없이 연약한 인간의 모습을 직시할 수 있었습니다. 제가 만난 생명들은 어느 것 하나라도 소중하지 않은 것이 없었으니까요. 이렇게 소중한 생명들이, 이렇게 멋진 생명들이 이미 제 주변에 함께하고 있었음을 이제야 알게 된 것이 부끄러웠습니다. 제 교사 인생의 가장 중요한 터닝포인트는 단연코 환생교와 함께하는 시간과 함께합니다. 


존재를 인식하게 만드는 생명생태교육


제가 환생교에 큰 의미를 두는 이유 중 가장 큰 것은 생명에 대한 느낌을 가질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환생교 이전에도 생태교육이라는 연수를 받았었지만 생태교육은 말 그대로 생태교육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습니다. ‘생태=과학’이라는 등식 속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보니 식물과 동물과 같은 우리 주변의 생물들에 대한 구조적인 부분과 네이밍에 집중할 수 밖엔 없었던 것 같았습니다. 하지만 환생교는 조금 달랐습니다. 생태적인 부분에 대한 해박함은 당연했고 그것에 대해서도 많은 것을 알게 된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그것이 앞장서지 않았습니다. 구조를 알게 되는 것보다 일단은 생명에 대해 느끼고 생각하며 생명의 소중함과 아름다움을 나누는 것이 환생교의 생명생태교육이었습니다. 환생교가 아니었다면 생명의 소중함을 이렇게 깊이 받아들이고 살아갈 수 있었을지 모르겠습니다. 생명의 소중함을, 자연의 존재를 깊이 느꼈기에 생태적인 내용들에 대해서도 더 빠르고 깊이 받아들일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환생교의 생명생태교육은 모든 교사에게 아니 모든 사람들에게 필요한 교육이라 믿습니다. 


학교에서의 생명생태교육


자연인 이경원의 생명생태교육이 저에게 큰 영향을 주었다면 교사 이경원은 어떤 일을 해야 했을까요? 교사이기에 이런 제 마음과 느낌을 아이들과 나누고 싶었습니다. 아마 환생교 교사라면 누구나 고민하고 실천하는 내용일 것입니다. 저 또한 어떻게 해야 아이들과 이런 느낌들을 함께 할 수 있을지 고민했고 그 고민의 해법으로 몇 가지 활동을 학교에서 하고 있습니다. 크게 세 가지 활동을 진행하는데 두 가지는 학교교육과정과는 상관없이 진행되는 활동이고 한 가지는 학교교육과정 속에서 진행되는 활동입니다. 특히 학교교육과정 속에서 진행되는 생명생태교육은 융합적인 방법으로 진행되었습니다. 


융합적인 생명생태교육


인간의 성장에 가장 필요한 것을 한 가지 꼽으라면 무엇일까요? 만약 성장에 가장 필요한 것을 교과로 가르칠 수 있다면 어떤 교과가 가장 중요한 교과일까요? 세상에서 말하는 주지교과가 가장 중요한 교과일까요? 아니면 인간의 삶을 풍요롭게 해 주는 예술교과일까요? 전 이런 물음에 대한 해답(정답이 아닌 해답)으로 모든 것이 골고루 필요한 것이다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어느 특정한 분야의 특정 지식이 필요할 수 있지만 그것이 우리의 삶 전체를 대변해 주지 못할 테니까요. 결국 인간은 종합적인 존재이고 종합적이기에 교육도 닮아있어야 한다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학교교육과정을 운영함에 있어 교과별 구조적인 접근이 아닌 인간의 삶을 생각하며 종합적인 모습이어야 한다 생각합니다. 생명생태교육도 마찬가지입니다. 결국 인간의 삶이 자연과 함께할 때 종합적인 접근이 있을 때라야 좀 더 깊이 그리고 의미 있게 접근하고 만날 수 있다 생각하니까요.


6학년 융합수업 “자연과 함께하는 우리”


2010년부터 시작된 융합교육 - 주제중심교육과정


어느새 10년이 넘었네요. 이렇게 융합적인 교육을 아이들과 함께 해 온지요. 이런 융합수업의 장점 중 저에게 가장 의미 있는 것은 융합수업을 통해 아이들과 함께하는 이야기 속에 살아갈 수 있었다는 점입니다. 수업시간과 학급에서 보내는 시간, 심지어 방과 후까지 말이지요. 거대한 이야기 속에선 모두가 자신의 역할을 맡아야 하고 이야기를 진행해 나가야 하니까요. 이렇게 아이들과 만나서 생활하는 제 자신이 좋아서 힘들지만 지금도 계속해서 힘을 낼 수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자연과 함께하는 우리’ 수업은 2009개정교육과정 중 6학년 교육과정이 기반이 된 수업이었습니다. 마인드맵을 보면 역사적 내용을 다루는 부분이 보이는데 그것은 2009때 6학년 1학기 사회교육과정이 역사 분야였기 때문입니다. 현재 2015에선 다시 5학년으로 내려가고 6학년 1학기에는 일반사회 분야와 역사 분야(근현대사)가 섞여 있습니다.  


융합교육과정 속 핵심은?


몇 년 사이에 전국적으로 융합수업에 대한 관심과 요구가 번져나갔습니다. 많은 학교들과 교사들이 시도하고 의미를 찾아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한편에선 이런 융합교육이 가진 아쉬운 부분도 이야기합니다. 교과별 특색이 옅어진다거나, 중요한 내용을 제대로 다루지 못할 것이라는 이야기 말입니다. 저의 경우 10년을 넘게 융합교육을 하며 교과서를 거의 사용하지 않고 있지만 그로 인해 교과의 특색이, 중요한 내용을 빠뜨렸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것을 객관적으로 증명할 순 없지만 졸업한 아이들을 보면 알 수 있었으니까요. 아이들은 자신들이 공부했던 부분들을 오랫동안 기억하고 있었고 그 기억들을 활용해 다음 학년, 다음 학교에서 적응하며 잘 살아가고 있었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무엇이 이런 이야기를 만들어 낸 것일까요? 어쩌면 우리 스스로 각 교과를 이해하는 방식에 대해 고민해야 할 부분이 있다는 생각입니다. 각 교과별로 중요한 내용을 잘 요약하고 전달하고 외우면 그것이 모든 것인 양 생각하는 부분 말입니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요? 교과 속 지식들이라 불리는 것들이 분석적인 접근으로 하나씩 다뤄주면 과연 아이들에게도 그런 식으로 받아들여질까요? 전 교과의 이해를 다르게 생각하고 적용하고 있습니다. ‘자연과 함께하는 우리’라는 주제에서 핵심은 자연이라는 존재를 온전히 느끼는 것이었고 그것이 제대로만 될 수 있다면 아이들은 각 교과에서 다루고자 하는 것을 더 깊이 이해할 수 있는 마음을 가지게 된다고요. 제가 경험했던 환생교에서의 경험과 마찬가지로 말이지요.


받아들일 때 의미가 생기는 교육


자신과 아무런 관련 없는 것을 공부한 경험은 누구에게나 있을 것 같습니다. 특히 우리나라에선 수학교과가 이런 오해(?)를 많이 받고 있지요. 도대체 왜 이런 문제를 풀어야 하는지 모르겠다며 수없이 많은 학생들이 불평을 늘어놓으니까요. 이런 마음으론 아무리 교과 속 내용을 외우고 이해한다 하더라도 시험이라는 절차가 끝나면 머릿속에선 깨끗하게 지워질 뿐입니다. 그것을 받아들일 마음이 없는데 억지로 집어넣으면 오히려 부작용만 가득 해지는 것과 같지 않을까요? 그래서 어떤 주제를 하건 그 주제에서 핵심이 되는 마음을 아이들과 잊지 않으려 노력하고 그것을 통해 아이들이 자신들이 공부하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스스로 찾아보도록 합니다. 이런 의미에서 ‘자연과 함께하는 우리’에선 자연과 인간이 “함께”한다는 것에 초점을 맞추었습니다. 


함께한다는 것=서로를 길들인다는 것


어린왕자 이야기엔 어린왕자가 지구에서 만나는 존재들에 대한 이야기가 나옵니다. 특히 여우와의 만남엔 중요한 의미가 담겨있다 생각합니다.


‘길들인다는 게 뭐지?”
‘그건 관계를 맺는다는 뜻이야.’


여우와 어린왕자 사이에 오간 짧은 대화 속에서 많은 생각들을 하게 됩니다. 일방적인 길들임의 관계가 아니라 서로가 서로에게 책임지고 보살피며 함께 살아가는 관계 형성이 필요하다는 것을요. 마찬가지였습니다. 우리 아이들에게 자연이란 존재와 서로 관계를 맺기를 바랐습니다.  일방적으로 자연을 대상화하지 않기를 바랐습니다. 자연이라는 존재가 생명 그 자체임을, 생명의 무게가 다를 수 없음을 아이들도 느끼길 바랬습니다. 이 마음이 주제를 중심으로 공부하는 핵심이었고 그 핵심이 잘 구현될 때 우리가 하는 수업이 의미를 가질 수 있으리라 생각했습니다. 


자연과의 관계 맺기


자연과 관계 맺기에 관해선 수많은 예시들이 있을 것입니다. 저 또한 학교에서 준비한 후 수업으로 진행한 활동들이 참 많습니다. 특히 환생교 선생님들이나 환경교육에 관심이 많은 선생님이시라면 더 말할 필요도 없을 정도로 많은 활동들을 하고 계시겠지요. 

다양한 활동들을 아이들은 좋아합니다. 그래서 아이들과 즐거운 수업을 하기에 좋습니다. 하지만 이런 활동이 자연을 생명 그 자체로 받아들이게 하는 것에는 의문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생각했습니다. 과연 무엇이 더 필요할 것인가를 말이지요.


만남을 통한 관계 맺기


어린왕자와 여우 이야기에서 중요한 포인트 중 하나는 여우와 어린왕자가 단번에 친구가 된 것은 아니라는 점입니다. 하루하루 자신들의 거리를 좁혀가며 서로를 길들여가는 과정에 대한 이야기가 나옵니다. 그 과정에서 만나기로 한 시간을 앞두고 얼마나 설레는지, 얼마나 기대하는지가 잘 표현되어있습니다. 네, 바로 ‘시간’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아이들이 자연과 온전한 관계 맺음을 하기 위해선 시간을 들여야 하고 그 시간을 가지게 만들어야 한다는 점이었습니다. 그리고 진지한 시간을 가져야 한다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아이들에게 어린왕자의 여우와의 이야길 읽어주며 관계 맺음에 시간이 필요함을 이야기했습니다. 아이들은 자신들도 여우와 같은 인간이 아닌 존재와의 관계 맺음을 해 보고 싶어 했습니다. 그리고 실천했습니다.


시간을 통한 만남

아이들입니다. 아이들이기에 엉덩이가 들썩거리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일 것입니다. 하지만 어느 누구 하나 자신의 자리를 떠나지 않고 10여분을 새롭게 사귀고 싶은 자연 속 친구와 시간을 보냈습니다. 그리고 그 친구와 친해지기 위해 매일 시간을 내어 허리를 굽히고 땅바닥에 앉아 시간을 보냅니다. 아이들에게 자연이라는 존재가 친구가 되는 순간입니다.  이렇게 시작된 자연과의 관계 맺음은 주제를 공부하는 모든 것에 영향을 줍니다. 생태계를 배울 때 그것이 나와 다른 존재에 대한 관련 없는 이야기가 아니라 내 삶과 같은 생명에 대한 이야기임을 생각합니다. 이렇게 되었을 때만 우리는 더 깊이 있는 지식의 세계를 경험할 수 있습니다. 수많은 노벨상 수상자들은 이야기합니다. 자신은 연구 자체 속에 빠져들어가 생활했다고 말입니다. 우리가 말하는 몰입의 경험은 감정적 느낌이 동시에 수반될 때 가능하다 생각합니다. 세상이 아무리 변했다 하더라도 이러한 배움의 방식은 변하지 않을 테니까요.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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