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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경원쌤 Jul 12. 2020

공부는 자신 속으로 파고드는 일이다!

#쉬운 공부법 #공부법 #진로지도

 어느 선생님과의 공부에 대한 대화 내용


00 선생님 : 아이들이 공부하는 것을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면 마음이 아프고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이 많이 돼요.
나 : 네 많은 교사들이 그런 모습의 아이들을 보며 안타까워하는 것은 맞는 것 같아요. 그런데 선생님께서는 예전 어린 시절 공부하는 것이 힘들지 않으셨나요?
00 선생님 : 음… 그건 아니었던 것 같아요. 저 또한 공부하는 것은 쉽지 않았던 것 같아요.
나 : 네 그랬군요. 저도 어릴 때 공부하는 것이 아주 힘들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어떻게 해서든 공부가 아닌 다른 것들을 해 보려고 노력하기도 했었죠. 누구나 다 그런 경험을 가지고 있지 않을까요?
00 선생님 : 네 저도 동의해요. 그래서 제가 만나서 함께 공부하는 아이들은 좀 더 쉽고 편하게 공부하면 좋겠어요.  
나 : 좀 이상하지 않나요? 주변에 누구도 편안하게 공부한 사람은 없는 것 같은데 우리는 아이들이 편안하고 쉽게 공부할 수 있도록 만들려고 노력하잖아요?
00 선생님 : 그건 예전엔 없었던 새로운 학습방법이나 학습도구들이 나와서 가능한 것 아닐까요? 요즘엔 선생님들도 많은 공부를 하시고 자신의 경험을 다른 사람과 나누는 시대이니까요.
나 : 네 그건 맞아요. 그런데 새로운 학습방법이나 학습도구들이 아이들을 편안하게 하고 쉽게 가르칠 수 있도록 한다 생각하세요?
00 선생님 : 경험상 아이들이 재미있고 편안하게 배울 때 더 잘 배우는 느낌이 들었으니까요.
나 : 음. 이 부분도 한번 생각해 볼 여지가 있겠네요.


공부한다는 것


쉬운 학습법이나 편안한 공부법을 찾는 것은 교사에게 책무성과 같은 일인 것 같습니다. 내가 만나는 아이들이 좀 더 쉽게 그리고 편안하게 배우면서 제대로 배우길 원하는 것이죠. 이 고민을 해결하기 위해선 먼저 공부한다는 것의 의미를 좀 더 살펴보아야 할 것입니다.


사람은 다른 동물이나 식물과 같은 생명체에 비해 교육이라는 행위를 통해 삶을 살아가기 위한 기술들을 배우는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물론 다른 생명들에게도 그러한 과정이 있긴 하겠지만 사람처럼 촘촘하고 오랫동안 교육받는 생명체는 없는 것 같습니다. 이런 교육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가 흔히 이야기하는 공부하는 행위로, 보통은 학교라는 제도 속에서 공부를 하게 되는 것이죠. 그런데 이런 공부의 여러 가지 목적 중 궁극적인 목적은 무엇일까요? 제 개인적인 생각을 말한다면 자신이 가진 자신만의 보물을 찾는 것이 아닐까요?

많은 학부모와 상담을 하며 알게 된 흥미로운 사실은 자녀를 여럿 키우고 계신 부모님들이 고민이 한결같다는 것이었습니다. 보통 첫째는 아주 신경 써서 여러 가지 방법들을 알아보며 키우게 되지만 막내를 키울 땐 그저 건강하게 잘 자라기를 바라며 너무 허용적으로 키우신다는 점이었죠. 그러다 보니 첫째의 경우엔 무언가 경직된 부분도 자주 보이고 볼 때마다 안타까운 마음이 강한데 막내는 항상 자유롭고 행복해 보인다는 이야기를 많이 하시더군요. 그리고 또 하나, 재미있는 사실은 아이를 한 명만 키우는 부모님들은 모르는 고충을 여럿의 자녀를 키우는 부모님들은 느끼고 계셨는데 바로 둘 이건 셋 이건 왜 이렇게 서로가 다른지 모르겠다는 말씀을 많이 하십니다. 분명 내 배에서 나온 자식인데 왜 이렇게 다른지 모르겠다며 다 다르게 맞춰줘야 해서 너무 힘들다는 이야기인 것입니다.  

한 배에서 낳아서 기르는 자식들도 첫째와 둘째 그리고 셋째가 다 다른데 하물며 우리가 학교에서 만나는 아이들 중 같은 아이들이 있을 수 있을까요? 그렇다면 이렇게 서로 다른 존재인 아이들이 가진 자신만의 보물 또한 다 다르지 않을까요? 그래서 전 자신만이 가진 보물을 찾는 행위가 공부의 궁극적인 목적 중 하나라 생각하는 것입니다.


“공부는 자신의 보물을 찾는 행위”


그런데 문제는 개개인마다 모두 다른 보물들이 보물이라 문제입니다!

보물… 보물이 문제라는 말이 이상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생각해 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일반적인 보물의 의미를 생각해 봅시다. 우리 주변에 흔히 널려있는 것이 보물은 아니지요? 즉 길가에 흔히 있는 돌조각이나 흔히 피어있는 야생화를 우리는 일반적인 의미에서 보물이라 부르지 않습니다. 보물이라 하면 무엇인가 특별한 그리고 희소성이 있는 것을 말하는 것이죠. 그래서 결혼 예물로 주고받길 원하는 다이아몬드와 같은 주변에서 우리가 쉽게 구할 수 없는 것을 보물이라 부르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보물을 주고받으며 우리의 관계가 이러한 보물만큼 특별함을 의미한다 생각합니다. 이렇듯이 보물은 우리 주변에 흔히 널려있거나 많은 수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그러면 보물들은 흔히 어디 있을까요? 다이아몬드 같은 경우도 땅 속 깊은 곳에서 오랫동안 높은 압력과 열에 의해 변형된 암석 중 하나이고 그것을 캐내어 가공하고 다듬는데 오랜 시간이 걸리는 것입니다. 바로 보물이 가진 특별함이자 어려움이지 않습니까?


“보물은 특별하면서 어려움을 내포하고 있다!”


우리 아이들이 가진, 아니 우리 모두가 하나씩은 가지고 있을 법한 나만의 보물 또한 이렇게 깊은 곳에 아무도 찾지 못할 것처럼 숨겨져 있을 것이라는 겁니다. 그렇기에 나만의 보물을 찾는 일은 쉽지 않습니다. 심지어 그것을 찾았다 하더라도 적당한 가공과 다듬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이죠.  

만약 공부를 한다는 것의 목적이 자신만의 보물을 찾는 것이라는 저의 가정이 성립한다면 그 과정은 결코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렇듯 전 우리가 공부하는 행위 자체가 가진 어려움을 인정하고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러한 어려움에 대해 아이들에게 이야기합니다.


“세상에 쉬운 공부는 없다고 생각해. 쉽게 얻을 수 있는 것은 없는 것 같아.”

라고 말이죠.


‘교사들은 대부분 쉽게 빨리 배울 수 있도록 가르치면 학생이 더욱 잘 배울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많은 연구들은 이런 믿음을 뒤엎는다. 배우기 어려울수록 머릿속에 오랫동안 깊이 남는다는 것이다.’ (어떻게 공부할 것인가, 헨리 뢰디거 등, 와이즈베리, 2014)


그렇다고 인위적으로 교사가 어렵게 가르치고 아이들이 배워야 한다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공부라는 행위 자체가 즐거움이나 편안함으로만 연결되는 것을 경계하면 좋겠다는 의미입니다. 즉 공부를 하다 보면 분명 쉽고 재미있게 설명되어지고 이해되는 부분도 있지만 어떤 경우엔 정말 머리가 아플 정도고 고민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는 것이죠. 그리고 그러한 과정이 왜 필요한지 알도록 해야 한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아이들을 만나며 알게 되는 사실 중 어떤 아이들은 평소 독서도 많이 하고 공부시간에 열심히 공부하는 모습을 가지고 있어 참 공부를 잘한다는 생각이 드는 친구들이 있습니다. 하지만 그런 친구들 중 어떤 친구는 자신이 알고 있는 것을 깊이 이해했다기보다는 그저 그런 것들을 배웠다는 사실만을 기억하는 아이들도 있습니다. 왜 그럴까요? 무엇인가 새로운 것을 접하고 공부하는 것까진 했지만 그것을 깊이 파고들진 못해서이지 않을까요? 왜 깊이 파고들지 않았냐고 물어본다면 파고드는 것의 어려움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은 아닐까요?  


“공부한다는 것, 그것은 자신과의 깊은 만남”


공부한다는 것! 그것은 쉽지 않은 자신과의 만남을 전제로 해야 할 것입니다. 그래서 자신의 속에 어떤 보물이 숨겨져 있는지 철저하게 파고드는 작업이 동시에 일어날 때 우리가 공부한다고 말할 수 있다는 생각입니다. 그리고 그렇게 자신 속으로 파고들어가는 아이 한 명 한 명의 절대적인 지지자이자 동반자가 되어야 할 사람이 바로 우리 교사가 아닐까요? 그래서 공부하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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