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 리듬과 사회적 리듬의 조화 #생활리듬 #성실함 #재능
꼭 누군가에게 인정받아야만 재능이라 생각하지 않습니다. 누구나 자신만의 특별함을 가지고 있지만 그 재능이 다른 사람에게 인정받는 경우도 있고 그렇지 못한 경우도 있으니까요. 중요한 사실은 누구나 자신만의 재능을 가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누군가 저에게 물어보더군요.
"선생님, 우리 반에서 발표를 거의 하지 않는 친구가 있어요. 이 친구가 발표도 하며 자신을 드러내고 다른 사람과 적극적으로 소통하면 좋겠는데 어떤 방법이 있을까요?"
여러분에게 누군가 이렇게 물어본다면 어떤 대답을 해 주실 수 있으실까요?
저의 경우엔 이렇게 이야길 했답니다.
"네, 맞아요. 선생님 말씀처럼 그 친구도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 것이 다른 사람과 적극적으로 소통하는 방법이라 생각해요. 당연히 발표를 할 수 있도록 격려하고 응원하며 분위기를 만들어주려고 노력할 것 같아요.그런데 궁금한 점도 있어요. 혹시 다른 친구가 발표할 때 그 친구는 어떤 태도를 보이나요?"
"음... 생각해보니 그 친구는 다른 친구들이 발표할 땐 정말 열심히 듣는 태도를 가지긴 했어요."
"아, 그렇군요. 만약 그렇다면 전 그 친구에게 이렇게도 이야기해 주고 싶어요. 네가 비록 다른 사람들에게 너의 이야길 많이 하진 않지만 다른 사람이 이야기할 땐 누구보다 열심히 듣는 태도를 가졌다 생각해. 선생님은 그것도 다른 사람과 적극적으로 소통하는 모습이라 생각해. 네가 다른 사람에게 적극적으로 이야기하는 것과 똑같이 다른 사람의 이야길 열심히 듣는 것도 중요한 소통의 모습이니까. 그러니까 너무 부담갖지 말고 지금처럼 열심히 다른 사람 이야길 들어주고, 가끔은 너의 이야기도 들려주면 좋을 것 같은데? 넌 어떠니?"
흔히 적극적인 소통을 원할 때 우리는 무의식적으로 발언을 많이 하는 것을 떠올립니다. 자신의 생각을 꺼내어 다른 사람과 나누는 것음 중요한 소통의 방법이라 저도 생각합니다. 그런데 문제는 자신의 발언을 하는 것만이 소통이 아니라는 것이겠죠. 결국 누군가는 다른 사람이 이야기할 때 열심히 들어야 한다는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소통을 잘하는 것은 말을 잘 하는 것과 똑같은 가치와 비중으로 말을 잘 듣는 것이어야 한다 생각합니다. 아이들과 학교에서 지낼 때 이렇게 생각하고 아이들을 바라보게 된다면 아이들 각자가 가진 개인별 생활리듬에 대해 더 깊이 이해할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온라인 수업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었을 때 가장 걱정되었던 부분 중 하나는 아이들이 경험하게 될 사회적 리듬이 부족할 것이라는 점이었습니다. 누구나 자신만의 리듬은 가지고 있고 그 리듬을 조절하며 살아가려 노력합니다. 성장기의 아이들의 경우 일찍자야 한다는 이야기를 아무리 들어도 밤 늦게까지 멀뚱멀뚱 있는 경우가 많고 그래서 아침마다 피곤해 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아이가 가진 개인적 리듬이 사회적으로 모두가 지켜야 할 사회적 리듬과 부딪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사회적 리듬이 있기에 우리는 우리의 삶을 제대로 영위할 수도 있습니다. 일정한 시간이 되면 일어나서 자신에게 주어진 일을 일정한 시간동안 했을 때 그 다음으로 주어지는 자신만의 시간이 달콤한 것과 같은 이치겠지요. 학교에 나온다는 것은 학생 개개인이 가진 개인적 리듬에는 어긋날 수 있지만 모두가 지켜야 할 사회적 리듬을 경험하는 행위이기도 합니다. 우리는 개인이면서 동시에 사회를 이루는 구성원이며 우리로 살아갈 것이기 때문입니다. 결국 나 혼자만의 개인적 리듬과 사회적 리듬 사이에 얼마나 조화로운 연주를 할 수 있는지가 우리 삶을 풍성하게 만들 수 있는 지점 중 하나일 것입니다.
옛날엔 학교를 개근했다고 하면 엄청 축하해주고 대단하다 치켜세워주었습니다. 학교를 졸업할 때 우등상도 좋지만 개근상을 탓다는 사실도 꽤 자랑스러운 일이었죠. 하지만 요즘은 개근상이 무엇인지도 모르는 세대입니다. 학교 또한 적극적으로 체험학습을 장려하고 있어서 부모님과 함께 여행을 가는 것에 대해 출석인정을 해 주고 있습니다. 다양한 사회의 모습을 학교도 받아들인 모습인 것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그저 학교만을 묵묵히 다녀야 했고 그럼으로써 획득했던 개근상은 그 의미가 많이 약해진 것이 요즘입니다. 하지만 전 개인적으로 개근상이 가진 중요한 의미를 놓진 말아야 한다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개근을 했다는 것은 자신이 가진 개인적 리듬과 우리 모두가 지켜야 할 사회적 리듬 사이에서 조화로운 삶의 방법을 찾았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일테니까요.
물론 부모님과의 여행이나 가족과의 돈독한 관계를 위한 일들은 중요합니다. 몸이 좀 불편할 땐 집에서 쉬는 것이 더 현명한 처사일 것입니다. 하지만 어느 정도 내가 감내할 수 있다면 여행을 방학 때 가는 방법을 선택할 수 있을 것이고, 집에서 쉬어야 할 정도라기 보다는 교실에서 배려받으며 지낼 수 있을 정도라면 학교에 나와보는 것입니다. 이렇게 한다고해서 특별히 더 좋은 경험을 학교에서 하거나 몸이 덜 아픈 것은 아닐 것입니다. 하지만 이런 마음들이 결국엔 자신의 마은 깊은 곳에 숨어있을 특별한 삶의 자세를 연습시키고 드러나게 할 것이라 생각합니다. 모두가 함께하는 것의 가치를 받아들이는 마음의 여유가 더 생기지 싶습니다. 사회에서도 마찬가지 아닌가요?
어떤 일을 할 때 처음엔 그 사람의 재능을 따라가지만 결국 그 사람이 보이는 태도가 더 크게 다가오게 됩니다. 어느 조직에서나 성실하게 자신의 일을 해 내는 사람이 더 오랬동안 인정받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입니다. 누구나 성실한 사람관 마음 편히 지낼 수있을테니까요. 아무리 능력이 뛰어나도 그 사람의 행동 기복이 심하거나 예측이 불가능한 행동이 이어진다면 함께 지내는 사람들은 항상 마음을 졸이며 지내는 경우가 많아질 것입니다. 결국 함께하는 조직이 어려움에 처하는 경우도 생길 수 있겠지요.
학교를 성실하게 다니는 것. 그것은 그냥 당연한 것이 아니라 그 자체로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 중 하나를 배울 수 있는 것입니다. 온라인 시대, 코로나로 인한 온라인 수업이라 하더라도 이러한 부분들을 신경써서 살펴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고요.
학교에 성실히 다니는 것은 개인적 리듬과 사회적 리듬을 어떤 식으로 조절하고 살아가야 할지를 연습하는 소중한 과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