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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경원쌤 Dec 31. 2020

교사의 의미

#교사 #감독 #학자

넷플릭스의 다큐


여러분은 다큐를 좋아하시나요?

개인적으로  EBS 다큐프라임은 좋아합니다. 인간에 대한 심층적인 다큐들을 좋아하는 것이죠. 그리고 동물과 생태에 관련된 다큐도 좋아합니다. 생태에 관심이 있으니 당연한 것일 수도.

그런데 "나의 문어 선생님" 다큐는 일반적인 다큐랑은 좀 분위기가 다른 다큐였죠.


성찰적 다큐


다큐의 주인공은 다큐를 만든 감독 자신입니다. 아! 그리고 문어도 주인공이겠네요. 하지만 이 다큐의 진짜 주인공은 감독 자신이라는 생각입니다. 감독 자신의 이야기가 다큐로 제작되었고 그 속에 따뜻한 희망이, 그 속에 신비로운 생명이 깃든 다큐이기 때문입니다. 즉, 감독 자신의 성찰적 기록물 같은 느낌이랄까요?

이미 많은 분들이 이 다큐에 대한 극찬을 쏟아내신 글들이 많기에 전 그 내용 자체를 다루진 않을 것입니다. 궁금하시면 직접 보시거나(직접 보는 것을 더 추천합니다. 생각보다 시간이 훌쩍 지나간다 느껴질 정도로 재미도 있습니다.) 다른 분들의 소중한 리뷰를 읽어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제가 집중한 장면은 다른 분들과는 좀 다른 부분이니까요.


다큐 속 사건 사고


다큐의 중간지점 즈음에 큰 사건이 하나 나옵니다. 바로 문어와 갑자기 헤어지게 되는 것이죠. 문어를 주인공으로 다큐를 찍던 감독에겐 이보다 더 큰일은 없을 것입니다. 그리고 드넓은 바다 한가운데에서 (비록 그리 깊지 않은 바다라 하더라도 상상할 수 없을 정도의 크기와 위압감 가득한 곳) 한번 헤어진 문어를 찾아내기란 어려운 일일 테니까요. 그런데 결국 감독은 문어를 찾습니다. 어떻게요?


학자와 카메라 감독


주인공이자 다큐의 감독은 문어를 찾습니다. 바로 학자의 도움을 받고 카메라 감독의 지원을 받아서 말이죠. 학자는 문어에 대해선 뭐든지 알고 있습니다. 감독은 바로 그 부분을 학자를 통해 정보를 얻었고 그 정보를 바탕으로 찾게 됩니다. 학자의 위치가 잘 드러난 장면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학자는 문어가 무엇을 먹는지, 어떤 방어자세를 취하는지, 어떻게 숨는지 등 문어에 대한 모든 것을 알고 있었던 것이죠. 하지만 학자는 다큐의 감독처럼 잃어버린 문어를 찾으러 가진 않습니다. 왜냐하면 다른 문어를 관찰하면 될 테니까요. 학자와 감독의 차이점이 여기서 발생하는 것이죠. 

카메라 감독의 역할도 다큐의 감독과는 다릅니다. 카메라 감독은 수중에서 가장 적절한 위치가 어디인지 어떻게 찍어야 가장 멋진 화면이 될지를 구상하고 실천합니다. 실제 감독이 문어를 찾으러 다닐 때 앞장서서 찾기보다는 감독의 모습을 담는 역할을 하는 것이죠. 어떤 방법으로 찍어야 다큐에 필요한 화면이 나오는지 잘 아는 사람이 카메라 감독인 것입니다. 


내용전문가와 방법 전문가


우리는 어떤 분야에 대해 이야기할 때 그 분야의 내용전문가를 만나기도 하고 방법 전문가를 만나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문어 선생님 다큐에서 내용 전문가는 학자이고 방법 전문가는 카메라 감독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문어에 대해 가장 잘 아는 사람은 당연히 학자였고, 그 문어를 찾는 장면까지 포함해서 모든 화면에 필요한 영상을 찍은 사람은 카메라 감독이니 방법의 전문가는 카메라 감독이라 생각한 것입니다. 그렇다면 다큐의 진짜 감독은 무슨 전문가일까요?


교사는 내용전문가? 방법 전문가?


전 교사입니다. 내용전문가라 하기엔 학자들보다 깊이 있게 알진 못하는 것 같습니다. 그렇다고 방법 전문가도 아닌 것 같습니다. 교사로 다양한 일을 경험하고 있지만 제가 모든 방법에 능숙한 것은 아닐 테니까요. 그 순간, 그 시기에 필요한 방법을 익히고 사용할 뿐이지 그 분야의 방법을 깊이 파고들진 않는답니다. 그러면 교사는 어느 쪽 전문가라 해야 할까요?


교사는 내용과 방법을 잇는 전문가


교사는 학자도 아니고 카메라 감독도 아닌 다큐의 감독과 같은 역할을 하는 사람입니다. 지금 자신에게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지금 이 순간 무엇을 해야 할지 판단하고 필요한 곳에 도움의 손길을 뻗는 사람인 것입니다. 내용이 필요하면 내용 전문가에게, 방법이 필요하다면 방법 전문가에게 자문을 구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렇게 알아낸 것을 자신의 언어로, 자신의 표현법으로, 자신의 생각과 행동을 통해 아이들에게 적용하는 사람이 교사인 것입니다. 


잇다!


지금의 세상은 분업화, 전문화가 대세를 이루고 있다고 합니다. 최근 온라인에서 유행하는 웹 소설이나 웹툰도 예전처럼 한 사람의 작가가 모든 작품을 쓰기보다는 여러 명의 작가가 함께 쓴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각자의 전문분야가 다르니 이렇게 구성했을 때 더 풍성한 내용을 얻을 수 있다는 현실적 이유와 시대가 변화되고 있음을 알 수 있는 부분이라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세상이 분리되고 전문화되더라도 반드시 감독과 같은 사람이 필요합니다. 낱낱의 것들이 어떤 개연성을 가지고 연결되는지 살펴보고 조절하는 사람이 없다면 결국 그것들은 따로따로 흩어지고 말 것이기 때문입니다.


교사, 세상을 잇는 사람!


교사는 그래서 세상에 굉장히 중요한 사람이라 생각합니다. 세상의 흩어진 파편들을 모아 연결하는 사람이 교사여야 한다 생각하니까요. 하지만 교사 또한 세상의 흐름에 맞춰 분업화와 전문화를 피할 순 없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잊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아무리 분업화, 전문화가 이뤄지는 세상이라도 교사 스스로 세상의 흩어진 것들을 잇는 사람이라는 것을 말입니다. 


세상이 어렵고 힘들 때에도


지금 당장은 어둠이 모든 것을 덮은 것처럼 보일지라도 저 멀리 보이지 않는 곳에 희망이 있음을 믿고 그것과 세상을 연결해 주는 사람이 교사여야 한다 생각합니다. 2020년, 희망차게 시작한 한 해였지만 생각보다 어려운 일들이 많았던 시기였습니다. 지금 당장은 희망의 빛이라곤 찾을 수 없을 것 같은 시기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교사 이기에 다시 힘을 내어 저 멀리 숨어서 잘 보이지 않는 희망의 끈을 잡고 지금의 세상과 이어보려 합니다. 2021년도 만만치 않은 해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희망을 품고 살아가는 우리들이 된다면 우리의 세상은 계속해서 따뜻함을 유지할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물속의 세상은 어둠과 빛이 극명하게 갈라진 틈이 잘 보이는 세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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