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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성은 Oct 08. 2022

What a beautiful moment.

 나에게는 특이한 취미가 있다. 편의점 탐방이다. 일과를 마치고 편의점을 돈다. 집 근처에 다섯 개의 편의점이 있다. 그곳을 전부 돈다. 하루를 마무리하는, 루틴과 같은 일이다.

 처음에는 목적성 없이 구경하였지만, 현재는 어떤 제품이 1+1행사인지, 어떤 품목이 인기가 많은 지를 보기 시작했다. 그렇다고 전문적으로 평가하는 것은 아니다. 단순히 취미일 뿐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목표가 생겼다. 내 또래들은 공감할 것이다. 어린 시절 운동장 혹은 놀이터에서 놀다, 시간이 되면 티비 앞에 앉아, ‘포켓몬스터’를 기다렸다. ‘포켓몬스터’의 오프닝이 나오면 따라 불렀다고 하면 거짓말이다. 하지만 가사를 모두 외우고 있었다. 현재도 외우고 있다.


 내 또래에게 있어 ‘포켓몬스터’는 특별하다. 후대에 더 나와 250마리가 되고, 현재는 9세대라는 이름으로 계속해서 새로운 포켓몬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나에게 있어 포켓몬은 151마리이다. 151마리 전부 모으는 게, 나에게 있어서는 특별한 일이다.


 그렇기에 ‘포켓몬 빵’이 처음 나왔을 때, 퇴근하는 아버지에게 부탁하여 포켓몬 빵을 사오게 만들었다. 그 당시 어른이 가게를 두리번거리며 ‘캐릭터 빵’을 샀을 생각을 하니, 우리 아버지가 참 대단하다 생각 한다. 그렇게 모은 151마리의 스티커는 포켓몬도감에 하나하나 쌓이게 되었다. 그 도감은 나에게 보물이 되었고, 친구들에게 자랑할 거리가 되었다.     


 그런 추억이 담긴 ‘포켓몬스터 빵’이 재출시를 하였다. 이것은 다들 알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다르다. 내가 모은 151마리와는 다른 야광스티커가 출시되었다. 이건 심각한 사건이다. 다시한번 도전거리를 만들어준 것이다. “‘포켓몬스터 빵’을 찾아라.”

 무의미했던 편의점 돌기에 활기가 생겼다. 내 발걸음에 힘이 느껴졌다. 편의점 문을 여는 태도가 바뀌었다.     


 며칠 전 일이다. 세 번째 편의점문을 열고, 나의 목적지 빵 코너로 향했다. 진열되어 있어야 할 빵 한 줄이 비어있었다.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그날은 당연하지 않았다. 빵 코너 앞에 아홉 살쯤 되어 보이는 꼬마가 서있었기 때문이다. 꼬마의 손에는 장바구니가 들려 있었다. 나는 별 의미 없이 빵 진열장을 보았다, 꼬마의 장바구니를 보았다. 를 반복했다.

 꼬마는 베시시- 웃으며 장바구니에 있던 빵 하나를 꺼내 나에게 내밀었다. 바가지머리에 반달모양의 눈, 마스크 안의 환한 미소가 그려졌다.

 장바구니 안에는 빵이 두 세개쯤 들어있는 듯 보였다. 그 중 하나를 나에게 주려는 것이다. 웃음이 터져 나왔다. 너무나 귀여웠다. 나도 모르게 손이 올라갔다. 도착한 곳은 꼬마의 양어깨였다.

 “아냐. 괜찮아. 다 너 해.”     

 지금은 그 꼬마를 보면 알아볼 것이다. 하지만 코로나가 끝나면 마스크를 벗기에 알아보지 못할 것이다. 꼬마도 마찬가지 아닐까? 순간 나에게 마스크 속의 미소가 보였다. 아름다운 미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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