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인원푸드
전 세계적으로 한류 열풍이 있기 전, 중국 다음으로 동아시아에서 가장 유명한 나라는 단연코 일본이었습니다.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한국 음식도 세계진출을 노려야 한다며 세계화 비법을 쫒기 바빴습니다. 일본 음식 중 글로벌 시장에서 가장 사랑받은 음식으로 초밥을 꼽을 수 있습니다.
현재는 전 세계인의 사랑을 받고 있지만 초밥이 처음부터 단번에 세계시장에 받아들여지진 않았습니다. 쌀이 주식이 아닌 문제도 있지만 날생선을 즐겨 먹는 나라는 동아시아에서도 일본과 한국이 거의 유일하죠. (중국에서는 일부지역에서만 먹는다고 합니다.) 그래서 처음 초밥이 소개되었을 때, 생소하다 못해 누군가에게는 큰 거부감이 들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런 초밥이 어떻게 글로벌 시장에서 살아남았을까요? 그리고 현재, 세계에서 어떻게 판매되고 있을까요? 지금부터 알아봅시다.
미국의 캘리포니아롤
1960년대, 처음으로 미국 현지화에 성공한 초밥은 ‘캘리포니아롤’입니다. 캘리포니아롤은 미국 사람들의 취향을 고려하여 만들어진 롤 형태의 초밥인데요. 미국 현지인들의 입맛에 맞춰 연어, 아보카도, 게살, 오이를 주로 사용합니다. 또한, 하얀 밥은 겉으로 드러나고 까만 김은 안쪽으로 들어가게 말아진 것이 특징입니다. 그 모습은 마치 한때 한국 분식점에서도 흔히 볼 수 있었던 누드김밥과 유사하게 생겼죠. 현지에서는 이런 종류를 '우라마끼'라고 불립니다. 이 초밥은 어떻게 미국인의 입맛을 사로잡을 수 있었을까요?
앞서 설명했듯이 날생선의 거부감이 있던 그들에게 밥 위에 날생선이 그대로 올라간 기본초밥은 선뜻 입으로 가져가기엔 난도가 높았습니다. 롤초밥은 밥이 회를 감싸고 있어 기본초밥보다 거부감을 줄일 수 있었죠. 그러나 날생선을 숨기고 나니 다음은 까만 김이 문제였습니다. 요즘은 한국의 필수 관광상품으로 김이 소개될 정도로 인기가 많지만 1960년대의 서구권에서는 김(seaweed, 직역하면 ‘바다잡초’라는 뜻이다.) 역시 생소한 식재료였습니다. 번역된 단어도 문제였지만 검은 색감 또한 그들에게 거부감을 주었다고 하죠. 그래서 그들은 김과 밥을 반대로 마는 전략을 내세웠습니다. 반응은 대성공.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미국에서 웰빙푸드 열풍이 불어오기 시작해 기름진 미국음식에 비해 가볍게 즐길 수 있던 초밥이 주목받게 되었죠. 덕분에 캘리포니아롤은 이제 미국에서뿐만 아니라 전 세계 어딜 가든 맛 볼 수 있는 음식이 되었습니다.
런던의 테이크아웃초밥
이번엔 런던으로 가볼까요. 2003년부터 운영된 런던의 일식브랜드 ‘고추냉이 wasabi’는 초밥을 패스트푸드화시키는 것에 성공했습니다. 이곳에 찾아오는 사람들은 모두 하나같이 도시락용기에 초밥을 담아 포장해 갑니다. 2010년대 한국의 대형쇼핑몰 ‘이마트’에서도 낱개로 초밥을 포장하여 판매된 적이 있었죠. ‘고추냉이 wasabi’ 1호점을 직장인이 많은 런던에 낸 것이 성공에 큰 영향을 주기고 했지만 이와 같은 판매방식은 아침식사와 달리 간단하게 점심을 해결하고자 하는 런던사람들에게 매우 성공적이었습니다. ‘고추냉이 wasabi’의 한 가지 재밌는 점은 창업주가 일본인이 아닌 바로 한국인이라는 것입니다. 어떤 것이든 신속함을 추구하는 한국의 문화가 창업주에게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치게 된 것이 아닐지 조심스럽게 추측해 봅니다.
한국의 대왕유부초밥
한국에서도 현지화된 초밥이 있습니다. 한국에서는 생선이 올라간 초밥을 많이 먹지만 유부초밥 역시 한국사람들이 자주 즐겨먹습니다. 한국에서 유부초밥은 김밥과 비슷한 포지션으로 소풍도시락 메뉴의 대명사라고 불립니다. 소풍도시락 말고는 유부초밥은 보통 생선초밥전문점에서 모듬초밥을 시킬 경우에만 맛 볼 수 있는 음식이었습니다. 그러나 2010년대 후반에 들어서부터 유부초밥만을 판매하는 가게가 하나 둘 생겨나기 시작했습니다. 이 곳에서는 ‘대왕유부초밥’이라고 불리는 커다란 사이즈의 유부초밥을 판매했는데요. 한입에 쏙 들어가는 기존의 유부초밥은 10개 이상은 먹어야 배가 부르기 시작하지만 대왕유부초밥을 3개 정도만 먹어도 한 끼 식사로 충분합니다.
크기뿐만 아니라 대왕유부초밥의 특별한 점은 토핑입니다. 유부부분을 접시에 맞닿게 세팅 한 뒤, 밥 부분 위로 불고기, 명란, 볶음김치, 참치마요, 연어회 등을 올리면 완성. 이 레시피는 한 입에 다양한 맛을 즐기길 좋아하는 한국사람의 입맛을 제대로 사로잡았습니다. 요즘엔 편의점에서도 쉽게 만나볼 수 있을 정도로 흔한 음식이 되었죠. 또한, 그 맛과 생김새는 기존의 유부초밥과 많이 달라 최근에는 일본에 역수출되어 사랑을 받고 있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