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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솔길 Jun 28. 2017

양다리

with or without you

오늘은 원영은 늦게 출근을 했다.

"안녕하세요~."

여닫이 문을 열고 들어갔지만 불이 꺼져서 사방이 껌껌한데 어둠 속에서 키가 크고 마른 체형의 아저씨가 사다리 위에 올라 선 채 두꺼비 집을 들여다 보고 있다.

원영은 두리번거리다가 어쩔 줄 몰라 옷장 안 쪽으로 들어가 가방을 내려 놓으며 주변을 둘러 보니 전기 콘센트 꼽는 지선이 전부 튀어 나와있다. 그 때 작업실에서 패턴사 님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왔니? 전기 다 나갔어."

피팅룸 안쪽에서는 전화중인 원장님의 목소리가 들린다.

"여름이라 전기 증설을 해야해서 오늘 피팅은 좀 어렵겠어요. 네~ 죄송합니다."

할 일이 없어진 원영은 바닥에 드러누워 천장만 올려다 보다가 눈을 감자 소리들이 들려온다. 시계 초침이 째깍째깍 가는 소리, 창문 너머 자동차가 붕 지나가는 소리, 차에서 내려 문 닫는 소리..얼마쯤 지났을까??

저 멀리 간판 불 켜지는 소리가 들리고 불 빛이 희미하게 들어온다.  패턴사님이 몸을 일으켜 앉고 원영도 따라 일어난다. 전기가 들어오고 금새 사방이 환해진다.

"어! 전기 들어오네!" 원영이 두리번거리니 어둠 속 전기 아저씨는 목이 말랐던지 정수기에 물을 한 컵 받아 꿀꺽꿀꺽 마신다. 눈 앞에 인디언 핑크 색의 자수 이브닝 드레스가 마네킨에 입혀져 있다.

원장님이 오버로크 미싱 앞에 앞아 원영에게 묻는다.

"넌 남자친구가 살 빼라는 말 안하니?"

"하죠. 몇 키로냐고 물어봐요."

그 때 전기 아저씨가 넌지시 대화이 끼어든다.

"가위 있나요? 내가 가지고 있는 가위는 좀 낡아서..."

원영이 책상 위에 나뒹굴고 있는 가위를 보지만 눈으로만 볼 뿐 미동을 않자 원장님이 얼른 일어나 가위를 챙겨 전기 아저씨에게 건넨다.

"이 가위 쓰세요."

그러자 원영이 천연덕스럽게 전기 아저씨를 올렸다 내렸다 자이드롭을 태운다.

"아저씨 키도 크시고 눈도 크시고 게다가 전기 전문가시면 눈 엄청 높으시겠어요."

원장님과 재단사님은 동시에 원영의 말에 기분이 나빠진다.

"아~~ 이게 잘 생긴거야??"

그러자 재단사님이 웃음을 참지 못하고 폭소를 터트린다.

"호호호호호."

전기 아저씨는 어느 새 연장 박스도 내팽겨친 채 어디로 갔는지 사라진다.

"재단사님 맘에 듯나보네요?? 한 번 만나보세요! 제가 밀어드릴께요!!"

원영이 한 술 더떠 밀어부치자 재단사님은 손사레를 치고 그제서야 전기 아저씨가 돌아 와 박스를 챙겨들고 나간다.

"다 했으니까 여름에 시원하게 에어콘 나올겁니다. 또 필요하면 연락 주세요!"

오늘 작업실 분량이 많은데 원영은 당장 100개는 족히 넘을 리본부터 다리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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