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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솔길 Jul 30. 2018

입술을 깨물다

미저리

습관보다 더 무서운건 없다고 오늘도 역시나 채연은 열심히 책상을 지키고 앉아 있는데 고딩 친구로부터 연락이 왔다.

 "야 우리 주말에 부산 가자"

"차 막히는데 무슨~~"

"가자~~~가자 ~~~"

뜬금없이 바다를 보러가자는 현아는 알고보니 그곳에 남친이 온다는 것을 알고 가자는 것이었다.


그 때만해도 재미삼아 자동차 헌팅을 했었는데, 운전을 하다가 좋은 차를 보면 운전석을 보고 괜찮다 싶으면 보조석에 앉아있던 친구가 차를 대라는 손짓을 보내면 '같이 놀래'라는 사인이 되고 그날 하루 술도 한잔하고 노래방도 가거나 아니면 춤을 추러 클럽에 가는 등 그랬는데 그러다 채연의 고딩학교 친구 현아가 그들 중 한명과 사귀게 되었다. 물론 그 중엔 채연의 짝도 있었는데 남친까진 아니고 썸만 조금 타는 정도의 생파 때 그 영철이가 그 애다.


 옆어서 보니 현아랑 남친 무한이는 바퀴벌레 한쌍이 따로없다. 현아는 무한이가 좋다면 뭐든지 할 기세다. 그렇게 좋은가 얼마나 좋으면 남자들 끼리 놀러왔는데 같이 놀고 싶어서 채연까지 데리고 부산까지 쫒아온건지 싶은데 그래도 막상 바닷가에 오니 시원하다고 채연은 생각했다.


조개구이집에서  조개를 맛있게 먹으며 무한이 "우린 내일 광안리 갈거야".

그러는데 현아가 무한에게  조개를 놔주며 술잔이 빌 새라 냉큼 술을 따라쥤다. 옆에서 채연은 계속 잔소리를 해대며 걱정한다.

"야~~너 그러는거 아니야~~남자한테 그렇게 잘해주면 안돼~~너 나중에 고생한다!! 아~~내가 다 속상하고 답답하다 답답해!!"

그런 말은 안중에도 없는지 현아는 채연의 손을 뿌리치고 막무가내로 무한이 해달라는 대로 다 해준다.


잔소리는 뒤로하고 채연은 담배 하나 피우기위해 밖으로 나왔다. 실내에만  있다가 나오니 밖은 어두워지고 밤이다. 영철이도 더운지 따라 나왔다.

"저리로 가서 앉을까?" 마침 저 쪽에 가로등 아래 벤치가 있어 그 쪽으로 다가가 둘은 자리를 잡고 앉았다. 영철이가 지퍼락에서 말아온 손담배  하나를 꺼내서 불을 붙였다. 영철이는 거의 다 피워 1센치도 남지 않은 손담배를 채연에게 권하더니 혼자서 가부좌를 틀고 바닥에 앉아 뱀장수처럼 요가를 한다. 마치 공중부양을 하려는 듯 한참동안 양손을 합장한 채 나마스떼 호흡을 가르더니 부처님 손모양을 만들며 기이한 포즈를 취하고는 꽤 오랜시간 그 자세로 부동하는 영철이를 채연은 신기한듯 쳐다봤다. 왠지 그런 영철이 수행자처럼 느낌있어 보인다고 채연은 생각했다.  


다음날 부스스한 얼굴로 잠을 깼는데 현아가 아침부터 또 다시 채연을 붙들고 조르기 시작했다.


"우리 해운대갈래?"

"싫어~~ 재미없어"

"가자~~~ 제발~~"

채연은 하는 수 없이 현아를  따라 나섰다.

해변 모래사장을 걷는데 갑자기 현아가 저 쪽으로 막  뛰어간더니,

"나 잡아봐라~~""

"갑자기 쟤 왜 뭐야~??

채연이 눈을 들어 현아  쪽을 보자 거기엔 무한과 친구 영철이가 함께 있다. '그러면 그렇지, 쟤가 저럴려고 나한테 같이 가자고 한거네 한거야'.

채연이 쯔쯧 혀를 차며,

 ""너 어제 광안리 간다고 그러지 않았어?"

무한이 아무 대답없이 씩 웃기만한다.

 "근데 광할리 안가고 왜 해운대로 온거야?

 채연이 재차 다그치자, 무한은 버벅대며 변명을 했다.

"나! 광안리 간다고 달렸는데 지정표가 고장났나? 어제 술을 많이 먹었더니 헷갈려서 오니까 해운대네.."

 채연은 무한은 현아를 떼어놓으려고 하는데 현아 혼자 좋아하는ㄱㅔ 아닐까 멀쩡한 현아가 괜히 남자때문에 고생할까 싶어 영 답답해

"쟤 설마 도망다니느라 그런거아니야?"

그런대도 현아는 헤벌죽 좋아서 웃으며 멀리뛴다.


"나 잡아봐라~~~~!!!"


멀어져가는 현아를 보며 채연은 천천히 걸었다.


'아 재미없어!!

나 여기 왜 온거야~~~'

 

그리곤 쫓아가는 걸 포기하고 한쪽 구석에 앉아 만화책을 펼쳐들었다.


 제목은 <유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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