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오솔길 Jul 30. 2018

입술을 깨물다

열정과 냉정사이

현아는 아무리 생각해도 지독하기가 그지 없다고 채연은 생각했다. 말리는 것도 어느정도이지 이제는 고개를 절래절래 혀를 내두르며 채연은 두손 두발을 다 들었다. 무한은 이제 끈질기게 쫓아다니는 현아에게 나가 떨어져 눈 밑에 다크서클이 내려오고 기가 몽땅 소진되어 폐인처럼 뻗어버렸다.

"오빠~~ 오빠 지금 뮈해??

오빠~~ 저녁 때 뭐할거야??

오빠~~ 현아가 김밥 만든건데 먹어봐~~

오빠~~오빠~~오빠~~"


반면 영철은 뭘하는지 감감 무소식이고 채연 역시 회사에서 날아온 황팀장과의 카톡 서신을 하느라 대화창에 불이 난다.

'제가 본 샘플은 이런거 요런거 조런게 있습니다.'

'아~~ 이런거 요런거 조오런거~~'.

'어떤거 같으세요?'

'으음~~ 화보 이미지 컷들을 15 피스 내는거라고 하셨죠? 그럼 15개니까 15만원이면 나쁘지 않네요.'

'근데 채연씨는 주로 질문은 안하시는가 봐요?'

 '제가 예의가 바른 편이라서요, 아니, 전 듣는 게 필요하다고 보는데요?'

'그럼 중학교 어디 나오셨어요??'

'여중이요'

'그럼 고등학교는 어디 다니셨어요?'

'여고요'.

크응.

끄응.

황팀과 채연은 그렇게 빙빙도는 대화를 나누다가 이런식이라면 프로젝트는 날밤을 새도 진행이 어려울듯하다.

'아까 샘플은 저희가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보내주신 이미지를 얼마나 재현해 낼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저희도 작업을 계속해오고 왔으니까요.'


이윽고 황팀은 듣고 싶었던 혹은 아닐 수도 있을 대답을 듣고 일단락을 지었다.

 

'저희가 사실 견적을 낸 곳이 또 있거든요. 아직 좀 더 회의를 해보고 싶은데요, 시간 내 주셔서 감사합니다.'


채연은 실패인가 낭패감이 들어 밥이라도 먹어야겠다싶어 근처 분식점으로 들어갔다.


대구막창컵밥납작만두, 를 시켰는데 영철이가 덥썩 나타나 벌써 봉지를 뜯고 만두를 반토막내더니 컵밥을 통째로 가져가 먹는다.


"이럴줄 알았으면 더 사올걸, 국물도 하나 더 있으면 비벼 먹는데 에이~"

하며 밥그릇을 뺏어서 한 수저 크게 떠 먹고 넘긴다.


"놀러왔는데 심심하네, 회사에 있을 땐 그렇게 어깨도 아프고 허리도 안좋고 몸도 무거운데 밖에 나오니깐 노는 것도 잠깐이지 또 시간도 안 가고 싱숭생숭하고 돈이 숭숭나가네."


영철은 갸우뚱 거린다. 때를 놓칠새라 채연이 물어본다.

"아~~입이 심심하다, 커피 한잔 마시고 싶은데."

"뭐마실래??"

영철은 기다렸다는듯 채연이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되묻는다.

"첼시라떼."

"오호~ 두잔 사올래? 난 아아로."

하며 만원짜리 지폐를 건넨다.


채연은 마냥 신났다. 생두로 막 글라인드한 연한 커피가 더할나위 없이 부드러워서, 갑자기 영철이 세상 제일 갑으로 보인다.


"영철아, 정말 고마워~~".

작가의 이전글 입술을 깨물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