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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솔길 Nov 29. 2021

호두과자

사랑 보단 라이벌 

자야가 분열되는 순간이 있다.

별 거 아닌 일일 뿐이지만.

그냥 질러 버리면 될 것을 결정 장애 때문에 망설이다가 결국 째째하게 손익 계산을 하게 된다.

예를 들면, 붕어빵을 먹을까 도나쓰를 먹을까 고민하다가  저번에 도나쓰 먹었으니까 이번엔 붕어빵 먹고 지지난 번에 붕어빵 먹었으니까 내일은 도나쓰 먹자. 그런 식이다.


돌려차기 같은 거.

근데 그 마저도 안 될 때가 있다.

그 땐 아주 새로운 걸 먹으면 된다.

호두과자.


연문은 책상 앞에 앉아 호두과자를 하나씩 집어 먹었다.

호두는 아주 조금 들어있고 팥이 가득하다.


아주 맘에 들지 않는다.

그녀가 바라는 건 꿀맛 나는 앙금에 들어 간 호두이지 팥덩이가 아니기 때문이다.

때로는 질 줄 도 알고 때로는 속아 넘어갈 줄도 알 필요가 있는 건 그래서 인 것같다.

한 알을 먹고 두 알 째 먹으려는데 작업실 안에 전화가 울린다.


"따르릉 따르릉."

먹을 때는 개도 안 건드린다는데 신경질이 난다.

연문은 전화기를 높이 들어 패대기를 치려다가 점잖게 다시 내려 놓았다.

사실 이미 너무 많은 물품들을 때려 부셔서 구석구석 고장이 많이 나기는 했다.


"여보세요."

"삼정 홈쇼핑입니다. 고객님 맞으시죠? 종합 만두 세트를 한정 판매 세일합니다."

"지금 냉장고에 저번에 홈쇼핑으로 왕창 사 놔서 아주 쌓였어요. 내년까지 먹을 양 있으니까 그 때 가서 생각해 볼께요."


혹시나가 역시나 장난 전화다.

그러다 그녀도 장난 전화를 걸어야겠다는 투지가 이글거린다.


"오늘 퇴근하고 영화 한 편 어때? 가장~~"

괜히 또 애궂은 승원이한테 문자를 보낸다.


안 먹힌다.


연문은 전화기를 들어 주문을 한다.

"중국집이죠? 짜장면 한 그릇 배달되요? 탕수육도 소짜 한 개 추가할께요."


전화기를 끊자마자 답장이 온다.


"뭐 볼건데?"

"액션 뭐 없을까?"

"요즘 <장르만 로맨스>가 재밌다던데..."

"그런 걸 왜 극장에서 봐. 돈 아깝게."

"월요일에 보자. 암튼 오늘은 안된다."


결국 연문은 또 혼자 짜장면을 먹고 있는데 전화가 온다.


"작년 디자인 중에 남은 재고 있니? 13번이던가?"

최상무다.

잠깐 생각에 잠긴다. 없는데 뭐라고 말할지 고민을 한다.

"브이 백 라인 말씀하시는 거죠? 작년 건 없는데..."

"올해 건 좀 복고풍이다 그치?"

"아.뇨~?! 장식이 들어가서 더 우아하죠. 민짜 아니니까."

"알았어. 밋밋한 걸 찾으면 어쩌라구...하긴 지금 올해 백 라인도 다시 짤라서 작업실 보내야 할텐데 찾아서 팩스 보내라."


최상무는 할 말만 하고 끊는다.


썰렁한 작업실에서 연문은 짜장면발이 불을까 단무지를 얹어 꼬들꼬들하게 면을 뭉쳐서 먹으며 입을 쭉 내민다. 


또 다시 자아분열이 일언난다.


그녀가 분명 원했던 건 액션인데 로맨스를 봐야하는 건가 강하게 반발이 일어난다.

단순히 귀가 얇은 문제가 아니었다.

문제는 바로 질질 끌려가고 있는 그 소프트한 감정을 그녀 역시 즐기고 있다는 것이다.

다시 날을 세워야 한다. 


'최상무는 왜 나오질 않고 나만 죽순이야? 코빼기를 안 비치네 아주?? 지가 나와서 찾을 것이지 손가락을 부러뜨리던가 해야지...언젠가...전화질 못하게...'


썰렁한 작업실에서 연문은 엉뚱하게 최상무 뒷다마를 까며 호두과자 한 알을 더 입에 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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