헛되고 덧 없음일지라도
낚시를 하러가는 사람들은 꼭 물고기를 잡으려는 경우만 있는 건 아니다.
그냥 야외에서 하루 놀려는 사람도 있고 강태공 같은 경우는 시간을 죽일려고 낚시를 했다.
물론 대어를 낚으면 신이 나겠지만 손 맛이 없는 사람에게나 터를 잘 못 잡은 사람에게도 낚시는 의미가 있다는 말이다.
글을 쓴다는 것.
누군가에게는 영감이 팍팍 떠올라서 슥슥 잘도 써내려간다.
하지만 연문은 그런 타입이 못 된다.
이미 본 디자인은 이미 본 지라 예쁜건 알겠는데 감동이 안 간다.
새로 나온 디자인은 아이디어가 나름 있기는 한 것 같은데 역시나 필이 안 온다.
마치 첫사랑과도 같다.
두번째 사랑.
세번째 사랑.
....권태기.
그리고 마지막 사랑이 되어버린 것 같다.
그저 찌를 던지는 대로 낚아 올리는 옆 자리에 앉은 이가 부러울 따름이다.
'그래봤자 잔챙이지 뭐.'
라며 별 거 아니라고 일축하고 싶지만 속 마음은 그런 잔챙이라도 잡고 싶은 마음 뿐이다.
그녀의 책상 위에 수북히 쌓인 쓰고 지우고 쓰고 지운 문구들.
어차피 인쇄 되지 못할 허공 속에 떠도는 흩어지는 글자들.
그래서 자꾸만 옛 사랑을 떠올리는 것 같다.
상징과 대치를 연달아 썼던 것 같은데.
아무 의미 없이 다가오는 것이 싫다.
모든 것이 의미 있던 때가 좋다.
근데 또 아무 의미 없는 것이 모든 의미가 있는 것으로 다가온다.
한 다발의 글귀를 쌓아 놓았지만 단 한 장의 페이지도 고르지 못한다.
결국 잡은 고기는 아무 것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