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오솔길 May 27. 2016

먹는 여자

매드 허스키와 떡볶이


아침부터 아람은 목이 칼칼하고 착 가라앉아서 말을 하기가 힘들었다. 지난 몇 년간 아람은 무던히도 소리를 질러댔으니 이제 득음을 해도 될 시기가 오긴 했을 것이다. 그러고 나서 먹는 맵고 단 떡볶이는 쓰린 마음을 달래 주었다. 우희는 아람이 그렇게 소리를 지르고 나면 덩달아 꺼이꺼이 숨이 넘어갈 듯이 울었고 이제는 톡 쏘는 말도 한다.

"엄마가 소리 질러서 속상했어."

"엄마가 소리 질러서 깜짝 놀랐어".

그러면 아람은 그런 우희가 귀엽기도 했던 것이다. 그러다 어제 주민센터에서 음악 수업이 있다길래 들으러 갔다가 한 엄마가 애가 수업을 안 듣겠다고 울자 개 패듯이 철퍼덕 때리는 걸 아람은 보고 충격을 먹었다. 혹시 다른 사람들도 아람이 우희에게 소리를 지르는 걸 보고 놀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번쩍 들어 창피하였다. 이제는 우희가 좀 커서 때리진 않지만 어려서 말을 못 알아먹을 땐 손을 좀 댔었다.

"이 아파트 사세요?"

"네, 120동이요."

"저도 120동 살아요. 몇 층 사세요?"

"7층이요, 몇 층 사시는대요?"

"8층이요".

아람은 얼굴이 발갛게 불어졌다.

"좀 시끄럽죠?"

"좀 지나면 괜찮아질 거예요. 저도 그맘때쯤 그랬어요. 지금은 많이 힘드시죠?"

아람은 윗집 여자의 말이 비수처럼 꽂혔다. 뉴스에서처럼 층간 소음이나 아동 학대가 심하다고 신고를 한다거나 차라리 아예 비난을 할 것이지 위로의 말을 전하다니 아람 은 몸 둘 바를 몰랐다. 회초리의 대명사이자 조선 최고의 엄마인 신사임당은 율곡 이이를 만들었지만 미국의 이름 모를 현명과 자애의 아이콘인 에디슨 어머니는 쓴소리를 내뱉는 선생님에게 맞짱을 뜨며 발명의 왕인 에디슨을 만들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떡볶이 많이 먹으면 속 쓰릴 텐데 이제 그만 먹을 때도 됐다고 아람은 생각했다.




작가의 이전글 먹는 여자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