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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솔길 May 25. 2016

먹는 여자

마피아 게임과 벤또

참새가 방앗간을 지나칠 수 없고, 날라리가 밤무대를 찍고 가야 하듯이 우희와 우정이는 어린이 집이 파하면 놀이터로 출석 체크를 해야 했다. 그네가 두 개뿐이라 타고 있는 아이와 기다리는 아이가 서로 타겠다고 노려보다가 눈싸움에 진 언니가 양보를 했다. 미끄럼틀 계단 통로를 가로막고 앉아있는 어린 우정을 차례차례 줄 지어 올라가는 무리 중 오빠 하나가 귀엽다고 머리를 쓰다듬어 주기도 했다. 한 친구가 가져온 뱀 장난감을 가지고 남자 애들 서넛이 서로 잎사귀를 뜯어 먹여주며 놀고 있는데 한 아이가 불만을 토로했다.

"나도 뱀이 좋아. 뱀이 되고 싶다."

나머지 두 남자 아이는 왜 그런 소리를 하는지 알 수 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그렇게 말한 아이의 얼굴을 이상하다는듯 쳐다보았다.

과자를 가지고 나온 한 애 아빠는 꼬마 애한테 하나 쥐어주며 잘난 체를 했다.

"너 이거 먹을 줄 알아?"

당연한 걸 가지고 뭘 묻느냐는 듯 아이는 냉큼 좋아라 받고는 베시시 웃었다.

아이들이 그렇게 놀고 있는 동안 아람은 엄마들이 모여있는 무리 속에 섞여 선생님의 험담을 하는데 동참했다.

"혜연 선생님이 내 년에도 우리 애 반을 맡아줬으면 좋겠어요. 애들을 참 예뻐하시잖아요."

"그렇긴 한데 좀 깜박깜박하더라고요. 가정통신문을 한 장 씩 빼먹으시던데요".

"마자요. 근데 우희 엄마는 내일 현장학습 가는 거 신청하셨어요?"

"전 그런 통신문 받은 적 없는데요? 내일 어디 가는 데요?""

저 멀리 우희가 기침을 콜록콜록거렸다.

"보내실 거예요?"

"그럼요. 보내야죠! 선생님한테 물어봐야겠네요."

"연락장 노트 한번 보세요."

아람은 그제야 우희의 책가방을 뒤적거렸다.

'내일은 목장 체험이 있습니다. 8시 30분까지 등원시켜주세요. 준비물은 도시락, 물, 편한 복장, 운동화'

뜨악한 아람은 당장 도시락을 어떻게 싸야 할지 생각이 떠오르지 않았다. 그때 현수 엄마가 한 마디 거들었다.

"아침 일찍 어떻게 일어나지? 우희 엄마도 보내실 거예요?"

아람은 왠지 통신문을 받지 못한 것이 우희는 가지 말라는  무언의 암시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 우희가 쌍 누런 코를 흘리며 아람에게로 다가왔다.

"코가 나와요"

"집에 가자, 코 나왔으니까 얼른 씻고 자야지"

아람은 코를 미끄럼틀에 묻힐까 봐 우희를 에둘러 아무 것도 못 만지게 하고 유모차에 앉혔다. 가기 싫어 울음이 터진 우희를 억지로 끌고 가는데 현수 엄마가 아람에게 말을 시켰다.

"내일 봐~~ 우희야 잘 가"

왠지 감기 바이러스를 옮길 수도 있을 것 같아 아람은 찔렸지만 그래도 우희를 집에서 놀게 할 수는 없었다. 어차피 우희도 감기를 어린이 집에서 옮아온 것이고 이제 거의 다 나아가고 있는 중이라고 아람은 합리화시켰다. 애엄마가 되면 철판이 되는가 보다 싶었지만 도시락 쌀 준비를 했다. 김밥은 한 번도 싸 본 적이 없는 아람은 돈가스 밴또를 싸기로 했다. 세 등분으로 나눠진 락앤락 용기에 밥 한 칸 돈가스 한 칸 고등어 살과 연근조림과 오이 피클을 잘게 썰어 넣었다. 다른 통에 참외와 배를 깍둑 깎아 넣었다. 수저와 포크를 키친타월로 두 번 감아 지퍼백에 넣었다. 내일은 멀리 젖소들이 있는 목장에서 우희가 엄마표 일식 도시락을 먹는 모습을 상상하니 아람은 우쭐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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