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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homas Lee Mar 03. 2024

제물포항의 추억

1902년 봄, 조선 정부에서는 역사적으로 의미있는 광고 하나를 낸다. 머나먼 미국 하와이란 곳에서 사탕수수를 수확할 노동자 구인광고였다.


당시 미국의 하와이 사탕수수 밭에서 일하는 노동자 대부분은 중국인과 일본인이었는데, 이들이 가끔씩 항의성 단체행동을 벌여 농장주들을 곤혹스럽게 했다. 이때 농장주들의 관심을 끈 노동주체가 바로 조선인이다. 조선인은 매우 근면하고 충성심이 뛰어나다는 소문을 들었다. 이들 농장주 단체의 요청으로 조선정부는 수민원이라는 인력수출 지원기구를 만들어 하와이로 노동자를 수출키로 결정한다.


드디어 1902년 12월 22일, 제물포항에서 121명의 한인을 싣고 하와이를 향해 배가 출항했는데 그들이 바로 최초의 미국이민 1세대였다.  


그들은 하와이 사탕수수밭과 파인애플 농장에서 고된 노동을 하면서 삶의 터전을 일구었다. 그들은 경제적으로 궁핍한 가운데에서도 조국의 독립운동을 위해 한푼두푼 돈을 모았고, 이 자금으로 독립운동가 이승만의 뜻과 활동에 적극 동조했다.


그리고 하염없이 세월은 흘렀다. 이들 이민 1세대가 고국을 떠난 시점으로부터 부터 116년이 지난 2018년 10월, 인천 송도에 아메리칸타운이라는 이름으로 아파트가 준공된다.


미국 이민 1세대가 제물포항을 통해 떠난지 100년이 지난 시점을 기념해서 인천시가 기획한 작품이었다. 즉 인천 제물포항을 통해 떠난 미국 이민자들의 후손이 100년이 지나 다시 한국에 돌아온다는 퍼포먼스이며 그들을 따뜻하게 맞이하고 주거를 마련해 주기 위해 종합 레지던스를 설립한다는 의미였다.


이 행사는 우리가 그들을 잊지 않고 있음을 알렸다. 그들이 머나먼 타국에서 고국을 그리며 독립을 위해 헌신했던 그  사실을 절대로 잊지 않겠다는 선언이기도 했다. 그리고 우리 민족이라면 아무리 먼 곳에 뿔뿔이 흩어져 있어도 한 가족임을 잊지 말자는 강한 외침이었다.


이 사업의 의미를 알고 있었기에 2018년 10월 아메리칸타운 아파트의 준공을 보며 감회가 남달랐던 기억이 아스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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