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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homas Lee Mar 05. 2024

소래포구의 눈물

얼마 전 소래포구 어시장이 바가지 파동으로 한차례 된통 몸살을 앓은 적이 있었다. 그래서인지 생선냄새가 그리워 오랜만에 소래포구를 찾았는데, 사람들이 북적거리던 예전 시장터 고유의 어수선함을 찾아볼 수 없다.


바가지 파동을 유발한 것은 ‘꽃게 바꿔치기’ 사건으로 알려졌는데, 이야기를 듣고보니 참 황당하다. 시장을 찾은 한 손님이 꽃게를 한 상자 샀는데, 집에 와서 박스를 풀어보니 다리가 다 잘리고 엉망진창인 다른 꽃게가 들어있었다.


그 손님에 의해 이 일이 전해지자 여론이 가만 있지 않았다. 너도나도 질타에 동참하며 마구 끓어올랐다. 그러자 소래포구에 북적이던 인파가 순식간에 사라지며 썰렁해졌다.


뒤늦게 위기를 인식한 소래포구 상인들이 단체로 사죄하며 바가지 근절을 약속했지만 한번 떠난 소비자의 마음은 쉽게 돌아오지 않았다.


아마 극소수의 상인이 과욕을 부려 이런 짓거리를 자행했을 테다. 미꾸라지 한마리가 깨끗한 냇물을 흐리게 만든 격이다. 대다수의 선량한 상인들은 이 바가지 파동에 도매금으로 넘어가 고통과 시련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니 이 얼마나 가슴아픈 일인가!


나 하나의 작은 실수나 과오로 내가 속한 집단 전체가 엄청난 피해를 볼 수 있는데, 그 위험을 무시하는 순간 엄청난 화마가 되어 집단 전체를 해치게 된다.


세상의 모든 일은 톱니바퀴처럼 물려 돌아간다. 조금의 일탈도 용서하지 않는 Tight & Compact 시스템이다. 사람들이여~ 여기에 개미 코딱지 만큼의 아량조차 기대하지 말자~!


한때는 수많은 사람들이 북적였던 이 한산한 거리.. 상인들의 얼굴빛이 어두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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