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obs to be done 방법론
올 한 해 상품 기획 및 전략, CX 리서치 업무를 하면서 가장 많이 언급한 용어이자 프레임워크는 Jobs to be done이다. 작년에 500스타트업과 신사업 발굴 프로젝트를 하면서 배우게 되었는데 그 이후 3개의 프로젝트를 하면서 Jobs to be done 방법론의 강력함을 계속해서 체감하고 있다.
우리는 새로운 상품을 기획하거나 기존 사업의 전략 방향을 바꿀 때 시장이나 기술 트렌드를 고려하기도 하고 벤치마킹을 하기도 한다. 하지만 Jobs to be done 방법론은 전략 방향의 핵심 동인을 외부에서 찾는게 아니라 고객에게서 찾는 방법이다. 고객과의 끊임없는 대화와 관찰을 통해서 그들의 속마음을 알아내는 혁신적인 소비자 행동이론이다.
Jobs to be done 은 '파괴적 혁신' 이론으로 유명한 '클레이튼 크리스텐슨' 하버드대 경영대학원 교수가 정리한 이론인데, 번역을 그대로 해보면 '해야 할 일'이란 뜻이다. 고객이 제품을 이용한다는 뜻은 고객이 궁극적으로 도달하고자 하는 '해야 할 일(Job)'을 하기 위해 제품을 지속적으로 '고용(Hire)' 하고 있다는 뜻이다. Jobs to be done 은 고객이 자신의 현재 상황을 더 나은 상황으로 바꾸기 위해 거치는 과정이다. 고객은 점점 더 나은 상황을 만들기 위해 여러 시도들을 하고 있고 우리는 고객의 그런 시도들을 보고 고객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는지 알아내야 한다.
Jobs to be done 은 고객이 자신의 현재 상황을 더 나은 상황으로 바꾸기 위해 거치는 과정이다.
Jobs to be done을 가장 잘 설명해주는 예시는 클레이튼 교수의 '밀크 셰이크' 사례이다.
밀크 셰이크를 고용하는 사람들의 Job은 무엇인가? 저자는 아침마다 자동차를 타고 맥도널드에 와서 밀크 셰이크를 구매해서 갖고 가는 사람들을 지켜보고 관찰했다. 고객은 다른 음식이나 마실거리 대신에 밀크 셰이크를 주로 사 먹었다. 고객이 더 단것을 원했다면 콜라, 사이다를 먹었을 것이고 더 배부르기를 원했다면 햄버거 세트를 먹었을 것이다. 아침 대용으로 먹으려면 바나나도 적절한 대안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관찰 끝에 고객은 '차 안에서 운전하면서 한 손으로 쉽게 먹을 수 있으면서, 오전 시간을 채워줄 수 있는 적당한 포만감을 제공해주는 먹을거리'가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콜라, 사이다는 포만감을 주지 못하고, 햄버거는 차 안에서 먹기가 불편하고 너무 배부르다. 바나나도 차 안에서 먹기에는 적절하지 않다. 바로 '간편한 방법으로 적당한 포만감을 줄 수 있는 먹을거리'가 고객의 Job (할 일)이고 그것을 해결하기 위해 고객은 밀크셰이크를 고용(Hire) 한 것이다.
https://www.youtube.com/watch?v=Stc0beAxavY
다른 예를 들어보자. 테슬라를 구매한 30대 남자 직장인 이야기이다. 그는 가성비가 좋고 A/S 가 좋은 현대차를 살 수도 있고 값비싼 포르쉐를 살 수도 있고 묵직한 분위기의 실용성이 좋은 SUV를 살 수도 있다. 하지만 그는 테슬라를 구매했다. 그가 테슬라를 구매하게 된 과정을 보면 그가 왜 테슬라를 구매했는지 앞으로는 어떤 차를 구매하게 될지를 알 수 있다. 그의 핵심 니즈, 다시 말하면 그가 앞으로 도달하고자 하는 목표 또는 Jobs to be done 을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는 환경에 관심이 많아서 이전에도 전기차를 타고 있었다. 하지만 이전에 탔던 차는 경제적인 측면만 고려하고 구매를 해서 디자인이 좀 아쉬웠다. 이제는 직장생활도 몇년해서 비용 걱정은 별로 없다. 전기차지만 다른 사람들에게 세련된 이미지를 보여주기 위해서 튜닝을 좀 했었다. 트렌드에 관심이 많아서 주위에 '트렌디' 하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는다. 일론 머스크의 테슬라, 스페이스X 의 혁신적인 이야기에 심취해 있으며 일론 머스크는 워너비 중 한명이다.
이 고객은 환경을 생각해서 전기차를 타면서도 나를 보여줄 수 있는 디자인이 중요한 요소이다. 차를 선택할 때에도 트렌디함을 유지하고 싶어하고 무엇보다도 테슬라의 혁신적인 이미지에 대한 동경이 있다. 그가 단순히 환경만 생각했다거나 성능만 생각했다면 다른 차를 선택했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는 디자인이나 트렌디함, 그리고 혁신적인 이미지까지 고려해서 차량을 구매 했다. 그의 Jobs to be done은 '환경을 생각하면서도 자기 자신의 트렌디함, 혁신적인 이미지를 보여줄 수 있는 탈 것' 이다. Jobs to be done은 이처럼 기능적인 것 뿐만 아니라 고객의 내면에 깊숙히 숨어 있는 '추구하고자 하는 것'을 알아내는 과정이다.
Job 에는 3가지가 있다. Functional Job, Social Job, Emotional Job이다. Functional job 은 기능적인 Job으로서 어떤 결과물을 수행할 때 그것을 잘 수행하기 위해 고객이 기대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시계를 구매할 때 튼튼하고 방수가 되고 먼지에도 강한 시계를 원했다면 그것은 Functional 한 측면만 고려한 것이다. Social 측면은 내가 속한 조직이나 내 주위 사람들에게 내가 어떻게 보여질 지를 고려한 측면이다. 예를 들어 고급 로렉스 시계를 구매할 때는 단순히 기능적인 측면뿐만 아니라 사회적인 측면까지도 고려해서 구매할 것이다. 나의 사회적인 지위나 재력을 내가 착용하고 있는 시계를 보여줌으로써 나의 Social Job을 보여줄 수 있다. Emotional Job 은 제품을 구매하거나 사용할 때 내 기분, 내 감정까지 고려하는 측면이다. 우리가 에어비앤비를 이용할 때 얼마나 많은 숙소, 얼마나 저렴한 숙소를 원한다면 그것은 Functional Job이고 숙소의 안전함이나 신뢰성, 그 지역을 직접 경험하고 사는 느낌을 느끼고자 한다면 그것은 Emotional Job이다.
Functional Job, Social Job, Emotional Job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Emotional Job이다. Emotional Job 이 가장 중요하고 가장 찾기도 힘들다. Functional Job 은 성능, 가격, 내구성 등 기능적인 요소라 고객이 쉽게 이야기 할 수 있고 누구나 쉽게 찾을 수 있다. 하지만 Emotional Job 은 그것이 무엇인지 알기도 힘들고 그렇기 때문에 그것을 해결하기도 힘들다. 그리고 Emotional Job 은 찐팬, 로열티와 연관되는 요소로 고객의 지속 사용을 견인하기 때문에 더욱 중요하다.
당근마켓을 예로 들어보자. 당근 마켓의 Job 은 무엇일까? 핵심 Job을 알 수 있는 손쉬운 방법이 있다. 홈페이지나 앱에 들어가 보면 된다. 당근마켓 홈페이지에는 '당신 근처의 믿을 수 있는 중고거래'라고 되어 있다. 당근마켓의 Job은 '생활 반경 내에서 신뢰할 수 있는 중고 거래'이다. 당근 마켓이 Functional Job 에만 집중했다면 얼마나 싼 물건, 얼마나 다양한 물건, 빨리 구매할 수 있는 물건을 수급하는데 집중했을 것이다. 하지만 낯선 사람과의 거래에서 중요한 점은 '신뢰'이다. 이 '신뢰'라는 Emotional Job을 잘 해결해주기 위해 당근마켓은 거래를 내가 사는 동네로 '한정'하고, 동네 사람인증으로 '안심 직거래'를 하게 하고, 판매자의 매너온도를 통해 구매자가 판매자를 '믿을 수 있게끔' 했다. '신뢰' 라는 Emotional Job 이라는 핵심 가치를 제공하기 위해 여러 장치를 사용했다.
그렇다면 Jobs to be done을 알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그리고 Jobs to be done으로 기대하는 결과물은 무엇일까? 다음글에서는 Jobs to be done 프레임워크를 어떻게 활용하는지 알아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