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vs산, 해변이 좋아진 건 다 큰 어른이 되고 나서였다.
바다vs산, 예전부터 이런 유의 밸런스 게임에서 나는 늘 '산'이라고 답하는 편이었다. 그 이유는 무엇보다 어릴 적 기억이 큰데, 가족끼리 여름날 해변에 놀러 가서 텐트를 치고 놀던 게 그닥 좋지 않은 기억이었기 때문이다. 쨍쨍한 햇볕에 살이 타는 것이 너무 싫었고, 짭조름한 물이 내몸에 닿아 따가운 느낌이 반갑지 않았다. 물에 들어갔다가 나왔을 때 다닥다닥 붙어 버리는 모래는 더더욱이나. 그래서 친척들과 함께 가족 여행을 바다로 가는 날이면, 난 늘 예민하게 구는 아이 취급을 받았다. ‘이따 씻으면 되지 얘는 참 이런 거 하나를 못 참고 그러니’. 남들은 바다에 몸도 담그고, 모래 사장에서 잘만 노는데 진짜 나만 예민한 걸까?
그러다 해변이 좋아진 건 다 큰 어른이 되어서 혼자 제주 한달살이를 했을 때다. 제주는 어느 쪽으로 가든 해변이 맞닿아 있었기 때문에 틈만 나면 해변에 가서 산책을 했다. 판포포구, 금능, 애월, 협재…. 서쪽 라인 해변들을 매일 도장 깨기를 하면서 윤슬을 구경했다. 여차하면 피크닉도 하고 싶었기 때문에 늘 돗자리 내지 캠핑 의자를 준비해서 다니기도 했다.
한 달 살기에서 돌아와 사람들에게 가장 많이 받았던 질문은 ‘어디가 제일 좋았어?’였는데, 아이러니하게도 나의 대답은 ‘서쪽 바닷가 전부!’였다. 분명히 난 어릴 적 바닷가를 좋아하지 않았는데 이상하지. 아직도 그 날을 생각하면 두 눈과 귀에 담았던 바닷가가 가장 먼저 떠오르곤 한다. 그 이유를 잘 생각해 보면, 멀리서 바라보기만 했기 때문인 것 같다. 햇볕이 싫으면 바다를 잘 관찰할 수 있는 그늘에 자리를 잡으면 되고, 따가운 물이 싫으면 바닷물에 들어가지 않으면 된다. 대신 뽀송한 채로 조개를 줍는다거나, 돗자리를 깔고 파도 소리를 들으며 책을 읽곤 했다. 아! 나의 바닷가 취향은 이런 거였구나. 바다를 싫어하는 건 아니었는지도 몰라.
좋고 싫음에 대한 기준점이 달라진 것은 이때부터였는지도 모르겠다. 내가 싫어한다고 생각했던 건, 사실 그걸 좋아하는 방법을 아직 잘 몰라서였을 수도. 방식을 몰라서 싫어한다고만 여겼던 것들이 한 트럭일지도 모르는데, 죽기 전에 모르고 가면 얼마나 아까울까? 오늘부터라도 서투른 방식으로 선입견을 하나씩 고쳐 써보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