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실을 생각하며 공부하자
‘저 실력에 어떻게 OO대학을 나왔을까?’
회사에서 좋은 대학을 나왔다는 사람들이 일을 못하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습니다.
취업시장에서 토익점수, 학점, 대학, 자격증 등의 스펙을 요구하지만, 막상 일을 해보면 스펙이 좋은 사람이 반드시 업무능력도 좋은 것은 아닙니다. 제 주변에서 공부는 잘했는데 업무성과는 별로인 사람들이 왜 그런지 관찰한 결과 아래의 경우로 나누어볼 수 있었습니다.
대학에서 배운 지식을 바로 써먹을 수 있는 경우는 많지 않습니다. 자격증 시험도 마찬가지입니다. 시험의 성격상 문제로 출제할 수 있는 내용에는 한계가 있고, 실제 업무에서 필요한 지식과는 일정 부분 동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대학에서 배운 지식 대부분은 원리 또는 개념과 관련된 것이 많지만, 업무에서는 원리와 개념을 실제로 어떻게 활용하는지가 중요합니다.
예를 들어 마케팅 전략을 세우기 위해 FGI(focus group interview, 소수의 응답자와 집중적인 대화를 통해 정보를 찾아내는 면접조사)를 한다고 생각해봅니다. 학교에서는 FGI의 개념, 장단점, 활용되는 방법을 공부하지만, 실제로 나가면 그런 것은 기초지식일 뿐입니다.
업무에서는 어떻게 응답자를 선정해서 필요한 시간에 잘 데리고 올지, 질문을 어떤 방식으로 해야 소기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지가 중요합니다. 이런 내용은 실무를 해보지 않는 이상 배우기 어렵습니다.
제 경험상 여러 업무를 하면서 공통적으로 ① 필요한 자료가 어디에 있고 어떻게 확보할 수 있는지를 아는 능력과 ② 확보한 자료를 상황에 적합하게 잘 가공할 수 있는 능력이 중요했습니다.
이 두 가지는 일반적으로 공부를 통해 익히기 어렵습니다. 자료 확보는 콘택트 포인트를 알아야 하고, 자료를 정리하는 것도 상사의 성향과 회사의 보고 방식에 따라 다르기 때문입니다.
결국 공부를 잘했다고 해서 ① 실제로 일을 빠르게 추진할 수 있는 것도, ② 자료 확보를 잘하는 것도, ③ 내용을 상황에 맞게 잘 정리할 수 있는 것도 아닙니다. 일을 하면서 업무능력을 스스로 키워나가야 합니다.
직장에서 여러 직책을 맡으며 다양한 업무를 합니다. 몇몇 자리를 경험해보면서 공통적인 업무성격과 처리하는 방법을 알게 되고 점점 숙달됩니다. 처음 일을 할 때는 생소해서 공부를 하며 일을 하지만, 몇 년 지나면 공통적인 업무처리 방법을 알게 되면서 공부를 하지 않더라도 대충 때우며 일을 할 수 있게 됩니다.
대부분의 직장인은 고정된 월급을 받으며 생활하다 보니 성과에 대한 관심보다 편하게 일하는 것에 관심이 많아집니다. 성과급 제도가 있긴 하지만, 항상 업무능력으로 평가받는 것은 아닙니다. 소속 부서의 전체적인 실적, 올해의 경제상황 등에 따라 나의 성과급은 달라집니다.
결국, 직장인은 몇 년 일하면 공부하지 않고 일해도 적당히 버틸 수 있다는 것을 배우면서 공부와 담을 쌓고 살게 됩니다.
하지만 직장 밖의 세상은 계속 변하고 있습니다. 오랫동안 공부를 하지 않으면 어느 순간 자신이 아는 것과 업무에서 요구하는 지식이 큰 차이가 나게 됨을 깨닫게 됩니다.
특히, 비교적 안정적인 조직에서 생활하다 보면 다양한 책을 읽어볼 필요도, 자격증을 딸 필요도, 각종 세미나에 가서 발표하거나 참여할 필요도 느끼지 못합니다. 그러다 보면 아무리 똑똑했던 사람이라도 세상 물정 모르고 헛소리하는 사람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우리나라는 주로 시험으로 학업성적을 평가합니다. 시험을 잘 보려면 이해보다 암기를 우선해야 하는데, 그러다 보면 암기를 잘해서 시험만 잘 본 사람들이 있습니다.
암기로 시험만 잘 본 사람들의 가장 큰 문제점은 어떤 일이 중요한지 잘 파악하지 못한다는 점입니다. 그러면 업무의 본질을 파악하지 못해 중요하지 않은 부분에 너무 많은 시간을 할애하게 됩니다.
실제로 한 페이지를 보고하기 위해 참고자료만 400페이지를 만드는 경우를 본 적이 있습니다. 어떤 것을 여쭈어볼지 모른다고 이것저것 다 챙기다 보니 자료가 엄청나게 많아졌고 챙기는 데만 며칠이 걸렸습니다.
시험공부할 때 하나도 틀리지 않기 위해 모든 내용을 다 대비하는 습관을 업무에 적용한 것입니다. 그런데 하나를 보고할 때 너무 많은 것을 준비하면 결국 다른 중요한 업무에 차질을 빚게 됩니다.
공부를 잘하는 사람들이 다른 사람의 말을 주의 깊게 듣지 않고 자기주장만 펼치는 경우가 있습니다. 지금까지 앞만 보며 공부해서 좋은 성과를 거두었지만, 정작 직장에서는 다른 사람과 소통이 잘 되지 않아 업무실적이 좋지 않습니다.
① 자기 일정만 중요해서 일정 협의에 전혀 양보를 하지 않거나, ② 주변 사람들의 도움은 다 받고 다른 사람은 도와주지 않거나, ③ 자신은 하나도 손해 안 보는 방향으로 행동하면, 점점 평판이 나빠집니다.
업무를 하면 주변 사람들이 주는 정보와 도움이 절대적으로 필요하고, 평판이 나빠지는 것은 업무능력과 직결된 문제입니다. 이 경우 자신은 주어진 일을 열심히 했고 낮은 성과에 책임이 없다고 생각하지만, 직장인의 생산성은 자신의 행동으로만 결정되는 것이 아님을 명심해야 합니다.
다 알면서 일부러 못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이는 자신의 편의를 위한 경우입니다.
‘너무 잘하면 일을 많이 주니까 못하는 척해야겠다’, ‘어차피 승진하려면 멀었고 현재 근무평가는 승진심사에 반영되지도 않으니 대충 할래’, ‘부장님께 아부하면 쉽게 평가 잘 받는데 일은 적당히 하지 뭐’라고 생각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이런 사람들은 일부러 못하는 척을 하며 ‘나에게 일을 시키지 말라’는 신호를 암묵적으로 보냅니다. 그런데 몇 년간 계속 못하는 척을 하다 보면 일을 잘해야 하는 이유를 잊고 진짜 일을 못하게 됩니다.
정말 조직에서 인정받고 싶은 마음을 가지고도 방향성이 잘못된 경우가 있습니다. 아래의 유형은 열심히 하지만 회사에서 인정받기 어려운 경우입니다.
① 팀 내 분위기가 중요하다고 생각해 회식자리를 많이 만드는 데만 집중하는 사람
② 상사에게 잘 보이고 싶어서 필요 없는 아부를 많이 하며 조직 분위기를 흐리는 사람
③ 현장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굳이 갈 필요도 없는 출장을 만다는 사람
④ 회의에서 능력 있게 보이기 위해 안 해도 될 말을 많이 하다가 결국 회사 기밀을 누설하는 사람
이런 경우는 자신의 본분을 망각해서 발생한 것입니다. 일을 하는 이유는 조직의 생산성에 기여함에 있습니다. 무조건 업무의 원활한 진행을 최우선으로 해야 합니다. 다른 것들은 부수적인 일입니다.
일은 잘하는데 말을 조리 있게 하지 못해 업무능력보다 ‘저평가’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공부를 하는 동안에는 누군가 앞에서 말을 하거나 보고를 할 일은 잘 없습니다. 그러다 보니 공부를 잘해도 설명하는 것에는 취약한 사람들이 있습니다.
책만 보며 공부한 사람일수록 ‘보고 잘하는 방법’, ‘스피치 잘하는 방법’에 대한 공부를 할 필요가 있습니다.
맥킨지와 골드만 삭스에서 근무한 도쓰카 다카마사는 바쁜 상사의 스케줄을 비집고 들어가 보고하기 위해 아래 세 가지 요령을 제시했습니다.
① 자신감을 가지고 “제 이야기를 들어주십시오”라고 당당하게 말한다.
② 항상 보고할 수 있도록 늘 머릿속으로 정리해둔다.
③ 간단명료하게 말한다.
마지막 보고를 잘해야 능력을 인정받기 때문에 보고하는 능력을 스스로 길러둘 필요가 있습니다.
공부하는 이유는 일이든 연구든 무엇인가 결실을 맺기 위함입니다. 공부를 할 때는 결실을 생각하며 공부해야 합니다. 공부를 하면서 ‘지금 내가 결실과 거리가 멀어진 공부를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주기적으로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 참고도서 : 도쓰카 다카마사 지음, 김대환 옮김 ‘세계 최고의 인재들은 왜 기본에 집중할까(2014, 비즈니즈 북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