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꼰대’라는 용어는 권위적인 사고를 가진 어른이나 선생님을 비하하는 은어로 처음 사용되었습니다. 최근에는 자신보다 지위가 낮거나 나이가 어린 사람에게 자신의 경험을 일반화하여 일방적으로 어떤 행동을 강요하는 사람이라는 의미로 사용됩니다.
회사 직원들은 꼰대 상사를 싫어하지만,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꼰대는 사라지지 않습니다. 저도 처음 직장생활을 할 때 A 꼰대 상사만 퇴직하면 모든 문제가 해결될 줄 알았습니다. 그렇지 않았습니다.
직장 내에서 꼰대는 계속 생겨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직장 내에서 꼰대 상사를 만드는 직원들도 존재한다는 의미입니다.
1. 과도한 충성경쟁
“보고서 내용이 이해(understand)가 안가. 이해(금년, this year)가 가야 저해(내년, next year)가 오는데 말이야.”
“하하하 정말 재미있습니다. 국장님!”
상사의 재미없는 농담도 웃어주는 것이 사회생활이라고 합니다.
실제 B부처 회식장소에서 있었던 일입니다. 상사가 재미없는 농담을 했고 C 직원은 크게 웃었습니다. 이를 옆에서 지켜본 다른 직원 D는 더 크고 길게 웃었습니다. 이에 질세라 또 다른 직원 E는 직원 D보다 더 크고 길게 웃었고, 결국 회식자리에 참석한 전원이 그렇게 30분간 웃었다고 합니다.
처음에는 상사는 자신의 농담에 웃어주는 부하직원을 고맙게 생각할지도 모릅니다. 호의가 계속되면 권리인 줄 알게 됩니다. 시간이 지나면 대부분의 직원들이 웃는 재미없는 농담에 웃지 않는 소수의 직원들을 괘씸하게 생각하게 됩니다.
업무와 관련이 없고 불필요한 충성경쟁이 상사를 꼰대로 만듭니다. 충성을 한 부하직원은 자신은 상사에게 점수를 땄을지 모르지만, 상사를 꼰대로 만드는 데 일조하였고 다른 직원에게 피해를 준 것입니다.
2. 행동의 합리화
F상사 입장에서 직원의 보고 내용 중 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이 있습니다. “정신 똑바로 안 차릴래?”, “이렇게 하고 따박따박 월급 받냐?”라고 말하며 인신공격을 합니다.
그러다가 미안했는지, 마지막에 한마디를 추가합니다.
“다 너 잘되라고 하는 말이야. 알지?”
이런 말을 들으면 부하직원은 기분이 나빠야 합니다. 그런데 일부 직원들은 상사의 합리화에 동조합니다.
“아 그럼요. 회사가 잘 돌아가려면 그렇게 하셔야죠.”
“회사 생각해서 말씀하신 것인데요. 이해합니다.”
이렇게 말하면 상사와 어색한 상황을 부드럽게 넘어갈 수 있습니다. 이후 상사는 좋은 말로 잘 넘어간 직원들에게 ‘업무 이해도가 높고 생각이 깊은 직원’이라는 평가를 합니다. 상사와 직원이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좋게 넘어가면 좋은 상사는 나타나지 않습니다. 점점 막말을 하는 것에 대해 죄책감을 느끼지 못하게 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상사는 꼰대가 되어 갑니다.
3. 무조건 굽신거리는 행동
상사의 바쁜 일로 부하직원과 사전에 약속한 미팅 시간보다 약 1시간이 늦었습니다. 상사가 미안해합니다. 이때 부하직원은 이런 말을 합니다.
“저의 1시간보다 과장님(상급자)의 1분이 더 소중합니다.”
부하직원 입장에서 상사가 너무 미안해할까 봐 배려하는 차원에서 말한 것입니다. 하지만 과도하게 배려하는 말을 반복적으로 들는 상사는 점점 부하직원의 시간을 소중하게 생각하지 않게 됩니다.
“과장님 지시라면 죽는시늉이라도 해야죠!”
과도하게 굽신거리는 말은 당장 상사가 듣기 좋을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말들이 상사에게 부당한 지시를 해도 된다는 오해를 낳을 수 있게 됩니다.
4. 부하의 불성실
“내가 나쁜 사람이 되지 않으면 회사가 돌아가지를 않잖아!”
부하의 불성실한 업무태도가 상사의 꼰대질을 부추깁니다. 상사를 속이거나 업무를 대충 처리하여 거래처에 피해를 주는 행동을 하면 상사는 점점 부하를 믿지 않고 간섭을 하기 시작합니다.
상사 입장에서 ‘부하직원이 잘 처리했으면 스트레스받지 않아도 되는 일’까지 신경을 써야 한다고 생각하게 됩니다. 그러면 기분이 나빠지고 부하직원에게 짜증을 냅니다.
불성실한 부하직원이 자신보다 일찍 퇴근하거나 휴가를 쓰는 모습을 보면 왠지 꼴도 보기 싫어지고 한소리 하고 싶은 욕구를 느낍니다. “상사보다 일찍 퇴근하면 되겠어?”, “일은 다하고 휴가 가는 거야?”와 같은 말을 하게 됩니다.
꼰대질도 관성입니다. 부하직원에게 짜증을 내는 기간이 지속되면 점점 꼰대가 되어 갑니다. 하다가 안 하면 왠지 해야 할 것 같은 느낌도 든다고 합니다.
꼰대질을 하기 위해 일부러 트집을 잡기도 합니다. 제가 군대에서 만난 상급자 중 “보고할 때 무엇인가 지적하지 않으면 오늘은 일을 제대로 하지 않은 것 같다.”라고 말하는 사람도 보았습니다.
5. 하급자의 희생 강요
“이번만 OO사원이 참아.”
중간관리자 입장에서 상급자와 하급자 사이에 갈등이 생기는 경우, 상급자의 잘잘못을 떠나 가급적이면 하급자에게 참으라고 합니다. 상급자가 아주 경미한 실수를 한 경우에는 부하 입장이 참고 넘어가는 것이 원만한 사회생활을 위해 필요할 수도 있습니다.
문제는 계속 참으면 경미한 실수에서 끝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바늘도둑이 소도둑 된다’는 속담처럼 경미한 잘못을 넘어가는 일이 많아지면 잘못의 강도가 커집니다.
제 주변에서 음주운전으로 단속된 사람 중에 처음으로 음주운전을 한 경우는 본 적이 없습니다. 처음에는 소량을 마시고 짧은 거리를 운전합니다. 한번 잘 넘어가면 또 음주운전을 합니다. 시간이 지나면 만취상태에서도 운전대를 잡습니다. 음주운전이 습관이 된 것입니다.
상급자의 경미한 잘못을 넘어가는 부하직원이 많아지면 잘못의 강도가 커지고 어느 순간 최악의 꼰대가 됩니다.
6. 성공한 꼰대의 가르침
“너도 이렇게 해야 올라갈 수 있어.”
신입직원들은 상사의 행동을 모방함으로써 회사생활에 잘 적응해보려고 합니다. 제가 처음 입사했을 때 고민했던 것 중 하나가 ‘골프를 쳐야 조직에서 잘 나갈 수 있는가?’였습니다. 왜냐하면 제 주변 직장인들이 너도나도 골프를 배우는 모습을 보았기 때문입니다.
조직의 상급자들을 보니 골프를 치는 사람이 별로 없었습니다. ‘실력만 있으면 골프는 안쳐도 되는구나.’하는 생각을 한 이후로 골프를 배워 볼 생각을 단 한 번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꼰대 상급자와 친해지면서 잘못된 습관을 배워 괜찮던 직원이 점점 꼰대가 되기도 합니다. ① 부하직원에게 모든 일을 시키고 보고만 자신이 하여 잘 나가는 상사 ② 과도한 의전을 강요하는 상급자를 보며 ‘나도 그렇게 하면 조직에서 인정받는구나’, ‘저렇게 행동해도 되는구나!’라고 생각하게 됩니다.
실제로 제가 본 꼰대 상사들은 자신이 잘났다고 생각하며 성공스토리를 무용담처럼 늘어놓습니다. 일부는 그 꼰대 상사에게 ‘대단하십니다.’라고 말하며 아부합니다. 그런 모습을 본 직원들은 꼰대 상사가 성공한 직장인이라고 오해를 하게 되고, 그 행동을 따라 하게 됩니다. 그러다 보면 어느 순간 자신이 꼰대가 되어 있습니다.
결국, 처음부터 꼰대인 사람은 없었고 잘못된 경험들이 쌓이며 점점 꼰대가 되었던 것입니다. 부하직원들의 잘못된 행동이 상급자가 꼰대가 되는 것을 부추기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