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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형재 Jun 11. 2018

자녀의 공부를 망치는 부모의 5가지 행동

공부할 때 부모와 자식은 가장 조심스러운 관계다

가장 가까운 사이가 부모와 자식입니다. 하지만 가까운 관계라 하더라도 각자 ‘다른 인격을 가진 사람’이다 보니 모든 일에 같은 의견을 가질 수는 없습니다.      


특히 부모가 자녀의 학업에 많은 관심을 가지다 보면 부모와 자녀 간에 의견 충돌이 생길 수밖에 없습니다. 부모 입장에서 ‘자녀 잘 되라고 하는 소리’가 결국 자녀의 공부를 망칠 수도 있습니다. 자녀 입장에서 그런 말을 들으면 '부모가 남보다 못하다'고 느끼기도 합니다. 여기에서는 저의 경험과 주변에서 본 사례를 바탕으로 자녀의 공부를 망치는 부모의 5가지 행동에 대해 설명하겠습니다.      


자녀의 공부를 망치는 부모의 5가지 행동
- 공부할 때 부모와 자식은 가장 조심스러운 관계다 -



1. 자녀는 부모의 한을 풀어주는 존재인가     


제가 중·고등학교 시절을 보낸 대구광역시 수성구도 교육열이 상당히 높은 지역입니다. 자녀의 성적에 관심이 부모님들이 많았고 개인교습, 종합반 학원 등도 성행하였습니다. 그리고 제가 다녔던 중·고등학교에서 ‘자신의 목표가 서울 법대’라고 항상 말하고 다니는 친구가 전교에 한 명(또는 그 이상)은 있었습니다.      


그 친구들의 특징은 ‘서울 법대’ 외에 다른 학교와 전공에는 전혀 관심이 없고 오직 ‘서울 법대’를 가기 위해 공부에 매진하였습니다. 대화를 하면 항상 ‘서울 법대’에 입학했을 때의 좋은 점에 대한 이야기를 합니다. 아마 그러한 장점은 부모님께 들었을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합니다.

      

많은 부모님들이 자신이 이루지 못했던 꿈을 자녀가 대신 이루어주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그것은 모두 자녀를 위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자신이 하고 싶었던 것을 자녀가 이룬다면 자녀가 정말 행복해질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런 생각을 하는 부모는 자녀에게 내가 말하는 대로 공부하면 칭찬하지만 그렇지 않으면 관심을 보이지 않을 것이라는 신호를 암묵적으로 보내며 열심히 공부하도록 유도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러한 방법은 장기적으로 자녀의 공부를 망칠 가능성이 큽니다.      


먼저, 부모가 목표로 한 ‘서울 법대’를 자녀가 열심히 공부하여 입학하였다고 생각해봅시다. 분명히 그 부모는 서울 법대를 들어갔으니 사법시험을 우수한 성적으로 합격하여 판검사가 되라는 ‘새로운 목표’를 제시할 것입니다.      


자녀는 그 새로운 목표를 위해 열심히 공부해야 하고 그 결과 우수한 성적으로 사법고시에 합격해서 판사가 되었다고 생각해봅시다. 그러면 그 후 좋은 집안과의 결혼, 똑똑한 자녀의 출산, 다시 자녀(부모 입장에서는 손자)의 명문대 진학... 등 같은 방식으로 부모의 성공 기준을 지속적으로 요구할 것입니다.       


이런 경우 자녀는 스스로 자신을 사랑하는 방법을 깨우치지 못할 가능성이 큽니다. 처음에는 부모가 만든 기준을 달성해가며 부모의 사랑과 성취감을 얻지만, 넓은 세상과 다양한 삶의 기준을 알게 되면서 허탈감이 커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자녀만의 성공 기준을 만들 수 있어야 자녀가 자신을 사랑할 수 있습니다. 어렸을 때는 부모가 성공 기준을 정해줄 수 있어도 일정 시점이 지나면 부모의 성공 기준을 버려야 합니다.      


만약, 부모가 요구하는 성공 기준을 자녀가 달성하지 못하였다고 생각해봅시다. 자녀가 어느 정도 성과를 내는 동안에는 부모는 잘 한다고 칭찬하겠지만 결국 목표를 달성하지 못한다면 부모와의 관계가 어색해질 수도 있습니다.       


부모가 제시한 성공 기준을 달성하지 못했을 때 오는 ‘자녀의 극심한 좌절감’을 생각한다면 한 가지 목표를 무조건적으로 제시하는 것은 매우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상기 예에서 ‘서울 법대’를 목표로 한 친구들은 충분히 좋은 성적을 내고 있었습니다. ‘서울 법대’를 가지 않더라도 어느 분야에서든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입니다. ‘서울 법대’라는 목표를 달성하지 못해 ‘부모의 한을 풀어주지 못한 자녀’라는 멍에를 만들 필요는 없습니다.      

 

부모가 제시한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을 때 자녀에게 주는 상처는 전혀 고려하지 않은 결과입니다.    

   


2. ‘부모의 언행불일치가 자녀의 교육을 망친다     


부모들은 자녀가 더 바르고 더 열심히 공부하기를 바라면서 정작 자신은 책을 한 권도 읽지 않습니다. 자녀는 “엄마, 아빠는 공부 안 하면서 왜 나 보고는 공부하라고 하느냐”라고 물어봅니다. 그러면 대부분의 부모는 “나처럼 살지 말고 너는 더 잘 되어야 하니까 그러는 거 아니야!”라고 답을 합니다.     


자녀는 ‘부모의 말’이 아닌 ‘행동’으로부터 배웁니다. 제가 중학교 때 겪었던 일입니다. 그 당시 저희 아버지는 대구에 소재한 전문대학교에서 학과장을 맡고 있었습니다. 추석이 다가오는 어느 날 누군가가 집으로 찾아와 명절 선물이라고 사과 상자를 집에 두고 갔습니다. 아버지가 집에 계시지 않을 때 저는 무심코 그 선물을 받았고 나중에 그것을 알게 된 아버지는 그 사람에게 다시 찾아가 사과 상자를 돌려주었습니다. 명절에 선물이 거의 오지도 않았지만 아버지는 항상 명절에 오는 선물을 대부분 거절하였습니다.      


“정직하게 살라”, “질서를 지켜라” 등과 같은 말로 하는 가르침보다 행동으로 보여주는 가르침이 오래 기억에 남습니다.      


저는 아버지에 대한 기억이 오래 남아 공무원 생활을 하면서도 다른 사람에게 절대 선물을 받지 않았습니다. 저의 결혼식에서도 업무와 관련된 외부인들로부터 받은 모든 축의금을 돌려주었습니다. 그 당시에는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일명 김영란법)이 시행되기 전이라 법에 저촉되지도 않았고 대부분 김영란법 한도 내의 적은 금액이었지만 ‘받지 않는 것이 맞다’는 제 개인적인 기준에 따른 것이었습니다.     

 

특히, 자녀는 부모의 나쁜 행동을 따라 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부모가 사용한 방법에 자녀가 상처를 받는다면 자녀는 동일한 방법으로 주위 사람들에게 행동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심리학에서는 이러한 행동을 ‘공격자와의 동일시’라는 용어로 설명합니다. 부모의 행동으로 힘들었던 기억을 가진다면 자녀는 그 힘들었던 기억으로 ‘자신은 다른 사람에게 그렇게 행동하지 않아야겠다’고 생각할 것 같지만 실제로는 그 반대인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예를 들어 선생님이나 부모님이 폭력을 행사하여 맞은 자녀는 ‘폭력을 쓰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하기보다 ‘다른 사람에게 폭력을 써도 되는 것이구나’라고 생각하게 되는 것입니다. 그만큼 부모의 행동은 중요합니다.   

   


3. 부모는 자녀가 ‘나 없이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많은 부모님들이 자녀를 사랑하는 마음의 발로로 무엇이든 챙겨주고 싶어 합니다. 하지만 그러한 행동이 자녀가 성인이 되어서까지 지속되면 자녀를 의존적으로 만들 수 있습니다.      


부모가 자녀의 생활에 개입하여 자신의 존재 이유를 찾고자 하는 마음이 있으면 ‘자녀는 나 없이는 안 된다’고 생각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부모로서 역할을 충분히 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내가 자녀에서 중요한 존재라는 것을 부각하기 위해 더 세밀하게 자녀의 생활에 ‘개입’합니다.    

  

그런데 부모의 ‘나 없이는 안 된다’는 생각이 단순히 자녀의 생활을 도와주는 수준이 아니라 정확한 방향에 따라 개입한다는 것입니다. 그 방향은 ‘부모의 한을 풀어주는 방향’입니다.      


자녀가 '도와주지 않아도 된다'고 말을 하면 자신의 개입 방향이 옳다는 것을 입증하기 위해 자녀의 약점을 잡습니다. “책상 똑바로 정리도 안 하고 주말마다 늦잠 자니까 아빠(또는 엄마)가 도와주는 거 아니야! 네가 잘 했으면 그러겠어?”, “왜 그렇게 나약해 빠졌어?”, “네 나이 때 나는 더 힘들게 살았어” 등 개입을 통해 얻은 약점을 사례로 자신의 방향이 옳다고 주장합니다.     


그런 말을 통해 부모의 개입에 대한 정당성을 높일 수는 있을지 몰라도 자녀의 자립심과 자존감은 낮아지게 됩니다. 아마 그러한 부모님들은 자녀를 옳은 방향으로 가르치기 위해서라고 생각할 것입니다. 하지만 ‘과유불급’입니다. 처음에는 자녀가 부모의 말을 잘 따르게 되겠지만 부모의 작은 변화에도 민감해지고 스스로 결정을 못하게 될 가능성이 큽니다. 


부모와 자녀는 서로 사랑할 수 있는 관계를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4. ‘무조건적인 과도한 규율은 자녀의 반항심을 키운다     


부모님들 중에는 자녀들에게 과도한 생활수칙을 만드는 경우가 있습니다. “내가 군대에 있을 때는 매일 아침 5시 반에 기상해서...”, “명문대학을 간 학생의 합격수기를 보니 하루에 00시간을 공부했다고 하더라. 이제부터 너도...”와 같이 자녀의 의사와는 전혀 무관한 생활수칙을 과도하게 정하여 이를 따르게 합니다.      


휴일에도 무조건 일찍 일어나야 하고 매일 방을 청소해야 하는 것과 같이 자녀가 숨을 쉬기 어려울 정도의 생활수칙을 정하면 자녀는 집에 들어오지 않고 겉돌게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과도한 규율로 겉으로는 생활이 바람직해진 것 같지만, 안에서는 반항심을 저축하고 있고 저축된 반항심은 이자가 붙어 크게 돌아옵니다. 학창 시절에 과도한 규율을 지키며 생활한 경우 성인이 되자마자 삐뚤어지는 경우를 종종 보았습니다. 부모는 생활수칙을 만들고자 한다면 ‘왜 지켜야 하는지’를 자녀에게 먼저 설명해 주어야 합니다.      



5. 적성을 무시한 과도한 안정성 추구가 자녀의 꿈을 없앤다     


2016년 2월 JTBC에서 서울시내 고등학생을 대상으로 장래희망을 조사한 결과 1위는 공무원(22.6%), 2위는 건물주와 임대업자(16.1%)로 나타났다고 합니다. 2017년 5월 잡코리아와 알바몬이 자녀가 있는 직장인을 대상으로 실시한 ‘직장인이 희망하는 미래의 자녀 직업’에 대해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24.8%가 미래의 자녀 직업으로 공무원을 선택했다고 합니다.      


고등학생이 공무원, 건물주와 임대업자와 같은 안정적인 장래희망을 가지게 된 데는 부모의 영향이 크다고 생각합니다.     


부모가 가장 바라는 것은 자녀의 건강과 안정입니다. 그러다 보니 자녀가 어렵고 불확실한 진로를 선택하는 것보다 안정적이고 무탈한 삶을 살기를 바랍니다. 세상을 살면서 위험하고 험악한 일을 겪거나 보았기 때문에 자녀만큼은 그런 일에 연루되지 않았으면 하는 것이 부모의 마음입니다.      


그러한 부모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닙니다만, 자신의 선호가 형성되기 전부터 ‘자녀의 꿈을 억압하는 말이나 행동’을 하지 않는 것이 자녀의 발전과 행복을 위해 더 좋은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2013년 5월 한국 직업능력개발원에서는 전국 초·중·고등학생 2만 4천여 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학생들은 장래 희망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사람은 부모(46.6%)라고 답했다고 합니다. 그만큼 자녀에게 부모는 중요한 존재입니다.      


부모의 의욕만 앞서 자녀의 발전을 저해하는 행동을 한다면 자녀와의 사이만 멀어질 뿐입니다. 예전처럼 부모의 강요로 자녀의 행동을 바꾸는 시대는 지났습니다. 서로를 사랑할 수 있는 관계를 만들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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