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다 현명한 선택을 위해 필요한 원칙
“오늘 점심에 자장면이 좋나요? 짬뽕이 좋나요?”
이 둘 중 하나를 선택하지 못하는 사람이 많아서 짬짜면이라는 메뉴가 생겼습니다.
점심메뉴 하나도 선택하기 어려운데, 나의 미래가 걸린 일에 대한 선택에 신중해지는 것은 당연합니다. 문제는 결정을 내려야 하는 상황에서 신중함을 넘어 선택 장애에 빠진다는 것입니다. 선택 장애(또는 결정장애)란 선택의 갈림길에서 어느 한쪽을 고르지 못해 괴로워하는 심리를 뜻하는 신조어입니다.
학생들이 가장 많이 하는 질문 중 하나는 선택과 관련된 것입니다. “어떤 전공을 선택해야 하나요?”, “어떤 선택과목으로 준비해야 유리할까요?”, “공무원 시험에서 어떤 직렬로 시험을 보는 것이 좋을까요?” 등이 그 예입니다.
여기에서는 공부할 때 선택 장애가 오는 순간에 현명하게 결정하는 방법에 대해 설명하겠습니다.
공부할 때 선택 장애에 빠지는 순간들
- 보다 현명한 선택을 위해 필요한 원칙 -
선택하기 전 반드시 알고 있어야 할 것이 있습니다.
어떤 결정을 하든 완벽히 좋은 선택인지는 누구도 알 수 없다는 것입니다.
다른 선택을 했을 때 어떤 결과를 얻었을지는 아무도 알 수 없습니다. 그래서 시간이 지나서도 과거의 선택이 최선의 결과를 가져다주었는지는 확실히 알기 어렵습니다. 단지, 선택한 것에 대한 결과를 보고 좋은 선택이었는지를 유추할 뿐입니다.
저도 진로와 같은 문제에 대한 질문을 많이 받습니다. 그런데 조언을 해주는 사람도 무엇이 최선인지를 모릅니다. 선택을 하는데 고려하여야 할 요소들을 모두 포함하여 생각해본 후 선택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까지 할 수 있을 뿐입니다.
예를 들어 봅시다. 저의 대학교 후배 A는 행정고시에 도전할지 여부에 대해 저와 상담을 한 적이 있습니다. A와 같이 행정고시에 도전할지에 대해 고민하는 사람들이 가장 궁금해하는 것은 두 가지입니다. ① 자신이 행정고시에 합격할 수 있을지와 ② 행정고시에 합격하면 무엇이 좋은 지입니다.
상담을 하는 입장에서, 이 두 가지 궁금한 점에 대해 명확한 답을 주기가 어렵습니다. ① 먼저, 그 누구도 합격을 예상할 수 없습니다. 할 수 있는 말은 열심히 해보라는 말 외에는 없습니다. ② 그리고 행정고시에 합격한 이후의 진로도 사람마다 다르고, 같더라도 느끼는 만족도가 달라 좋은 점에 대해 크게 할 수 있는 것이 없습니다.
단지, 공무원의 급여, 생활(사람마다 생활방식이 다르겠지만, 조언하는 사람의 기준에서의 생활), 어떤 일을 실제로 하는지 정도를 개괄적으로 알려줄 수 있습니다. 조언을 받는 입장(후배 A의 입장)에서 공무원이라는 직업과 고시공부에 대해 오해하고 있는 사실이 없는지 등을 확인해주고, 의사결정에 일정 부분을 보조할 수 있을 뿐입니다. 딱 거기까지입니다.
시험 준비나 진로를 선택할 때 가장 갈등이 되는 상황은 ① 하고 싶은 것을 선택할 것인지, ② 아니면 합격할 확률이 높은 것을 선택할지 여부입니다.
예를 들어 좋은 대학의 다소 인기가 적은 학과를 지원할 것인지, 아니면 그 보다 학교는 좋지 않지만 취업이 잘 되는 전공을 지원할 것인지가 고민됩니다. 또는 공무원 시험을 준비할 때 되고 싶지만 인기가 많아 경쟁률이 높은 직렬을 선택할 것인지, 아니면 덜 선호하지만 경쟁률이 낮은 직렬을 선택할지 고민됩니다.
이러한 고민을 할 때는 먼저, 자신이 중요시하는 가치가 무엇인지를 따져보아야 합니다. 선택 후 이를 실행에 옮기는 과정에서 동기부여가 잘 되기 위해서는 내가 우선순위를 높게 두는 가치에 부합하는 선택을 해야 합니다.
가치판단은 상대적입니다. 예를 들어 좋은 대학의 다소 인기가 적은 학과를 지원할 것인지 아니면 그 보다 학교가 좋지는 않지만 취업이 잘 되는 학과를 지원할 것인지 고민되는 상황이라고 가정해 봅시다. 두 전공 중 내가 중요시하는 것은 무엇인지와 학교의 명성이 나에게 얼마나 가치가 있는지 등은 상대적이고 주관적인 영역입니다.
평소에 내가 정말로 가지고 싶은 가장 중요한 가치가 무엇인지를 정해보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특히, 주변 사람들의 강요와 조언에 흔들리지 않고 온전하게 자신이 좋아하고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을 정할 수 있어야 합니다.
선택을 한 후 그 선택을 후회하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술이 취한 상태에서 새벽 시간에 헤어진 이성친구에게 전화를 하였다면 다음 날 아침 대부분 ‘전화를 걸지 말았어야 했는데’라고 생각하며 후회를 합니다.
반대로 선택하지 않을 것을 후회하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공부해보고 싶었던 전공이 있었는데 주위에서 수능점수에 맞춰서 전공을 선택하라고 강압 아닌 강압이 들어와 원하지 않는 전공을 선택해서 그에 따른 진로를 정하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면 아마 ‘만약 하고 싶었던 전공을 했었더라면 나는 어떤 인생을 살고 있었을까’하는 생각이 들 것입니다.
둘 중 어떤 경우에 후회가 더 클까요?
노스웨스턴대학교의 닐 로즈 교수는 ‘한 행동에 대한 후회’와 ‘하지 않은 행동에 대한 후회’를 나누어 비교 분석한 결과, 자신이 한 행동에 대한 후회는 후회의 시간이 짧고, 후회한 이후 더욱 건강해졌다고 합니다. 반면, 하지 않은 행동에 대한 후회는 오래 지속되어 자신을 더 힘들게 한다고 합니다.
저도 항상 누군가에게 조언을 할 때, ‘일단 하고 싶은 것이 있으면 해보라’고 조언합니다.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해봤다는 사실만으로도 주체적으로 살고 있다는 생각을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조직 또는 다른 사람들로부터 내 인생이 끌려 다닌다는 생각이 들면 자존감이 생기기 어렵습니다. 물론, 잘 된다는 보장은 없습니다. 하지만 도전하고 시행착오를 겪으며 실수를 줄여나간다면 결국 자신이 원하는 것 모두를 얻지 못할 수 있어도 그 중 일부는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선택하기에 앞서 ‘하고 싶은 것을 선택하였지만 성과를 내지 못했을 때 생기는 좌절감은 어떻게 할까’하는 걱정이 될 수 있습니다.
우리는 무엇인가 하고 싶은 것, 가지고 싶은 것에 높은 가치를 두는 경향이 있습니다. ‘남의 떡이 커 보인다’는 속담도 이와 비슷한 맥락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얻고 싶은 것을 얻지 못할 때 실패했다는 느낌이 드는 것입니다.
저는 대학입시에서 서울대학교 경제학부와 Y대학교 사회계열을 지원했었습니다. 사실 두 군데 모두 예상 커트라인보다 낮은 수능점수를 받았었고 논술 또는 내신성적으로 역전해야 입학이 가능한 상황이었습니다. 즉, 두 군데 모두 상향지원을 했었습니다. 논술과 면접을 상대적으로 잘 본 서울대학교에는 합격했지만, Y대는 최종 탈락했습니다.
사람 간에도 인연이 있듯이 자신이 이루고자 하는 그 무엇(시험 합격, 입학, 입사 등)과도 인연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국어사전을 찾아보면 인연이란 ① 사람들 사이에서 맺어지는 관계, ② 어떤 사물과 관계되는 연줄이라고 되어 있습니다.
인연도 노력을 많이 하면 더 잘 닿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인연이 정말 없다면 어쩔 수 없는 것입니다. 선택을 해서 노력했다면 더 이상 좌절할 필요는 없습니다. 당신의 선택이 잘못된 것이 아니라 인연이 아니었을 뿐입니다.
자신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가 무엇인지 알았다고 반드시 현명한 선택을 하는 것은 아닙니다. 제 경험상 선택을 할 때 아래와 같은 원칙을 지키면 후회를 덜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가급적이면 하고 싶거나 자신 있는 것을 선택하는 것이 좋습니다. 물론 하고 싶은 것을 선택했다고 반드시 성공 또는 합격을 보장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하고 싶은 것을 해야 더 성장할 수 있는 가능성이 생깁니다.
예를 들어 봅시다.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면서 가고 싶지만 인기가 많은 직렬을 선택할 것인지 아니면 덜 선호하지만 경쟁률이 낮은 직렬을 선택할지 고민하는 상황이라고 가정해 봅시다. 최우선의 선택 원칙은 가고 싶은 곳 또는 하고 싶은 일에 도전하는 것입니다.
하고 싶은 것을 선택해야 공부할 동기도 생기고 합격할 확률도 높아집니다. 아무리 경쟁률이 낮은 직렬을 선택해도 공부할 동기가 부족하면 합격 확률은 낮아집니다. 그리고 하고 싶은 것을 도전해봐야 탈락해도 후회가 없습니다.
특별히 선호가 없다면 다른 사람들이 많이 선택하는 것을 선택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저도 일반적으로 시험에서 선택과목이 있다면 다른 사람들이 많이 선택하는 것을 추천합니다.
그렇게 추천하는 이유는 ① 다른 사람들이 많이 선택하면 공부할 수 있는 자료가 많은 점, ② 선택과목이 어렵게 출제되어도 영향을 받는 사람이 많아 출제난도에 따른 당락위험을 줄일 수 있는 점 등에서 비교적 안전하기 때문입니다.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하라는 조언을 듣고 현실적으로 잘 해낼 수도 없는 것을 선택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러나 어떤 선택을 할 때 실현 가능성은 가장 중요한 고려요소입니다.
예를 들어 봅시다. 대학교 졸업반인 B가 공기업을 준비할까, 공무원 시험을 준비할까, 로스쿨을 갈까 고민을 하고 있는 상황을 가정해봅시다. 자신의 선호를 생각하기 전에 먼저 고려해야 할 것은 실현 가능성입니다. B의 경우, 나이와 경제사정 등이 선택의 제약조건이 될 것입니다.
경제적 어려움이 있다면 로스쿨을 선택하기는 어려울 수도 있습니다.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겠다면 현재 나이와 향후 공부하는데 필요한 시간도 고려해보아야 합니다. 이런 제약조건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하고 싶은 것이 좋은 것이라고 생각하며 선택을 한다면 실패의 악순환을 겪게 될 수도 있습니다.
하나를 선택하는 행위는 다른 하나를 포기하는 것과 같습니다. 하지만 둘 다 가지고 싶은 것이 사람 마음입니다. 그럴 땐 둘 다 가지면 됩니다. 하지만, 둘 다 가지고 싶다면 그만큼 대가를 치러야 합니다. 즉, 두 가지 목표를 모두 달성하기 위해 더 구체적이고 빡빡한 계획을 세워야 합니다. 물론, 그 계획이 현실적으로 가능한지 여부도 고려해야 합니다.
앞서 언급한 예에서 좋은 대학의 다소 인기가 적은 학과를 지원할 것인지, 그 보다 학교는 좋지 않지만 취업이 잘 되는 학과를 지원할 것인지가 고민되는 상황이라고 가정합시다. 만약, 좋은 대학의 취업이 잘 되는 학과에 가고 싶다면 일단 좋은 대학에 입학을 해서 취업이 잘 되는 학과로 전과를 하거나 복수전공을 하는 계획을 세워야 합니다.
일단 선택했다면 이후는 그 기회를 잘 활용하는데 집중해야 합니다. 사람들은 선택의 기회가 모든 사람에게 동일하게 주어질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지금 주어진 기회를 잘 활용한 사람에게 더 많은 선택의 기회가 찾아옵니다.
저의 경우 비교적 어린 나이에 행정고시를 합격했기 때문에 다른 시험을 공부할 시간적, 경제적 여유를 얻었습니다. 반면, 저의 대학교 친구들 중에는 ‘이것을 할까’, ‘저것을 할까’ 고민하다가 시간을 다 보내다 결국 어떤 시험도 합격하지 못한 경우도 있습니다.
도전하는 횟수를 늘리면 할 수 있는 기회는 더 많아집니다. 핑계를 만들지 마십시오. 하나를 선택하고 나면 다른 것은 선택하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하면서 신중한 선택의 중요성에만 너무 큰 가중치를 부여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하지만, 삶은 그렇지 않습니다.
한 번의 선택으로 나의 인생이 완전히 결정되지 않습니다. 저의 친구 C의 경우 대학교 때 통계학과를 전공하면서 경제학을 복수 전공하였습니다. 이후 공인회계사 시험에 합격한 후 회계법인에서 근무를 하였다가 변호사 자격증을 따서 현재는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빠른 선택과 지속적인 노력으로 좋은 기회를 만들어나간 경우입니다.
결정을 했으면 뒤돌아보지 않고 앞으로 나가는 것이 좋습니다. 그것이 새로운 기회를 만드는 길입니다.
정확하게 현실을 판단하고 합리적인 원칙에 따라 선택을 하였다면 그 이후부터는 최선을 다해 그 선택을 이루어낼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어차피 인생의 결과는 누구도 알 수 없습니다.
※ 참고서적 : 닐 로즈 저 ‘If의 심리학(2008, 21세기 북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