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어둠은 빠르게 짙어졌다.
“아부지 몰래 나왔어. 얼른 들어가야 해.”
금방이라도 사그라질 듯 흐린 창문 불빛 밖으로 한 발짝 물러섰다. 여전히 심장이 쿵쾅거렸다. 수애는 불안한 표정으로 창문을 곁눈질했다. 호롱불이 조금씩 흔들렸다. 얼기설기 꼬여 단단하게 뭉쳐진 걱정을 머릿속에 가득 담고 장마당에 내다 팔 물건을 정리하고 있었나. 바람이 개마고원에서 골짜기를 타고 흘러 내려와 지붕 낮은 땅집과 좁은 골목을 휘젓고 다녔다.
조금 전 소나기로 어둠은 축축하고 미끄러웠다. 그녀의 귀밑머리를 보며 가졌던 첫 설렘이 또다시 가슴에 차올랐다. 저 멀리 걸음걸이만 봐도 수애를 알아내고 두근거림을 다독거리기에 바빴다. 그녀와 함께 한다면 세상 끝까지 갈 수 있다. 부산스럽게 요동치는 심장만큼 간절했다. 지옥도 마다하지 않을 작정이다.
“가자.”
어둠 속에서 누군가 엿듣고 있을까 싶어 숨소리마저 낮추어 속삭였다. 누구도 믿을 수 없었다. 수애는 슬픈 눈망울로 나를 말없이 바라보다가 고개를 힘없이 떨구었다. 어깨를 들썩였다. 깊은 아픔을 토해냈다. 예상하지 못한 것은 아니지만 그녀 없이 강을 건넌들 무슨 희망이 있을까. 수애 없는 세상은 꿈조차 꾸지 않았다.
그녀는 소리 죽여 흐느꼈다. 흔들리는 흐린 호롱 불빛에 아버지의 코골이 소리가 낮게 실려 왔다. 옷소매를 잡아 억지로 끌고 갈 수 없었다. 밀수꾼에게서 물건을 받아와 장마당에서 장사하는 그녀가 새벽안개와 함께 사라져 없는 아침이면 식구들은 끼니 걱정부터 해야 했다. 나는 수애를 포기할 수 없었다. 같이 가자고 아버지를 설득하려 해도 조국을 배신할 수 없다며 완강히 거부할 게 뻔했다. 그녀를 꼬드겨 도망치려는 내게 분노를 느껴 보안서에 신고할지도 몰랐다. 수애의 아버지가 원망스러웠다.
“후회할 거야. 그땐 어쩌려고?”
내 목소리는 가늘게 떨렸다. 간절함과 안타까움이 땅바닥에 뚝뚝 떨어졌다.
“꼭 가야 해?”
수애가 애절한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지금처럼 서로를 알뜰히 챙기며 지내다가 때가 되면 한 이불 덮고 살자는 말이었다. 남들처럼 자랑거리 결혼상은 마련하지 못하더라도, 화려한 치마저고리는 장만하지 못해도 둘이 행복하면 되지 않느냐는 것이다. 하지만 세상은 수애와 나만 살아가는 곳이 아니다.
“살길이 없어. 혜산에선.”
나는 단호하게 말했다.
“어쩔 수 없어. 아부진 어떡하고. 또 철부지 동생은?”
수애의 눈망울이 이별을 받아들이는 슬픔으로 가득 찼다. 헤어지면 소식조차 들을 수 없을 거라는 추측은 그녀도 당연히 했을 터인데도 물러서지 않았다. 답답했다. 앞뒤 따지지 않고 무턱대고 손목을 낚아채 끌고 간다면 소리부터 지를 그녀였다. 먹장구름 사이로 달빛이 내려왔다. 그녀의 눈물이 달빛에 얼룩졌다.
“잎갈나무 아래에서 사랑했잖아?”
함께 떠나지 않으면 살아가는 내내 고통스러운 기억으로 바뀌어 뿌리 깊은 흉터로 꿈틀거릴 터였다. 매년 여름이면 생살을 도려내는 아픔으로 되살아나 고통스러울 것이다. 살아온 세월을 통틀어 가장 나쁜 결정이라고, 슬픔도 기쁨도 함께해야 한다고 말하지 못했다.
“그 숲은 예뻤어. 소중하게 간직할 거야.”
수애는 나와 눈을 천천히 맞추었다. 그녀의 슬픈 눈빛이 파르르 떨렸다. 수없이 말해도 끝내 하지 못한 말들이 여전히 남아, 어금니를 지그시 깨무는 그녀 앞에서 나는 무기력했다. 강을 건너지 말까. 망설였다. 이제라도 그녀가 붙잡아주었으면 하는 바람도 뒤늦게 했다. 하지만 강 건너에서 기다리고 있을 어머니를 생각하면 되돌리기에 너무 늦었다. 게다가 집을 몰래 빠져나올 때 얼기설기 덧댄 판자 담벼락을 노려보는 수상한 눈길과 마주쳤다. 깜짝 놀라면서도 고개를 돌리지 않고 똑바로 나를 쏘아보는 낯선 얼굴이었다. 어디선가 보았던 얼굴 같기도 하지만 떠오르지 않았다. 장마당을 쏘다니다가 늦은 저녁에 집으로 돌아오면 땅거미가 깔리자마자 가버리곤 했는데, 요 며칠 달이 중천에서 얼쩡거려도 꿈쩍하지 않았다.
떠나려는 마음을 넘겨짚은 것일까. 집을 비운 낮에 방 안까지 들어와 이것저것 손댄 흔적도 있었다. 의식이 가물가물한 할아버지가 누워 있어도 여러 걸쇠는 비틀어지고 어긋나 있었다. 내 행동에서 수상한 낌새를 눈치챈 다혈질 원호가 분명히 보안서에 고자질했을 터였다. 물건이 없어지지 않아 신고해도 콧방귀부터 뀔 것이고 뛰쳐나가 낯선 얼굴을 맞닥뜨려 따져도 뻔뻔하게 오리발을 내밀면 다그칠 말조차 궁색했다. 증거가 있어도 보안원은 신경조차 쓰지 않을 터였다. 콕 집어 감시하는데 내 심증은 아무짝에도 쓸모없었다. 생사람도 죄를 뒤집어씌워 뇌물을 받아내려고 호시탐탐 눈 부라리며 거리 구석구석 돌아다니는 보안원이 수두룩했다.
“붙잡히면 엄청나게 당할 텐데 어서 가.”
수애는 내 손을 매정하게 뿌리쳤다. 먹장구름이 조금씩 몰려들고 개마고원의 서늘한 바람이 골짜기를 타고 내려와 옆구리를 툭툭 쳤다. 먹먹한 마음이 새까맣게 타들어 갔다. 마음이 사정없이 무너져 흩어지고 눈물을 글썽거려도 그녀의 선택은 꼼짝하지 않을 것이다. 원호가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치근덕대다가 속이 뒤틀리면 서슴없이 괴롭힐 터였다. 수모를 감당하겠다는 걸까. 가족을 지켜야 한다는 외고집을 꺾을 수 없었다. 내가 중요해? 아버지가 중요해? 어리석은 물음을 할 수 없었다.
“만날 수 있겠지. 우리?”
“어서 가. 엉뚱한 생각은 말고. 어머니한테 안부 전하고.”
서늘한 바람이 잎사귀 팔랑거리는 낮은 소리를 싣고 다시 옆구리를 툭 치면서 겨드랑이 사이로 지나갔다. 퀴퀴한 냄새가 엷게 섞여 있었다. 코밑을 간지럽혔다. 뒤돌아섰다. 서너 걸음을 걷다가 뒤돌아보았다. 그녀는 어둠에 얼굴 묻고 어서 가라는 손짓을 연거푸 했다. 골짜기 하나를 사이에 두고 어떻게 퀴퀴한 냄새가 나는지 모를 일이었다.
잊을 때쯤이면 입에서 입으로 떠다니는 흉흉한 소문 때문일까. 장맛비가 몹시 심하게 내리던 지난여름에 열댓 개 수상한 정강이뼈가 흙더미와 함께 떠밀려 왔다. 보안서에서 해방전쟁 때 묻은 뼈다귀가 틀림없어. 국군이 올라오자 마을 전체를 몰살했다고 하던데? 설마? 아니야. 조국을 배신한 탈북자겠지. 식구끼리만 몰래몰래 속닥거렸다. 골짜기마다 얼마나 많은 뼈가 묻혀 흙이 되고 있는지 아무도 몰랐다.
멈춰 서서 동네를 올려다보았다. 퀴퀴한 냄새는 서서히 사라지고 수애는 보이지 않았다. 먹장구름 사이로 쏟아지는 가느다란 달빛에 기대어 길가를 따라 조심스럽게 걸었다. 어둠 속에 무엇이 있을지 몰랐다. 손을 뻗으면 와락 끌어안을 수 있는 눈앞에 그녀가 서 있는 듯했다. 가족을 위해 첫사랑을 버린 그녀의 선택이 뼈에 사무쳤다. 눈을 질끈 감았다가 떴다.
현실을 인정했다. 압록강으로 물 길러 갈 때, 큼지막한 페트병 서너 개를 묶어 힘겹게 들고 걸어오는 수애의 동생을 마주친 적이 있었다. 그때마다 동생은 아침밥은 아주 조금, 점심은 늘 건너뛴다고 투덜거렸다. 감자범벅이나 강냉이밥이라도 세끼 배 터지도록 먹으면 좋겠다는 푸념을 늘어놓았다. 게 눈 감추듯 먹어 치울 나이여서 늘 허기졌다. 밀수꾼 망보기로 번 돈을 쪼개 얼마간 동생에게 주곤 했다. 동생은 누나에게 얘기하겠다고 했다. 자신은 어쩌지 못하지만 누나가 갚을 거라는 뜻이었다. 한동안 제자리에 멈춰 서서 조금씩 멀어지는 동생을 보면 서글퍼졌다.
세 번째 골짜기를 지나 산기슭으로 올라섰다. 한참을 올라가 너럭바위 뒤편으로 걸음을 옮겼다. 엊그제 준비한 배낭을 찾았다. 바위 뒤편 귀퉁이에 흙으로 덮어놓고 돌멩이를 올려놓았는데 보이지 않았다. 기억을 떠올리며 다시금 살폈다. 너럭바위는 하나뿐이라 장소는 틀림없다. 당황해서 바위 주변을 손으로 꼼꼼하게 헤집었다. 어느 곳에서도 없었다. 불길한 예감은 확신으로 굳어졌다. 이대로 집에 간다면 뒷덜미가 잡힐 게 분명했다. 이마에서 식은땀이 흘러내렸다. 구름 사이로 달빛이 쏟아졌다. 귀를 쫑긋 세우고 너럭바위 위로 고개를 내밀었다. 바위 아래 희뿌연 흙길에서 인기척이 들려 서둘러 몸을 숙였다. 귓바퀴를 바짝 세웠다.
“이쪽 길로 간 거 맞아?”
“놈이 갈 데가 어디 있다고?”
목소리를 놓치지 않았다. 숨소리를 죽였다. 골짜기에 낮게 깔리는 수리부엉이의 울음이 희미하게 들려왔다. 허술한 판자 담벼락과 헐거워진 경첩 탓에 아귀 맞지 않은 문짝과 비닐로 막은 창문을 노려보던 수상한 눈빛도 떠올랐다. 분명 그놈이었다. 뒷골이 서늘해졌다. 다른 것은 몰라도 할아버지 사진이 배낭 안에 있었다. 배낭을 잃어버렸다는 자책감에 더해 사진 뒷면에 쓰여 있는 군번을 기억하지 못하는 자신이 한심했다. 인기척이 사라질 때까지 너럭바위에 바짝 붙어 여전히 숨소리를 죽였다.
사춘기가 시작하기 훨씬 전에 감쪽같이 사라진 아버지의 얼굴은 기억나지 않았다. 강을 건너갔는지 옆 마을에서 도박하다가 흠씬 두들겨 맞아 쥐도 새도 모르게 교화소로 끌려갔는지 알 수 없었다. 몇 달 동안 아버지를 수소문하던 어머니도 집을 나가버려 할아버지와 둘이 살았다. 할아버지는 어머니가 어디로 갔는지 알고 있는 듯했지만 말하지 않았다. 나는 대충 짐작했다. 강 건너가 돈벌이하다가 몰래 집으로 돌아온 아주머니가 있었다. 어머니도 끼니 걱정할 필요가 없는 돈다발을 들고 집으로 돌아올 거라고 믿었다. 하지만 한 해가 지나고 두 해가 넘어가도 돌아오지 않았다. 버림받았다는 원망이 가슴 안에 차곡차곡 쌓였다. 어머니에게 버림받았으니 세상 어디에서도 쓸모없는 놈이었다.
할아버지는 나를 아끼지만 친구들과 토대를 비교하면서 미움은 독초처럼 마음에 돋아났다. 내가 가질 수 없는 것들을 친구들에게 있었다. 녀석들에게 향한 질투와 시기는 무능력한 할아버지와 도망간 어머니에 대한 원망으로 옮겨갔다. 사춘기가 지나서야 할아버지를 탓하는 짓이 어리석다는 사실을 깨달았으나 미움은 멈추지 않았다. 갈비뼈가 드러나는 몸을 가까스로 이끌고 집으로 돌아온 할아버지는 돌아가실 때까지 궤짝 깊숙한 곳에 숨겨둔 흑백사진에 대해 말하지 않았다.
“방대야, 사진은 꼭 가져와야 한다.”
궤짝 밑바닥 옷가지 속에 숨겨진 사진을 꺼내 들여다보며 깜짝 놀랐다. 젊은 할아버지가 남조선 군복을 입고 있었다. 어머니의 신신당부가 무엇 때문인지 짐작할 수 있어 더욱 속이 아프고 쓰렸다. 그런들 뾰쪽한 방법이 없었다. 배낭 때문에 우물쭈물할 시간은 없었다. 마을로 돌아가 집 뒤편의 익숙한 능선을 타고 강으로 가는 길은 위험했다. 원호의 고자질이 분명했다. 녀석은 한 달 전부터 내 눈빛이 이상하다는 말을 자주 했다. 어떻게 해서든 흠집 잡을 꼬투리를 찾아내려고 눈을 벌겋게 뜨고 날 감시했다. 일부러 피해 다녔지만 내가 다니는 길을 기막히게 알아내 서너 번은 마주쳤다.
너럭바위 너머 길 위에서 여전히 두런두런 인기척이 들렸다. 플래시 불빛도 보였다. 다급함과 의심이 뒤엉켜 머릿속이 엉망진창이었다. 구름 사이로 쏟아지는 흐린 달빛에 수상한 그림자들이 움직였다. 곧장 능선을 타고 올라갔다. 저놈들이 배낭을 가져갔다면 강을 건널 거라는 짐작은 당연히 했을 것이다. 뒤돌아보지 않고 이어진 능선으로 부리나케 올라갔다. 정상쯤에서 멈췄다. 거칠어진 숨을 조용히 짧게 연거푸 몰아쉬었다. 멀리 마을이 보였다. 불빛 서너 개가 골목을 훑고 있었다. 수애가 걱정스러웠다.
“강을 건너기만 해라. 딴마음 먹지 말고 와야 한다.”
브로커가 와서 손전화를 내밀었을 때 어머니의 목소리에 왈칵 감정이 복받쳐 눈물부터 나왔다. 버리고 갔으면서 왜 찾느냐고 퍼부었다. 원망도 쏟아냈다. 비록 수애가 있지만 할아버지가 돌아가신 뒤라 먹고 살길이 더욱 막막했다. 돈도 없지만 토대 때문에 앞날은 꿈조차 꿀 수 없었다. 어머니는 서너 번 더 전화해서 나를 달랬다. 배곯지 않게 해 주고 학교도 보내준다고 했다. 나는 수애와 함께 강을 건너기로 결심했다. 그녀의 집이 분명한 곳에서 플래시 불빛이 멈추었다.
“집 밖으로 나오지도 않고 내가 오면 뜨악하게 쳐다보기만 하고. 그런 눈빛으로 있다가 사라졌잖아?”
원호의 말이 귀에 송곳으로 박혔다. 놈의 의심이 확신으로 굳어지기 전에 서둘러 손사래를 쳤다. 그래도 믿지 못하는 눈치였다. 할아버지가 보안서에 끌려간 뒤로 집 밖으로 나가지 않았다. 원호가 염탐하러 느닷없이 찾아오기 며칠 전, 새벽에 집을 나섰다. 사람들을 피해 무작정 산으로 올라갔다. 할아버지를 대신해서 울타리 밖으로 뛰쳐나가야 한다는 충동에 집중했다. 정신없이 올라가자 강 건너편이 보였다. 깊은 밤에 밀수꾼을 위해 망을 보던 강둑도 보였다. 강 건너 거대한 송전탑이 윙윙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그 자리에서 압록강을 하루 종일 바라보다가 늦저녁이 되어서야 집으로 돌아왔다. 강을 건너는 것은 일도 아니지만 건너가서 무얼 어쩌겠다는 생각조차 없었다. 어머니의 전화를 받기 전이었다. 보안서로 끌려간 할아버지의 흔적은 집안 곳곳에 있었다. 빈자리가 너무 컸다.
“조심해라. 친구니까 이 정도로 봐준다.”
원호는 나를 험상궂게 째려보았다. 플래시로 얼굴을 비췄다. 나는 눈을 찡그리면서도 아무 대꾸도 하지 못했다. 플래시 불빛이 수애의 집을 훑었다. 마음 같아선 수애의 집으로 내려가 안녕을 확인하고 싶지만 그녀의 마음을 되돌릴 수 없었다. 다음 능선을 향해 서둘러 걸음을 옮겼다. 할아버지의 사진을 챙겨 오지 못했다고 잔소리를 퍼부어도 어쩔 수 없었다. 꾸물거리다가 붙잡히면 약초 캐러 다닌다는 핑계를 둘러대도 빠져나올 수 없다. 한밤중이기 때문이다. 걸핏하면 지각과 결석을 해서 선생의 눈 밖에 난 지 오래였다. 토대 때문에 가뜩이나 보이지 않는 앞날이 악독한 담임 탓에 더욱 참담했다.
넘어져 옆구리에서 통증이 소용돌이쳐도, 나뭇가지에 찔려 이마가 뜨끈해져도 아랑곳하지 않고 능선을 또 하나 넘었다. 멀리 출렁이는 검은 강물이 흐린 달빛에 번들거렸다. 그 너머 길 위에 쌓인 어둠을 뚫고 달리는 자동차 불빛이 간혹 보였다. 불빛은 모퉁이를 돌아 곧장 사라졌다. 원호가 수애에게 찝쩍댄다는 사실이 가파른 능선을 내려가면서도 마음에 걸렸다.
“심술궂게 굴어. 빙두를 하자고 괴롭혀. 무서워 죽겠어.”
수애의 떨리는 목소리가 생생했다. 한편으로 이제는 영영 만날 수 없어 쓸데없는 걱정이라는 짐작에 서러움이 복받쳤다. 어릴 때부터 알고 지내는 사이지만 그녀가 여자로 보이면서 쾅쾅거리는 심장에 숨이 가빴던 순간들이며 밀가루처럼 부드러운 손을 잡을 때 세상을 다 가진 가슴 벅찬 기분이며 장마당 귀퉁이에서 무작정 기다리던 두근거리는 시간이며 잎갈나무 숲에서 입맞춤하자 가슴 벅차게 밀려왔던 황홀함이 너무나 또렷하게 되살아났다.
그제야 고향에서 도둑처럼 떠나는 비참함이 밀려왔다. 마음이 먹먹해졌다. 절벽과 다름없는 비탈을 아슬아슬하게 내려와 강기슭 풀숲에서 몸을 납작 엎드리고 무심하게 흐르는 강물과 그 너머의 어둠 속을 뚫어져라 쏘아보았다. 망보기꾼 하던 때의 버릇이었다. 여울목이라 초소는 없었다. 인기척은 어디에서도 들리지 않았다. 물살이 빨랐다. 밀수하는 길목도 아니고 동네와 너무 멀리 떨어진 곳이었다. 어머니와 약속한 장소가 아니어서 건너편 어둠 속에는 어떤 움직임도 없었다. 짙은 어둠만 켜켜이 쌓여 있고 간간이 자동차가 불빛을 밝히면서 달려갔다.
“네가 하고 싶은 걸 할 수 있어. 되고 싶은 사람으로 살 수 있어.”
손전화에서 들려온 어머니의 목소리가 귓바퀴에서 되살아났다. 수애의 집을 훑던 불빛들은 어떻게 되었을까. 몇 개월 전에 밀수꾼 일가족이 하룻밤 사이에 증발하듯이 사라졌다. 흉흉한 소문이 뒷골목에 떠돌아다녔다. 강 건너 손 큰 대방의 도움을 받았다는 둥 전거리 교화소로 끌려갔다는 둥 숨어서 쑥덕대는 말들은 많았지만 누구도 드러내놓고 궁금해하지 않았다. 그런 일은 심심찮게 일어나 딱히 새로운 사건도 아니고 짐작에서 고개를 끄덕이기까지 많은 시간이 필요했다. 사라진 몇몇은 불망산에서 귀신이 되었다는 얘기도 좁은 골목에서 은밀하게 떠돌았다. 개마고원 기슭 골짜기에 묻혔다는 소리도 떠돌았다.
배낭을 잃어버려 옷을 벗어 보관할 방법이 없었다. 물살이 빨라도 헤엄은 자신 있었다. 떠밀리면서 조금씩 앞으로 가야 했다. 강물에 발을 담그자 차가운 기운이 정수리까지 단번에 올라왔다. 익숙했다. 바지와 웃옷을 벗어 신발을 안에 넣고 칭칭 말아 목에 단단히 묶었다. 강물이 허리춤까지 차올랐다. 몸이 조금씩 옆으로 떠밀려 비스듬하게 걸었다. 온몸을 물에 집어넣고 둥둥 떠서 팔다리를 휘저었다. 강 건너 어둠만큼이나 앞으로 무슨 일들이 닥칠지 몰라 막막했다. 세찬 물살을 이겨내지 못하고 이리저리 물살에 휩쓸리다가 물먹은 통나무 꼴로 강어귀에 닿을 수도 있었다. 살벌한 분위기에 주눅 들어 마지못해 손뼉을 쳐야만 하는 강연회에서 고향을 떠나는 것은 미친 짓이라고 들었다. 한 귀로 흘렸지만 강을 건너는 지금은 그때 들은 경고를 무시할 수 없었다.
팔다리에 힘을 주어도 좀처럼 앞으로 나가지 못했다. 입술에서 찰랑거리는 강물이 입안으로 조금씩 들어왔다. 힘껏 내뱉으면서 숨을 가쁘게 들이마셨다. 떠밀려간다는 느낌은 확실했다. 그러나 앞으로 조금씩 나아간다고 믿었다. 건너편 강기슭은 여전히 저만치 멀었다. 물에 뛰어들기 전에 가졌던 자신감은 흔적조차 없었다. 몸뚱이는 물먹은 통나무처럼 떠 있었다. 휘젓는 팔다리의 근육이 차츰 굳어졌다. 물살을 억지로 가르려고 한 탓이었다. 쥐 나면 가라앉을 판이었다.
“가서 잘 살아.”
수애의 마지막 말이 귓가에서 왕왕거렸다. 수상한 불빛들은 수애를 가만히 내버려 두었을까. 물을 잔뜩 먹고 강기슭에 떠밀려 내려온 여자가 있었다. 퉁퉁 불어 터지고 짓이겨져 얼굴은 누구인지 알 수 없었다. 모래톱에 쓸려서 실핏줄이 터지고 여울목 칼바위에 부딪혀 살점이 너덜너덜하고 가까스로 붙어 있는 팔꿈치가 햇살에 유난히 번들거렸다.
“설주 같아.”
흉측하고 무섭다며 내 옆에 바짝 붙어 서서 여자를 뚫어지게 내려다보던 수애가 귓속말로 중얼거렸다.
“아침부터 더럽게 재수 없네.”
“에이, 카아악 퉤!”
노려보던 경비병 둘은 침을 뱉고 자리를 떠났다. 잠시 후에 보안원이 와서 낡은 거적때기로 설주를 덮었다. 설주는 또래들 사이에서 유명했다. 빼어난 미인이라고 할 순 없어도 상당히 귀여운 얼굴이고 애교도 많아 인기가 엄청났다. 빙두를 빨고 시내 목욕탕에서 남자 셋과 여자 셋이 뒤엉켜 몸뚱이를 서로 탐닉했다는 소문이 파다했다. 그중에 설주와 명규가 있었다. 동상 청소하다가 만난 명규는 원호의 단짝이었다. 시내가 발칵 뒤집어졌다. 오랫동안 눈독 들이던 남자들은 분노했다.
시내에서 날로 치솟던 인기는 단숨에 배신감과 울분으로 바뀌었다. 그중에서 유독 격분한 사내가 설주의 집 근처에서 해코지할 기회를 엿보고 있다는 얘기와 얼굴 들고 집 밖으로 나갈 수 없는 그녀가 이른 새벽에 강 건너로 갔다는 말이 뒤섞였다. 소수지만 동정도 있었다. 빙두 탓이라는 것이다. 데이트에 엄청난 효과가 있다는 게 증거였다.
갑자기 허벅지 근육이 딱딱하게 굳어졌다. 머리를 물 위로 내밀기 위해 아득바득 가까스로 버티는 중이었다. 헤엄친다기보다 물살에 떠밀려 내려갔다. 강 건너로 가고 있다는 느낌조차 없었다. 가라앉지 않으려고 발버둥 치고 있을 뿐이었다. 낮 수영과 달랐다. 목에 걸어둔 옷은 이미 흠뻑 젖어 무거웠다. 앞으로 뻗는 손바닥에 물컹한 이물질이 잡혔다. 물먹은 풀떼기일까 싶지만 감촉이 달랐다. 물 위로 집어 올리자 찢어진 비닐봉지였다. 봉지 안에 흠뻑 젖은 옷이 반쯤 밖으로 빠져나와 있었다. 이 밤에 누군가 또 강을 건너고 있다는 짐작에 묘한 안도감이 들었다.
“거기에 널 두고선 내가 못 살아.”
어머니의 목소리는 간절하고 절절했다. 두 눈을 부릅뜨고 강기슭을 가늠했다. 달빛은 구름에 가려 어둠은 더욱 짙었다. 할아버지가 집으로 돌아온 날도 달 없는 깊은 밤이었다. 판자 담벼락을 힘겹게 부여잡고 금방이라도 쓰러질 듯 서 있었다. 갈비뼈가 고스란히 드러나는 깡마른 몸을 힘겹게 감당하는 다리가 사시나무 떨듯이 흔들렸다. 서둘러 부축해서 방으로 들어갔다. 할아버지는 담요 위에 누운 뒤로 한 번도 일어나거나 앉지 못했다. 수시로 흰자위를 드러냈고 흐린 호롱불에도 터질 듯이 부풀어 오른 눈동자 실핏줄이 무서울 정도였다. 의식이 오락가락했다.
“죽어가고 있어.”
낮게 혼잣말했다. 몸의 고통마저 잊은 할아버지의 무심한 표정에서 짐작했다. 끝없이 계속될 것 같은 할아버지에 대한 미움이 멈칫거렸다. 이렇게 죽는구나. 보이지 않는 강기슭을 탓해봐야 소용없었다. 수없이 억지로 삼킨 강물이 몸을 강으로 만들었다. 허우적거릴 힘도 없었다. 조금씩 가라앉았다. 강이 되어도 어쩔 수 없었다. 싱거운 눈빛이라도 주고받을 그 누구도 옆에 없는 상황이 서글펐다. 정신이 조금씩 흐려졌다. 목에 묶어둔 옷 뭉텅이가 머리 위로 뜬다고 느낄 즈음 강바닥에 발이 닿았다. 정신이 퍼뜩 들었다. 살아야 한다는 본능이 순식간에 불꽃처럼 타올랐다. 마지막 남은 힘까지 쥐어짜 허우적거렸다.
가까스로 강기슭에 도착하자 냅다 뛰었다. 강둑에 올라가서 자동차 불빛들이 지나가던 도로 건너편 골짜기로 들어갔다. 후미진 풀숲에 쭈그리고 앉아 발가벗은 채로 벌벌 떨었다. 목덜미의 옷 뭉텅이에서 강물이 등줄기를 타고 주르륵 흘러내렸다. 어둠의 서늘함이 비로소 느껴졌다. 닭살이 돋았다. 멀리서 시작해 점점 가까이 다가오는 자동차 소리에 몸을 바짝 움츠렸다. 불빛이 빠르게 몸을 훑고 지나갔다. 주섬주섬 옷 뭉텅이를 풀었다. 신발을 툭툭 털었다. 옷들을 쥐어짰다. 도로와 너무 가까운 풀숲에서 하루를 보낼 수 없었다. 젖은 신발을 신고 축축한 옷을 입고 산비탈을 허겁지겁 기어올랐다. 아름드리나무에 기대어 앉아 한시름 놓았다. 먼동이 희뿌옇게 밝아왔다. 허기가 밀려왔다.
“잘 가세요. 할아버지.”
할아버지를 업고 개마고원으로 올라갔다. 잎갈나무 숲 속에서 손에 잡히는 나뭇가지로 땅을 팠다. 눈물도 나지 않았다. 나뭇가지는 쉽게 부서졌다. 누구의 눈에도 띄지 않아야 했다. 급기야 손으로 흙을 긁어냈다. 얕은 구덩이에 할아버지를 눕히고 발끝부터 조심스럽게 흙을 덮었다. 숨 쉬지 않는 얼굴을 한참 바라보았다. 깊게 파인 주름살과 반쯤 감지 못한 눈. 흰 머리카락. 길고 험악한 노동을 비로소 끝냈다는 입가의 엷은 웃음. 안녕히 가세요. 나는 할아버지의 눈꺼풀을 마저 감겨드렸다. 봉분은 하지 않았다. 흔적이 눈에 띄면 파헤쳐질 것이 분명했다. 잎갈나무 잎을 모아 덮었다. 먼동이 조금씩 밝아왔다. 낡은 사진 뒷면에 있던 군번은 죽어서도 천대받는 징표였다. 아버지가 사라지자 징표를 물려받았다. 사흘 내내 집에 오지 않는 어머니를 찾기 위해 장마당을 돌아다닐 때도 영락없이 사람들의 따가운 눈총을 받았다. 평소처럼 외면해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다. 주눅이 들었다. 할아버지는 기댈 언덕이었다. 더럽고 찢어진 옷을 입은 아이들이 인조고기밥과 두부밥을 파는 좌판 앞에서 허기진 배를 움켜잡았다. 이것들아, 어서 꺼져! 주인이 좌판 앞으로 꼬이는 아이들을 내쫓았다. 부모 잃은 아이들은 모두 땟국에 절어 꾀죄죄하고 갈비뼈가 드러날 정도로 깡마르고 헛배불뚝이였다. 마구 엉클어진 머리카락에 서캐가 다닥다닥 붙어 있었다.
“손가락질받으며 어떻게 살려고?”
어머니의 목소리는 간절했다. 비탈 아래를 눈여겨보았다. 자동차 소리가 날 때마다 신경을 곤두세웠다. 도로에서 들릴까 싶어 숨소리도 낮췄다. 남의 땅에 쭈그리고 앉아 있는 불안에 신경이 예민해졌다. 능선을 기어오를 때 미처 보지 못한 길이 있었다. 포장도로에서 시작해 골짜기 안쪽으로 뻗은 흙길이었다. 차가 다닐 정도로 꽤 넓어 골짜기 안쪽에 마을이 분명히 있었다. 이른 아침이라 자동차가 많이 다니지 않아 말소리도 충분히 들릴 거리였다. 허겁지겁 젖은 겉옷을 마저 챙겨 입었다. 안전한 장소가 필요했다. 눈에 띄기라도 하면 강을 건너온 힘겨움은 둘째치고 오후가 되면 내가 사라져 버려 동네가 발칵 뒤집히고 한바탕 소란이 일어날 거라는 짐작에 신경이 날카롭게 곤두섰다.
다혈질 원호가 씩씩거리는 매서운 눈초리가 떠올랐다. 강을 건넜다가 붙잡혀 되돌아온 사람들이 어떤 꼴을 당하는지 알고 있었다. 가벼운 벌을 받는다 해도 일 년 넘도록 고된 중노동에 시달려 뼈와 가죽만 남은 몸으로 집에 돌아왔다. 그들 중에 시름시름 앓다가 죽는 경우가 많았다. 서둘러 능선을 기어올랐다. 뺨이 나뭇가지에 긁혀 쓰렸다. 한참 힘겹게 기어 올라가 비탈을 내려다보니 조금 안심할 수 있었다. 그때 골짜기 어귀에 차가 멈춰 섰다. 남자 두 명이 내리더니 큰 목소리로 떠들어댔다. 중국말이라 무슨 뜻인지 알 수 없지만 삿대질하며 옥신각신 다투었다. 잠시 후 차 문이 열리고 앳된 여자가 내렸다. 옷차림으로 보아 강을 건너온 여자가 분명했다. 여자는 겁에 질린 표정이다. 다투던 두 남자는 악수했고 중년은 여자의 손목을 잡고 흙길로 들어섰다. 차는 왔던 길로 되돌아갔다. 손목이 잡혀 끌려가다시피 걷는 여자의 뒷모습에 왈칵 서러움이 복받쳤다.
“왕가 놈들한테 가면 굶진 않잖아?”
“아이고, 아무리 그래도 되놈한테 가느니 굶어 죽는 편이 낫지!”
장마당 구석에서 조용조용 넋두리를 늘어놓는 아줌마를 자주 보았다.
“어쩌다 자식이라도 덜컥 낳으면 도망치지도 못하고 평생 붙잡혀서 입에 풀칠만 겨우 한다고들 하잖아?”
“설마 그러겠어?”
“말도 통하지 않아 벙어리로 산다고 하던걸.”
여자가 모퉁이를 돌자 보이지 않았다. 골짜기 안쪽이라면 깡촌이다. 손이 떨렸다.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었다. 한 발이라도 삐끗했다간 어머니를 만나는 것은 고사하고 붙잡혀 강 건너로 끌려갈 판이었다. 보이지 않아 깡촌이 얼마나 가까이 있는지 알 수 없었다. 중년 하나쯤은 간단하게 처리할 수 있는 자신감이 조용히 사그라들었다. 겁에 잔뜩 질린 여자의 앳된 얼굴이 눈앞에 자꾸만 아른거렸다. 눈을 질끈 감았다.
강 건너편을 보면서 어머니와 만나기로 한 장소를 대충 가늠했다. 망보기꾼 할 때 눈에 익은 거대한 송전탑은 보이지 않았다. 어림잡아도 꽤 멀리 떠밀려 내려왔다. 햇살이 따뜻했다. 반가웠다. 어두워질 때까지 꼼짝하지 않고 숨죽이며 숨어있어야 했다. 햇살을 온몸으로 받으며 누워 있자 배고픔보다 무서운 졸음이 쏟아졌다. 강을 건너야 한다는 긴장감에 짓눌려 이틀 내내 쪽잠과 불면증 사이를 오락가락한 탓이다. 강을 무사히 건너왔다는 안도감과 누구의 눈에도 띄지 않아야 한다는 압박감조차 흐릿해졌다. 긴장이 풀렸다. 힘이 빠져나간 몸은 나른해졌다. 축축한 옷 때문에 떨면서도 밀려오는 졸음을 막을 수 없었다. 눈을 부릅뜨려고 해도 눈꺼풀은 속절없이 내려앉았다. 수애는 무사할까. 도둑잠에 빠져들지 않으려는 안간힘조차 소용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