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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엄마 손에서 손을 슬그머니 빼냈다. 함박눈은 길바닥에 두툼하게 쌓였다.
지난겨울 개마고원 잎갈나무 숲에도 함박눈이 내렸다. 밤새 내려 발목까지 푹푹 파였다. 아득한 옛날부터 혜산의 남자아이는 누구나 토끼사냥을 했다. 올무를 피해 달아나는 산토끼를 쫓아다녔다. 엄마와 낯선 여자들 틈에 끼여 앉아 지평선이 보이는 차 안의 숨 막히는 긴장감도 여전히 기억했다.
주유소에 들렀을 때 중국말에 깜짝깜짝 놀라기도 했다. 험악한 산을 다섯 개나 넘어가는 동안 앞을 가로막던 지독한 어둠도 떠올랐다. 메콩강을 건너던 길쭉하고 낡은 나무배도 또렷했다.
나는 엄마가 축의금 봉투에 무엇을 넣었는지 알고 있다. 군복 입은 남자가 총 들고 서 있는 오래된 사진과 손목 갈고리뼈였다. 함박눈이 펑펑 내리는 길 위에서 엄마는 국경을 뚫고 가는 산을 넘고 있다. 예식장에 왜 왔는지 나는 알고 있다. 그리고 산 너머에는 산이 있었다. 언제나, 어디에서나. 함박눈이 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