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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소발 Jul 29. 2019

남편의 로망_프라이빗 옥상

주택살이


예전에 제목이 기억이 나지 않는 책에서, 남자는 남자만의 쉼의 공을 추구한다고 한다. 그렇기 때문에, 가정에서 남자가 혼자 마음 편히 머무를 수 있는 공간을 주는 것이 부부싸움을 막는 좋은 방법이다 라는 취지의 글을 본 적이 있다.      

아파트에서 그가 혼자 머무를 수 있는 공간은 베란다였다. 그리고 주택에 와서 그는 혼자만의 공간을 옥상으로 정한 것 같았다.      

그는 이사 전부터 옥상에 대한 계획을 이야기했었다. 집 리모델링에서는 관심을 많이 보이지 않았던 그는 유독 리모델링이 끝나고 옥상을 꾸밀 생각에 신나 보였다. 사실 나는 건물의 가장 높은 곳 옥상에 대해 왜 저렇게 집착하고 꾸미고 싶어 하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나에겐 옥상은 그냥 방수가 잘되어야 하는 곳 건물의 가장 윗부분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기 때문이다.      

여하튼 무엇인가를 기대하고 신나 하는 마음은 좋은 것이니, 나는 남편이 옥상을 자유롭게 꾸미도록 했다. 그렇게 남편의 옥상 정원 만들기는 시작되었다.      

그렇게 마음에 드는 화분을 사서 식물을 심고,





야외용 테이블을 직접 만들고,





야외용 의자를 고르고,





퇴근 후 을지로에서 인조잔디를 사 오고,  





파라솔까지 직접 고르면서 옥상을 꾸며 나갔다.








남편은 옥상을 꾸미면서 자신의 이야기를 했는데, 자신이 가진 주택에서의 가장 큰 로망은 스스로 만든 옥상정원이라 했다. 가끔 나와 싸우고 나서, 퇴근 후 인생이 너무 팍팍하게 느껴질 때, 올라와서 캔맥주 한잔을 하며 쉬고 싶은 그런 옥상을 만들고 싶다 했다.      


옥상 변신 전
옥상 변신 후 
옥상 변신 후

그리고 그의 바람대로 텅 빈 공간이었던 옥상은 그의 노력에 비례해서 아름답게 가꾸어졌다.      

나는 사실 주택으로 이사 온 후 아파트의 잘 꾸며진 화단이 계속 생각이 났다. 너무나 당연하게 느꼈던 아파트의 푸른 녹지가 이곳에는 없으니 아쉬운 생각만 들뿐이었다. 하지만 그의 노력 덕분에 꾸며진 옥상 정원 우리 가족 모두는 주변의 부족한 녹지의 아쉬움을 달래며, 시원한 봄 밤 텐트를 치고 계절을 즐기며, 더운 여름 수영장을 만들어 놀면서, 이 보물 같은 옥상을 즐기며 살고 있다. 그를 이해 못했던 나는 옥상이 이렇게 좋은 곳임을 깨닫고 그의 노력을 더 응원하게 되었다.                


                                                가끔 나와 다투면 그곳에서 내려올 생각을 하지 않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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