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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소발 Jun 17. 2020

꿈의 정원과  욕망 정원.

화가의 일기 

이소발, 꿈의 정원, 종이에 혼잡 재료, 54x 44cm, 2019

                                                      


솔직히 말하면 나는 정원을 가꾸는 재주는 없다. 

단지 정원을 바라보는 모습이 좋아서 

푸르른 풍경이 좋아서 


아름다운 정원을 

아름다운 정원과 함께 있는 아름다운 집을 

동경했다. 


그리고 그 동경은 그림을 그리게 만든다. 육아와 삶의 무게로 회화 작업을 할 시간이 없다고 생각했는데.. 

요새 코로나로 인해 강제로 시간이 생기면서 (저는 미술 수업을 합니다. 현재 수업 스케줄은 다 취소된 상태입니다. ) 그림에 대한 열망도 많아졌다.  


나는 본디 시간이 남아 영화나 드라마로 시간을 보내도 막 행복하지 않고, 

쇼핑으로 허전한 마음을 달래 보려 해도 허전함이 없어지지 않는다.  뭐 쓸 돈도 많이 없고. 

30살 즈음 내가 나를 달래는 것은 그림을 그리는 것이라는 생각을 확고히 가지게 되었는데, 


그 이후로는  일주일에 한 번이라도, 작은 그림이라도 꼭 그림을 그려서 나를 울적하게 만드는 것들을 멀리 보내고, 내 정신을 다 잡는 시간을 가진다. 


사실 작은 그림(드로잉) 보다 큰 회화 작업은 화가라는 직업을 가진 나에게 더욱 위로가 되는데 화판에 종이를 붙이고,  심도 있게 그려가는 그림은 진행될수록 내가 이제까지 쌓아온 미적 감각과 센스를 발휘하는 무대처럼 돼버려서 그 작품에서 헤어 나오기 힘들다. 집착이 시작된다고 할까. 


그 집착들은 그림을 발전하게 만드는데, 집착이 심해지고 그린 시간이 길어진 만큼 그림은 심도 있게 내 생각과 머릿속 이미지들을 표현한다. 그런 대표적인 작품은 내가 대학원 시절에 그린 "욕망 정원"이 있다. 6개월 걸린 가로 145cm 세로 145cm의 이 그림은 나의 미래 지향적 욕망이 다 담긴 작품이었다. 

이소발, 욕망 정원, 종이에 혼합재료, 145x145cm, 2014

실제로 보면 붉은색은 여러 톤의 붉은색이 중첩되어 있는데 그것이 풍기는 욕망의 이미지는 강렬하다. 


이 작품은 처음에 북콘서트 전시회에  디피 되었고 그 자리에서 Sold out 되었다. 화기에게 작품이 팔린다는 것은 좋은 일이지만.. 한편으로 나는 이 작품이 팔렸다고 연락받았을 때, 서운한 마음이 들었다. 행복한데 서운한 마음 정도...?

욕망 정원 부분 1

화가가 작품에 얼마나 집착을 했고 마음을 주었는지 그리고 집중을 했는지 그림을 보는 관객도 그림을 통해 자연스럽게 알게 되는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한 작품이다. 가끔 나는 그림이 막힐 때면 이 작품을 생각한다. 그때에 내가 가졌던 열망과 욕망을 이 그림에 담으려 한 이 작품. 터치 하나하나, 표현법 하나하나 날을 바꿔가며 고민했던 작품. 이것을 떠올릴 때, 때의 열정을 다시 상기시키고 그림을 그릴 힘이 난다. 



다시  열정이 돌아온 지금, 오늘도 나는 욕망 정원을 생각하며 그림을 그릴 준비를 한다. 오랜만의 회화 작업이라 너무 설레는 지금, 코로나가 준 이 기회를 그냥 보내지 않고 가치 있는 시간에 써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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