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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소발 Mar 26. 2022

봄에는 엄마도 트렌치코트를 입을 거야. feat코로나

개 같은 육아

지난 주말, 코로나에 확진되었다.  스멀스멀 목에 아픔이 찾아왔는데 늘 봄에 감기를 달고 살던 나는 이것이 코로나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냥 감기겠지..' 했다.

그런데 싸한 느낌은 피할 수 없다. 집에서 실행한 자가 키트에 토요일은 음성, 일요일은 양성이 아주 흐리게 나왔다. 부정할 수 있을 만큼 흐렸다. 하지만, 월요일에 산속 항원검사에서 진하게 두줄.

내가 부정하는 과정에서 흘려버린 시간 속에  어린 둘째도 함께 확진되었다.


다행히 주말 내내 거리룰 두었던 첫째는 지금도 음성, 현재 외할머니 집에서 쌩쌩하다고 한다.


격리 7일, 길면 길고_ 짧으면 짧은 시간,


처음에는 나도 아픈데 아이까지 아프니, 정말.. 힘들었다. 음.. 열이 나는 나의 몸을 이겨내며 아이를 업고 재우려 하던 그 기억뿐이다. '아 너무 아프고 힘들다. 내가 엄마라니.. ' 코로나로 아프면서 내가 엄마긴 엄마구나 라는 생각을 했다. 내가 아픈 것보다 아이가 아프니 더 괴로웠다.

 

사실, 아픈 몸과 비몽사몽 한 정신으로 어떻게 우는 아이를 달랬는지.. 기억이 안 난다. 기억하고 싶지 않아서 빠르게 사라진 것일 수도 있다. 아무튼 아이와 나는 이틀을 꼬박 아프고 고열에서 헤어 나와 회복하기 시작했다.

 


3일 이후로는 계속 몸상태가 좋아진다.


그리고는 쉼이 갑자기 많아져 버린, 아이와 함께 하는 일상이 시작되었다.

아이는 내가 눈만 뜨면 있으니 좋은 듯했다. 늘 나만 보면 인자한 미소를 지었다. 귀여운 아이. ㅎㅎ


나는 넘쳐나는 이 시간들을 이렇게 보낼 수 없다는 자각을 하며, 이제껏 생각만 하고 못한 밀린 일들을 처리하기 시작했다.  그리고도 시간이 남아서 이것저것을 하다 따뜻한 날씨에 간절기만 되면 생각나는 트렌치코트들을 검색했다.


격리로 인한 스트레스를 각성해줄 이번 키워드는 #트렌치코트였다.




격리 중에 할 수 있는 쇼핑은 인터넷 쇼핑뿐.

몸이 나아지니,  기분이 좋아지고, 좋아진 기분으로 봄이 된 공기를 한번 들이마시고 인터넷 쇼핑을 하게 된다. 아이쇼핑을 하겠노라 다짐하며 검색하지만, 이미 나는 카드 번호를 입력하고 있다.


하나 있으니 더 사지 않겠다는 다짐과 함께 구경하던 트렌치코트들은 왜 이렇게 예쁜 디자인이 많은지...


트렌치코트를 짧은 숏 버전 느낌으로 디자인한 점퍼와 귀여운 후드가 달린 긴 트렌치코트를 주문했다. 주문을 결심하고 실행하는 그 순간에는 아이와 격리로 인한  쌓인 육아 스트레스가  잠시 잠깐 날아갔다.

'그래, 이 맛에 쇼핑하는 것이지....' 하면서도

'음.. 하나도 아니고 둘을.. 다 사버리다니..'

주문하면서  이 소유욕을 이겨내지 못하는 내가 싫으면서도,  다른 디자인이니 하나씩은 있어야 한다고 나를 다독이며, 은근히 기다려지는 상품들을 한번 더 쳐다본다.


아이가 또 짜증을 낸다. 몸은 나아지고 있지만 여전히 밥을 예전만큼 먹지 않는다. 나는 유독 아이의 밥에 스트레스를 받는 스타일인데,  쇼핑 후의 오늘은 이 스트레스가 별로 크게 느껴지지 않는다.


오히려 아이를 잘 달래며, 열심히 한 끼를 먹였다.



아이와의 식사 실랑이가 끝나니 밖에서 살랑_ 한결 따뜻해진 봄바람이 불어온다.


나는 아이에게 말했다.


"격리가 끝나면, 봄이 올 거야_ 그러면 이번 봄에는 엄마도 트렌치코트를 입을 거야.

그냥, 그러면 기분이 좋아질 것 같아."


 아이는 내가 짓는 미소에 함께 웃는다. 알아듣기는 한 거니.



코로나, 격리.. 이 와중에도 트렌치코트 쇼핑에 빠진 나. 아니, 쇼핑에 빠졌다기보다는 이 키워드로 스트레스를 이겨냈지. 그래 그렇게 정신 승리하고 오늘도 격리와 개 같은 육아 속에 택배를 기다려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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