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무명의 그림 작가 이소발로 산지 14년째다. 그래도 한해 한번 정도씩은 전시를 했는데 아이를 낳고는 경력단절되돗 전시가 끊겨버렸다. 그림도 그리기 힘든 것은 물론이었고. 그렇게 지내다가 집 근처 파리공원이 리뉴얼하면서 생긴 예쁘게 생긴 커뮤니티 센터가 보였다. 이곳의 아름답고 평화로운 분위기라면, 이렇게 가까운 공간이라면, 아이를 키우면서도 맘 편히 전시를 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전시를 하게 되었다.
7월 전시 풍경
나의 경력단절의 끝을 알리는 전시, 더웠던 7월은 이제껏 끄적였던 나의 작업을 보여 줄 수 있는 행복했던 달이었다.
이 전시에는 꼭 선보이고 싶은 작업이 있었다. 그건, 내 머리에만 담겨있던 평화로운 일상을 그린.. 큰 그림.
에스키스, 2022
사진에 보이는 이 드로잉은 큰 그림의 에스 끼스로 설날에 어머님이 아이들을 봐주실 때 다락방에 들어가 그린 그림이다. 머리에만 담아두었던 아들과 나의 평화로운 일상의 모습들과 살고 싶은 미래의 집, 그리고 살고 싶은 작은 마을의 모습까지. 평번한 하루에 소소한 일상을 그렸다. 웃음 지어지는 그런.
에스 끼스만 하면서 회화 작업은 미루고 있었는데..
어디서는 예상치 못했던 전쟁이 터지고, 기후로 인해 고통받고... 문득, 내가 행복이라 느끼는 이 소소한 일상이 진정한 행복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림을 더는 미루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붓을 들었다.
우연히 드로잉 한 패턴을 그림의 테투리에 넣고, 그 안에 뭉실뭉실 내가 살고 싶은 삶의 방향을 담았다. 아름다운 시간을 담은 접원의 집, 손질이 가능한 정도의 정원,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달리는 자전거의 우리, 늘 동경하던 어느 나라의 작은 도시 그곳의 아름다운 숍들. 그곳에서의 우리. 그렇게 하나하나 그려가니 그림이 완성되어갔다.
그림 과정 샷
그림 과정샷
점찍은 그림.
회화 작업에서는 나는 인물과 사물에 모두 점을 찍는다. 이 기법은 내가 대학원 시절.. 그림을 어떻게 그릴까 진지하게 고민하다가 생각해낸 기법이다. 점들은 인물의 밝음과 어둠을 더 대비시키고, 인생의 지나가는 순간들을 의미하기도 한다. 또한 그림에서 점은 이미 익숙해진 그림 기법 속에 이질적인 점으로 재미를 주기도 한다. (주관적 관점) 왠지 모르게 나는 거의 다 그린 그림에 어울리는 점들을 찍으면서 해방감을 느끼기도 하는데.. 이것은 내가 이제껏 배운 그림 기법에 대한 해방감이기도 하다.
점이 찍히며, 완성된 그림들.
아무튼 그렇게 그려진 그림은 밀도를 쌓아간다.
초벌칠을 하고, 형태를 잡는다. 기본 색을 넣고,
그곳에 다양한 재료로 명암을 넣고
점을 찍는다. 모든 과정은 영감을 준다.
내가 그리는 화화 작업은 정성을 다해서 그려진다.
작품은 세상에 한점, 이 네모난 공간에 내가 품어왔던 이미지를 담는다.
그래서 작품은 작품이라 말하나 보다.
아무튼.. 아이들을 재우고, 혼자 이곳에 와서 작업을 이어갔다. 3월.. 4월.. 5월.. 6월..
생각보다 작업이 더뎌질 때도 있었는데.. 그런대로 물 흐르듯, 작품을 완성해갔다. 전시 디피 전날인, 6 워 31일. 마지막 터치 후 마무리 작업.
그렇게 작품이 완성되었다.
이 작품을 그리면서 제목을 지었는데, 그렇게 지어진 것이 ’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평범한 하루‘이다. 생각의 안갯속에서 긴 제목이 불현듯 떠올라 적은 작품 제목.
갑자기 들려오는 놀래는 일 없이, 내가 예상한 대로, 계획한 대로의 하루가 이루어지는 그런 날.
아 평화로웠어라고 생각되는 그런 날. 이 평화로운 순간을 감사할 수 있는 그런 우리의 날들에 대해. 그린 이 그림에 어울리는 제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