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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소발 Nov 05. 2022

내가 그리는 것은 나의 바람과 열망하는 미래, 그리고.

그림 그리는 이소발

이태원 참사 희생자 분들의 명복을 빕니다.



 요즘은, 내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을 영상으로 만드는 것에 빠져있습니다. 그러면서도 늘 그림을 더 그리고 싶다는 생각을 합니다. 저는 그림 그리는 사람이니까요.


저는 영상을 만들기 전에 글을 먼저 씁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항상 브런치에 들어가서 새 글을 끄적여요. 글은 늘 기본이 되는 뿌리 같은 존재거든요.

이 브런치 안에서 저의 이야기가 써집니다. 저는 브런치라는 앱이 참 좋아요. 시작을 할 수 있게 해 주어서 감사하기도 하고.. ㅎㅎ 뜬금없지만, 이곳에서도 앞으로도 좋은 글 이어갈게요.



이번 이야기는 아래에 있는 그림,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평범한 하루에 관한 이야기, 제작기입니다. 이 그림은 장작 4개월을 걸쳐서 그린 그림이라... 하고 싶은 이야기들을 정리하고 싶었어요. 그래서 모아둔 사진과 자료들로 글을 쓰고 영상으로 만들었답니다.


** 이번 이야기의 영상은 아래 링크에서 볼 수 있습니다.

https://youtu.be/zYXouCAlSGA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평범한 하루, 135x135cm, 종이에 혼합재료, 2022




2022년 7월에 나의 개인전이 목동 파리공원 커뮤니티 센터 살롱 드 파리에서 있었다.      

나는 무명의 그림 작가 이소발로 산지 14년째다. 그래도 한해 한번 정도씩은 전시를 했는데 아이를 낳고는 경력단절되돗 전시가 끊겨버렸다. 그림도 그리기 힘든 것은 물론이었고. 그렇게 지내다가 집 근처 파리공원이 리뉴얼하면서 생긴 예쁘게 생긴 커뮤니티 센터가 보였다. 이곳의 아름답고 평화로운 분위기라면, 이렇게 가까운 공간이라면, 아이를 키우면서도 맘 편히 전시를 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전시를 하게 되었다.      

7월 전시 풍경


나의 경력단절의 끝을 알리는 전시, 더웠던 7월은 이제껏 끄적였던 나의 작업을 보여 줄 수 있는 행복했던 달이었다.




이 전시에는 꼭 선보이고 싶은 작업이 있었다. 그건, 내 머리에만 담겨있던 평화로운 일상을 그린.. 큰 그림.      

에스키스, 2022

사진에 보이는 이 드로잉은 큰 그림의 에스 끼스로 설날에 어머님이 아이들을 봐주실 때 다락방에 들어가 그린 그림이다. 머리에만 담아두었던 아들과 나의 평화로운 일상의 모습들과 살고 싶은 미래의 집, 그리고 살고 싶은 작은 마을의 모습까지. 평번한 하루에 소소한 일상을 그렸다. 웃음 지어지는 그런.           

에스 끼스만 하면서 회화 작업은 미루고 있었는데..



 어디서는 예상치 못했던 전쟁이 터지고, 기후로 인해 고통받고... 문득, 내가 행복이라 느끼는 이 소소한 일상이 진정한 행복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림을 더는 미루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붓을 들었다.           

우연히 드로잉 한 패턴을 그림의 테투리에 넣고, 그 안에 뭉실뭉실 내가 살고 싶은 삶의 방향을 담았다. 아름다운 시간을 담은 접원의 집, 손질이 가능한 정도의 정원,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달리는 자전거의 우리, 늘 동경하던 어느 나라의 작은 도시 그곳의 아름다운 숍들. 그곳에서의 우리. 그렇게 하나하나 그려가니 그림이 완성되어갔다.           


그림 과정 샷


그림 과정샷
점찍은 그림.

회화 작업에서는 나는 인물과 사물에 모두 점을 찍는다. 이 기법은 내가 대학원 시절.. 그림을 어떻게 그릴까 진지하게 고민하다가 생각해낸 기법이다. 점들은 인물의 밝음과 어둠을 더 대비시키고, 인생의 지나가는 순간들을 의미하기도 한다. 또한 그림에서 점은 이미 익숙해진 그림 기법 속에 이질적인 점으로 재미를 주기도 한다. (주관적 관점) 왠지 모르게 나는 거의 다 그린 그림에 어울리는 점들을 찍으면서 해방감을 느끼기도 하는데.. 이것은 내가 이제껏 배운 그림 기법에 대한 해방감이기도 하다.      





점이 찍히며, 완성된 그림들.


아무튼 그렇게 그려진 그림은 밀도를 쌓아간다.




초벌칠을 하고, 형태를 잡는다. 기본 색을 넣고,

그곳에 다양한 재료로 명암을 넣고

점을 찍는다. 모든 과정은 영감을 준다.

내가 그리는 화화 작업은 정성을 다해서 그려진다.

작품은 세상에 한점, 이 네모난 공간에 내가 품어왔던 이미지를 담는다.      

그래서 작품은 작품이라 말하나 보다.



             

아무튼.. 아이들을 재우고, 혼자 이곳에 와서 작업을 이어갔다. 3월.. 4월.. 5월.. 6월..      

생각보다 작업이 더뎌질 때도 있었는데.. 그런대로 물 흐르듯, 작품을 완성해갔다. 전시 디피 전날인, 6 워 31일. 마지막 터치 후 마무리 작업.

그렇게 작품이 완성되었다.  


              

이 작품을 그리면서 제목을 지었는데, 그렇게 지어진 것이 ’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평범한 하루‘이다. 생각의 안갯속에서 긴 제목이 불현듯 떠올라 적은 작품 제목.

갑자기 들려오는 놀래는 일 없이, 내가 예상한 대로, 계획한 대로의 하루가 이루어지는 그런 날.

아 평화로웠어라고 생각되는 그런 날. 이 평화로운 순간을 감사할 수 있는 그런 우리의 날들에 대해. 그린 이 그림에 어울리는 제목이다.       



음_잘 어울린다.           

이 작품을 보는 이는 나와 같은 생각을 할까..

아니면, 자신의 기억에 빗대어 어린 시절 엄마와의 일상을 추억할까..

나처럼, 아이를 기르는 사람이라면, 자신의 아이를 떠올릴까..

많은 생각이 들었다.      

작품을 생각하고 기획하고 그리는 것은 나의 몫이지만, 바라보고 즐기는 것은 관객의 몫.

단지 나는 나의 작품을 바라보는 이들의 입가에 미소가 뗘지기를 바라본다.           



(아래는 나의 열정을 담은 작품들)

빨간 구두,  100x65cm, 천에 바느질, 혼합재료, 2013




데이트, 65x90cm, 종이에 혼합재료, 2013
Tulip love, 42x35cm, 종이에 혼합재료, 2015
Love shoes, 65x50cm, 종이 혼합재료, 2015




Home sweet Home, 종이에 혼합재료, 31x41cm, 2020









감사합니다.




** 이번 이야기의 영상은 아래 링크에서 볼 수 있습니다.

https://youtu.be/zYXouCAlSG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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