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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소발 Dec 08. 2022

가족에게 '싫다'라는 내 마음을 말하기로 했다.

Her

나는 세 남매 중에 둘째 딸이다. 그런데 성격상으로는 집에서 장녀 역할을 했다. 부모님이 자식에게 가지는 기대감. 형제에 대한 도리. 나는 그간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한다.

그에 따라서 부모님은 나를 도와주시고, 믿고, 의지하신다.


철이 조금 없는 언니

거절을 힘들어하고 뒤에서 울어버리는 나.

마음 가는 대로 하는 남동생




언니는 어릴 적부터 철이 없었다.

아니 언니보다 드센 내가, 언니도 버거웠을지도 모른다.


사회에서 멋지게 활약하고 은퇴한 우리 부모님...

어릴 적, 우리에게도 최선은 다한 그들의 기대는 높았고,  언니가 하지 못한 자식 대한 대는 나에게 떨어졌다. 뭐.. 나는 그런대로 잘해나갔다. 그러면서도 부모님의 기대에 부응해야 한다는 것으로부터 독립하지 못했다.


말하기에는 부끄럽지만,


부모가 '이 정도 때면 해야 하지 않을까' 하던 결혼.

그리고 원하지 않았던 둘째 (아이에게 둘은 있어야 한다는 어른들의 압박).

솔직히 말하면  온전히 나의 의지로 100% 다했다고 볼 수 없는 일들.



우연히 찾아간 점집에서 말했다.


"엄마와 떨어져 살아. 그게 나아."


나는 그 말이 어떤 것을 의미하는지 대강은 알고 있었다.



나는 엄마에게 많은 것을 받았다.

많은 것에는 금전적 도움, 정신적 기대 등등 많은 것들이 있다. 나는 그리고 그것에 해 부응을 해야 한다는 생각이 늘 있었다. 그래서 그렇게 행동했고 생활해 왔다.


"그래 봤자... 나보다 잘난 부모(엄마)에게 못 미치지만.." 이라는 생각을 하면서 살았다.



언니가 철없음을 엄마와 아빠는 내게 인정시켰다.

"언니가 그러니 네가 양보해라. 네가 배려해라. 네가 언니보다 나으니.."

그렇게 세월이 지나고,언니는 내가 무언가를 해주는 것을 당연하게 아는 것처럼.. 

네가 '우리 집에서는 다하니까.'라는 말을 하곤 했다.


어느 날부터 그 말이 화가 났다.

언니는 나에 대한 배려가 없다.



나의 남동생은 똑똑하게도 부모님과 완전한 거리를 두면서

정신적으로도 경제적으로도 물리적으로도 독립했다.

온전히 자신이 원하는 삶.. 실패해도 해보면서 자산이 선택하는 삶... 그렇게  살아갔다. 동생이 부러웠다.



나도 저 나이 때 부모의 말보다는 진정으로 원하는 삶의 방향을 따랐어야 했는데..

무엇이 두려웠기에 그러질 못했는지.


내가 두려워했던 것은 '부모의 말을 듣지 않으면 후회한다'라는 귀에 못이 박힌 미래지향적 이야기와

내가 진정 원하는 것에 대한 것에 대한 의심.


어리석었다.

내 탓이다.



나는 가족의 부속에 살아야 하는가.

내가 원했던 삶도 이건가.


어느 날부터 현타가 왔다.

이건 현재의 나의 우울의 근본적인 원인이다. 

나는 알고 있다.




언니는 오늘도 내가 싫다고 하는 무언가를 자신의 입장에서 고수하며 해달라고 청했다. 평소 같으면 거절 못하고 이해하려 했지만, 이해하고 뒤에서 화가 날 나를 생각하니, 이제라도 가족에게 나의 의견과 거절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거절을 말했다. 단호하게. 그렇다고 한 번에 알아들을 사람은 아니지만.




속이 좀 시원하다.


아주 조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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