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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솔 Aug 08. 2018

돗토리 현에 우뚝 솟은
다이센

대자연이 아름다운 돗토리 현

돗토리의 큰 산, 다이센

사카이미나토에서 구불구불 산길을 따라가다 보면 산봉우리에 하얀 구름이 엉킨 우뚝 솟은 산이 보인다. 돗토리현 서쪽에 장엄하게 솟은 다이센을 찾아가는 길이다. 다이센은 일본 3대 명산이다.

다이센(大山)은 이름처럼 큰 산이다. 요나고에서 바라보면 후지산을 닮았다. 해발 1709m로 다이센에서 가장 높은 봉우리 ‘쓰루가미네 봉’ 옆으로 8개의 산이 이어져 있다. 히로시마, 시마네, 오카야마, 돗토리 지역을 주코쿠 지방이라고 부르는데, 주코쿠 지방에서 가장 높다.


다이센으로 가는 길은 평야와 언덕을 오르락내리락한다. 길가에 햇살을 바라보며 바람에 몸을 맡긴 해바라기가 춤을 춘다. 
싱그러운 꽃밭에 잠시 차를 멈추었다. 산 아래에서 일렁이는 노란빛은 평화롭다. 산을 향해 가는 길은 향기롭다.


다이센 중턱에는 다이센 목장 우유 마을이 있다. 그  앞에 초원이 펼쳐진다. 햇살 아래 앉아 있는 사람들의 뒷모습이 여유롭다. 산비탈에는 들이 느긋하게 풀을 뜯는다.
삶이여, 가끔은 이런 풍경만 같아라.

다이센은 한번에 제 모습을 보여주지 않는다. 산꼭대기 솜처럼 하얀 구름이 감싸다가 산허리에서 울창한 자태를 러낸다. 단정한 산세 아래 노란 해바라기와 분홍 코스모스화려한 수를 놓는다.


다이센 아래에는 목장에서 직접 짠 우유와 아이스크림, 유제품을 판매하는 상점이 있다. 미루쿠노사토에서 생크림처럼 진한 소프트 아이스크림을 먹어보는 건 필수다. 평소 우유를 좋아하지 않지만 이곳에서 마신 우유는 고소하기 이를 데 없다.

목장에서 길을 따라 다시 산을 오른다. 다이센은 일본 원시 산악 신앙의 중심지로 메이지 시대까지는 일반인의 입산이 금지되었다. 오래전부터 불교와 무속신앙 등 일본인들의 신성한 정서가 담긴 곳이다.

 

다이센이 품고 있는 사찰, 다이센지는 718년에 세워진 고찰이다. 돌기둥처럼 세워진 도리이를 지나 계단을 오르면 작은 사찰이 나온다. 장엄한 산속에 있는 사찰이라기엔 소박하지만 고적한 사찰은 산의 기운을 받아 신성하다.


산사에서 나와 뉘엿뉘엿 해가 넘어가는 산길을 내려간다. 자연을 훼손하는 인위적인 것들은 없다. 먹을 수 있는 곳도 머물 수 있는 곳도 별로 없다. 적막하지만 깊고 푸른 숲 속에서 하룻밤을 보내기로 했다. 호텔의 창은 다이 가득 담았다.    


우에다 쇼지 사진미술관 

이른 아침 숲 속의 공기는 이슬을 머금어 촉촉하다. 숨을 들이쉬면 폐 속까지 시원하다. 정화된 마음속에 산을 품고 내려온다. 다이센에서 빠져나가는 길이지만 반대로 다이센으로 들어오는 길에는 독특하고 세련된 디자인의 건물이 나온다. 일본을 대표하는 사진가 우에다 쇼지의 사진미술관이다.

일본 사진계의 거장 우에다 쇼지는 돗토리현 사카이미나토에서 태어났다. ‘사구는 하나의 거대한 지평선이다’는 말을 남기며 일생을 바쳐 돗토리 사구에서 사진을 찍었다. 사진미술관에는 그가 기증한 15,000점의 작품이 있다.

우에다 쇼지는 일본뿐만 아니라 외국에서도 높은 평가를 받았다. 프랑스 예술문화 훈장도 받았다. 우에다 쇼 작품의 피사체는 주로 가족과 이웃이었다. 그의 대표작 ‘소녀사태’의 어린 소녀들처럼 어린이들을 많이 찍기도 했는데, 주머니에 늘 사탕을 넣고 다니면서 어린이들의 모습을 사진에 담았다고 한다. 대상에 대한 애정이 가득했던 그의 사진은 그림같이 느껴지기도 한다.

1995년 개관한 미술관은 그의 대표작품인 소녀사태를 모티브로 건축가 다카마쓰 신이 설계했다. ‘소녀사태’는 돗토리 사구에서 네 명의 소녀가 각기 다른 포즈를 취하는 모습이다. 긴장감 있는 낮은 건물은 군더더기가 없다. 아름다운 풍경 속에서 자연과 어우러져 신비롭다.

 

미술관 바로 뒤쪽에 후쿠오카 저수지가 있다. 다이센을 정면에서 거꾸로 비추는 ‘사카사다이센’의 저수지로 많은 사진작가와 화가들의 사랑을 받았다. 미술관의 창에는 비밀이 숨어 있다. 날씨가 화창한 날에는 창 너머로 솟아있는 다이센이 물 위에 거꾸로 비치는 장면을 선명하게 조망할 수 있다. 사진미술관에서 가장 아름다운 풍경이다. 이 풍경을 보기 위해 미술관을 찾았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다이센이 비치는 또 다른 창에는 검은 중절모가 그려져 있다. 우에다 쇼지의 사진에도 많이 등장하는 중절모다. 소품으로 준비된 우산과 지팡이를 들고 창 앞에 서면 다이센과 어우러진 근사한 사진을 찍을 수 있다.


우에다 쇼지는 대상을 오브제처럼 배치하는 독특한 사진들을 많이 남겼다. 그가 남긴 작품에는 시대를 초월하는 기발한 아이디어가 담겨있다. 돗토리 사구에 대한 애정, 가족과 이웃 대한 사랑, 흑백 사진이 주는 아날로그 감성이 고스란히 전해진다.


사진뿐 아니라 미술관 안에는 볼거리가 가득하다. 영상전시실에서는 세계 최대 규모의 카메라 렌즈를 볼 수 있다. 600mm 카메라 렌즈로 다이센의 모습을 건물 내부 벽면에 비추어, 마치 카메라 속에 있는 듯한 체험을 할 수 있다.


여행을 하며 늘 카메라와 동행하는 나는 피사체에 대한 고민을 할 겨를도 없이 셔터를 누를 때가 종종 있다. 대상을 늘 연구했던 그의 사진을 관람하면서 낯이 뜨거워졌다. 우에다 쇼지는 숨을 거두는 마지막 순간까지도 카메라를 손에 들고 있었다고 한다. 그의 열정이 담긴 사진은 아름다운 풍경과 세련된 미술관을 더욱 빛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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