돗토리 현
돗토리 시는 자연이 빚어낸 신비로운 마을이다. 돗토리 여행의 백미인 돗토리 사구, 빼어난 풍경의 산인해안, 락교 밭, 돗토리 성터 유적지와 메이지 시대의 서양 건축물 등 볼거리가 다양하다. 와카사 철도 증기기관차와 와카사주쿠역, 샨바쿠다 주택 등 역사유적지도 볼만하다.
아름다운 자연을 품었지만 일본에서 인구가 가장 적고 낙후된 지역인 돗토리를 살리기 위해 관광에 힘을 쏟았는데, 1인당 2000엔을 내면 3시간 동안 원하는 코스를 둘러볼 수 있는 택시투어가 그것이다. 대중교통 이용이 불편한 소도시에서 외국인 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한 굿 아이디어다. ‘2000엔 택시’는 비싼 일본의 교통비를 생각하면 실속 있다. 일본어를 할 수 있다면 택시 드라이버의 가이드까지 더해져 여행은 더 풍성해진다. 그렇지 않더라도 한국어로 된 관광 안내 가이드도 잘 갖추어져 있다.
돗토리 사구와 모래미술관, 우라도메 해안, 돗토리 성터, 진푸카쿠, 아베 역, 산바코다씨 주택, 와카사 철도 증기기관차, 와카사주쿠까지 마음대로 코스로 떠나본다.
바다로 이어진 사막, 돗토리 사구
돗토리 사구는 바다로 이어지는 사막 같다. 바람과 모래가 만든 거대한 언덕은 돗토리 여행의 핵심이다. 돗토리 사구는 동서 약 16km 남북 약 2.4km에 걸쳐 펼쳐지는 일본 최대의 모래언덕이다. 10만 년 가까운 세월 동안 센다이 강의 모래 위에 다이센의 화산재가 쌓이고, 해풍이 불어오면서 웅장한 모래언덕이 생겼다. 자연이 만들어낸 걸작이다.
돗토리 사구는 스리바치라고 불리는 바닥이 깊이 파인 웅덩이, 넓은 모래사장, 서서히 경사가 오르면서 그 끝에 50m에 이르는 거대한 모래 산이 펼쳐진다. 경이로운 풍경이다. ‘와우’하고 저절로 탄성이 새어 나온다. 사구를 걷고 있는 사람들이 우주의 티끌처럼 작아 보인다. 사진가 우에다 쇼지가 돗토리 사구를 사랑하고, 수많은 작품을 연출했던 이유를 알 것 같다. 어디에서도 보기 드문 독특한 풍경이다.
바람이 불면 바람결에 따라 모래에 무늬가 생기는데 이를 풍문이라고 한다. 풍문은 물결 같아서 모래 위를 걸으면 바다 위를 걷는 것 같다. 신발을 벗어 들고 물결을 헤치며 모래 산을 향해 걸어간다. 평지를 걷는 것보다 다리에 힘이 많이 들어간다. 발가락 사이사이로 흐르는 모래는 부드럽다. 가파른 모래 언덕을 오르면 푸른 바다가 눈부시게 펼쳐진다. 모래언덕이 숨겨 놓은 바다는 고요하다.
드라마 <아이리스 2:전쟁의 여신>에서 정우성과 보아가 낙타를 타며 데이트를 즐기던 모래 언덕은 이국적이다. 사막에서처럼 낙타나 마차를 타고 모래 언덕을 돌아볼 수 있고, 패러글라이더를 즐길 수도 있다.
사구 근처에는 모래미술관이 있다. 모래로 만든 다양한 작품을 전시한다. 세계적인 모래조각가들이 일본에 찾아와 작품을 만든다. 세계에 단 하나뿐인 모래미술관은 해마다 다른 테마의 작품을 전시한다. 내가 본 것은 미국 대륙의 역사와 문화를 담은 모래작품이었다. 모래로 빚은 조각은 큰 바위 얼굴, 할리우드의 유명 스타, 정치인, 발명가들로 실물처럼 생생하고 정교하다. 작품의 크기도 거대해서 작품 전체를 조망하려면 미술관 2층에 올라가 내려다보아야 모든 작품이 한눈에 들어온다.
마침 미국 하와이의 훌라(Hula) 공연이 열리는 시간이었다. 흥겨운 음악에 맞추어 현란하게 허리춤을 추는 여인들이 모래작품 앞에 등장하자 미술관에 모인 사람들의 환호와 박수가 터져 나왔다. 사막의 신기루처럼 언젠가는 허물어질 모래지만 흥겨운 춤사위 속에서 작품은 살아 움직이는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