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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솔 Aug 15. 2018

명탐정 코난의 마을
유라

돗토리 현


돗토리 여행의 백미가 웅장한 자연에 있다면 별미는 만화‧애니메이션이라 할 수 있겠다. 별미를 맛보러 만화의 흔적을 따라가는 길. 한 지역에서 유명한 만화가들의 만화를 연달아 만날 수 있다니 설렌다.


돗토리 현은 경남 통영과 닮은 것 같다. 미즈키 시게루, 아오야마 고쇼, 다니구치 지로 같은 만화가와 우에다 쇼지 같은 사진 예술가가 돗토리현의 작은 바닷가 마을에서 태어났다. 박경리, 유치환, 유치진, 김춘수, 전혁림, 윤이상 같은 예술, 문학가가 태어난 곳도 바다 마을 통영이다. 바닷가에는 예술가의 감성이 파도를 타고 흐른다.


돗토리 현 여행을 준비를 하면서 코난 마을을 더 깊이 있게 들여다보기 위해 서점에 갔다. <명탐정 코난> 만화책을 찾아보니 출판된 것만 94권이나 된다. 만화책을 보기는 포기하고 마침 영화관에서 애니메이션으로 상영하는 명탐정 코난을 만났다. 영화관에는 부모님의 손을 잡고 온 어린이들이 자리를 가득 메웠다. 여전히 전 세계에서 사랑받는 명탐정 코난을 만나러 아오야마 고쇼의 고향을 찾아간다.

    

아오야마 고쇼 후루사토칸

사카이미나토에서 요나고를 지나 국도를 달리다 보면 걸출한 만화가, <명탐정 코난>의 아오야마 고쇼 후루사토칸이 나온다. 후루사토칸은 아오야마 고쇼의 기념관이다. 넓은 마당이 있는 후루사토칸 앞에는 만화 속 아가사 박사의 애마인 풍뎅이 모양의 폭스바겐 승용차가 있다. 기념사진 한 장을 찍을 만한 예쁜 장소다.

내부는 <명탐정 코난>을 체험할 수 있는 아기자기한 공간들이 있다. 아가사 박사가 발명한 목소리가 변하는 나비넥타이 때문에 코난은 정체를 들키지 않고 사건을 해결한다. 변성 나비넥타이를 체험할 수 있는 방에 들어가 이것저것 조작해본다.


나선형 모양의 계단을 따라 올라가면 코난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복잡한 관계도가 걸려있다. 관계도를 보고 나니 애니메이션으로 보고 왔던 인물들이 정리된다.


초등학교 5학년 때 사립탐정 만화가를 꿈꿨다는 아오야마 고쇼의 작업실, <명탐정 코난>의 인형극이 공연되는 아오야마 고쇼 시어터 등 아이들도 좋아할 만한 공간들을 아기자기하게 꾸며 놓았다.

기념관을 둘러보고 내려오면 기념품 숍과 연결된다. 기념품 숍 입구에는 이곳을 찾은 유명인사의 사인과 방명록을 걸어 놓았다. 반가운 글자가 눈에 띈다. ‘식객’의 작가 허영만 화백의 글과 사인이다.

“아오야마 선생님, 우리는 만나보지는 않았지만 같은 직업을 가진 사람으로서 이미 오래전부터 알고 지낸 듯한 기분입니다. 건필하시고, 고향의 기념관이 널리 알려지시길 바랍니다”

사인 한 장에서 만화의 두 거장이 소통하는 느낌이 들어서 일까. 거장들의 열정이 느껴져서일까. 왠지 모르게 가슴이 찡했다.


 여행지를 떠나면서 마지막 의식을 치르는 것처럼 기념품 숍을 둘러본다. 코난이 세계적인 캐릭터인 만큼 기념품 가격은 다소 비쌌다. 지인들에게 선물할 코난 열쇠고리 몇 개만 사들고 마을로 나섰다.   

 


유라 마을은 한적하고 조용하다. 세계적인 만화가가 탄생한 마을이라기엔 고적하다. 마을 앞에 흐르는 강을 가로지르는 코난 대교 입구에서 명석해 보이는 코난 청동상이 반갑게 맞이한다.


다리의 문양에도 코난을 새겨놓았다. 바닥의 맨홀에서도 코난을 볼 수 있다. 작은 마을에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지는 것은 역시 코난 덕분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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