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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솔 Aug 07. 2018

요괴들의 도시
사카이미나토

돗토리 현

돗토리 현은 만화의 고향이라고 불러도 좋을 것 같다. 남녀노소 모두가 좋아하는 <게게게의 기타로>의 미즈키 시게루, 세계적인 만화 <명탐정 코난>의 아오야마 고쇼, 우리나라에도 마니아층이 많은 <고독한 미식가>의 다니구치 지로가 모두 돗토리 현에서 태어났다.

독특한 풍경과 마을에서 요괴들이 불쑥불쑥 튀어나오는 돗토리 현은 매력적이다. 소도시 중에서 가족 여행지로 추천할 수 있을 만큼 아이들도 즐겁게 돌아볼 수 있는 마을이다.
 
인천공항에서 비행기를 타면 한 시간 조금 더 걸려 요나고 공항에 도착한다. 공항 이름도 독특하다. <게게게의 기타로>의 이름을 따서 요나고 기타로 국제공항이라고도 한다. 돗토리 현 여행, 요나고 기타로 공항에서 시작한다.   

 

요괴들의 도시 사카이미나토 

사카이미나토는 돗토리현 서쪽 끝에 있는 작은 항구도시다. 우리나라 동해와 마주한다. 바닷가에는 넓은 백사장이 펼쳐져 있고 그 뒤로 소나무가 빽빽한 숲을 이룬다. 이 작은 바닷가 마을에 해마다 많은 사람들이 찾아오는 이유는 무엇일까. 
만화가 미즈키 시게루 때문이다. 사카이미나토는 우리나라에는 <요괴인간 타요마>라는 이름으로 소개된 <게게게의 기타로>란 요괴 만화를 탄생시킨 미즈키 시게루의 고향이다.

수산업이 주가 되었던 사카이미나토는 어획량이 줄어들면서 인구도 줄었다. 마을이 점점 쇠퇴해지자 활력을 불어넣을 방법을 생각했다. 사카이미나토 출신 만화가 미즈키 시게루의 <게게게의 기타로>를 관광자원으로 활용하고자 했다. <게게게의 기타로>는 요괴들이 나오는 만화인데, 마을에 요괴 동상을 설치한다니 지역주민들은 난색을 표했다. 그러나 결과는 크게 달랐다. 곳곳에 요괴들을 만날 수 있는 거리를 걷기 위해 찾아오는 사람의 수가 점점 늘어나 사카이미나토 인구의 100배를 넘었다.

 

사카이미나토 역과 요나고 역을 오가는 JR사카이센 요괴 열차도 한몫한다. 각 역마다 요괴 이름이 붙여졌다. 요괴 열차에는 기타로와 네즈미 오토코 등 갖가지 요괴들이 그려져 있다. JR요나고역, 네즈미 오토코 역은 열차가 발차하는 0번 플랫폼에 네즈미 오토코를 만날 수 있다. 기타로, 잇단모멘 같은 요괴들도 여행자를 마중한다.  

  

요괴 거리의 시작은 JR 사카이미나토 역이다. 어느 지역이든  음식점이나 페를 찾으려면 역 앞으로 가면 된다.  바닷가 마을답게 사카이미나토 역 주변에는 해산물 음식점이 많다. 그 중 겐키테이라는 음식점을 택했다.  탁월한 선택이었다.  연어알, 참치, 새우 등 갖가지 해산물을 얹은 덮밥, 카이센동은 바다를 품었다. 해산물의 싱싱함은 덤이다.

 

식사를 마치고 거리로 나섰다.  요괴들의 거리, 미즈키 시게루 로드가 이어진다. 길은 단순하다. 한 길로 열린 거리를 따라 걸으면 된다. 이 길에서 <게게게의 기타로>의 요괴들이 여행자를 기다린다.

800미터에 달하는 거리 곳곳에서 기타로를 비롯한 153개의 요괴 캐릭터 동상을 볼 수 있다. 거리는 온통 요괴뿐이다. 요괴를 테마로 한 상점과 기념품 숍이 늘어서 있다. 음료, 과자, 간식, 기념품 등 팔고 있는 모든 상품의 모델이 요괴들이다. 요괴 캐릭터 라벨을 단 지자케(지역 술)도 있다. 그야말로 요괴 세상이다.

 


 <게게게의 기타로> 주인공 기타로는 어른인데도 키 130cm에 몸무게가 30kg으로 체구가 작았다. 기타로의 아버지, 메다마 오야지는 병들어 죽어서 한쪽 눈만 남았다. 몸이 작은 아들이 걱정돼 한쪽 눈에 혼을 실어 다시 살아났다. 눈알 아버지, 메다마 오야지는 마을에서 가장 흔하게 볼 수 있는 캐릭터다. 눈알 만주, 눈알 경단, 눈알 동상, 눈알 모양 가로등, 택시 위에 놓인 등도 눈알 모양이다. 어디에서든 한쪽 눈이 지켜보고 있다.


쥐나 생선을 보면 요괴로 변화는 고양이 소녀 네코 무스메, 사람이 지나가면 모래를 뿌려 놀라게 하는 모래 할머니 스나카케바바 등 수많은 요괴들이 곳곳에서 나타난다. 길을 걷다 바닥을 내려다보면 맨홀 뚜껑에도 요괴 캐릭터가 있다. 요괴들이 작은 마을에 활기를 불어넣은 것은 확실하다.

  

미즈키 시게루 생가, 기념관

다양한 표정을 지닌 요괴들을 보며 길을 다 보면 미즈키 시게루 기념관이 나온다. 미즈키 시게루의 일생에 관한 자료와 만화가 전시되어 있다. 게게게의 현관에 들어서자마자 기타로와 만화 주인공들이 단체로 환영한다. 2층으로 올라가면 미즈키 시게루의 만화 세계를 엿볼 수 있는 자료들이 전시되어 있다. 미즈키 시게루의 작업실을 재현한 곳과 요괴 동굴, 요괴 광장 등 볼거리가 가득하다.

<게게게의 여보>에서 본 미즈키 시게루 일가의 생활 풍경도 엿볼 수 있다. 미즈키 시게루가 요괴 만화를 그리게 된 것은 어릴 적 그의 집에서 일하던 할머니의 영향 때문이다. 할머니가 얘기해주는 요괴 이야기를 들으면서 요괴 세계에 빠졌다.


 미즈키 시게루는 2차 세계대전 중 전쟁에서 한쪽 팔을 잃었다. 생활은 가난할 수밖에 없었다. 한쪽 눈알만 있는 메다마 오야지처럼  한쪽 팔에 혼을 실어 만화에 대한 열정을 불태웠다. 그의 열정으로 태어난 요괴들은 기괴한 것이 아니라 익살스럽다.   


미즈키 시게루 기념관 근처에서 골목으로 50미터쯤 들어가면 게게게의 요괴 낙원, 요 카이 라쿠엔이 나온다. 역시나 이곳도 요괴 세상이다. 요괴 캐릭터로 꾸며진 공원과 캐릭터 상품이 이곳에 모여 있다.  캐릭터로 다양하고 독특한 굿즈 만들었다. 카페라테에 빠질 수 없는 시나몬으로 그린 요괴 캐릭터 커피, 요괴 라테는 차마 마시기 아깝다. 요괴 마을, 재치 있는 발상이 마을을 살려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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