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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솔 Aug 06. 2018

전설의 명교를 품은 이와쿠니

야마구치 현

오르락내리락 능선을 넘다, 목조 다리 긴타이교

다리 하나가 명소를 만들었다. 다섯 개의 아치가 강을 가로질러 한 폭의 그림 같은 풍경을 만들었다. 나도 다리 하나를 보기 위해 이곳까지 찾아왔다. 야마구치현 이와쿠니 시의 명물, 긴타이교다. 니시키가와를 가로지르는 목조 아치교, 긴타이교는 일본의 3대 명교이다. 다리의 아치를 넘는 것은 마치 산의 능선을 오르락내리락하는 것 같다. 앞서 가는 사람이 나타났다 사라지기를 반복한다. 사람들이 다리 위를 걷는 풍경도 아름답지만 다리 아래에서 올려다보면 나무에 못을 박지 않고 촘촘하게 끼워 맞춘 구조가 신기하다.

    

니시키가와 강에는 예전부터 이와쿠니 성과 성하 마을을 잇는 다리를 놓았다. 그러나 홍수와 태풍으로 여러 번 유실되었다. 3대 번주 깃카와 히로요시는 홍수에 견딜 수 있는 튼튼한 다리를 만들게 했다. 명나라에서 귀화한 승려, 도쿠류에게 항저우의 시 호에 아치교가 있다는 얘기를 듣고 목수인 고다마 구로에몬이 다리를 설계했다. 5개의 아치로 된 다리의 길이는 193.3m, 폭은 5m이다. 1673년 완성된 긴타이교는 중국 항저우의 시 호에 있는 금대교와 이름이 같다.

오르락내리락 긴타이교 아치를 건너가면 마을 입구에 100가지 맛의 아이스크림을 파는 곳이 있다. ‘무사시’라는 아이스크림가게 앞은 사람들로 북적하다. 골라먹는 재미가 있는 100가지 맛 중 홋카이도 아이스크림을 골랐다. 부드럽고 진한 우유가 입안에서 사르르 녹는다.



이와쿠니에서 맛볼 수 있는 또 하나의 음식은 시루떡을 잘라 놓은 듯 네모난 이와쿠니 스시다. 임금님 스시라고도 불리는데, 큰 나무틀 속에 쌀을 넣고 삼치나 전갱이 같은 생선살을 섞은 초밥 위에 쑥갓, 연근, 표고버섯, 달걀지단 등을 켜켜이 얹어 돌로 살짝 누른다. 나무틀을 벗겨내어 1인분씩 자른다. 만드는 방법부터 생소한 스시답게 지금껏 먹어 본 스시와는 전혀 다른 맛이다.


다리 아래로 흐르는 니시키가와 강에서는 은어가 나오는 철이면 가마우지 새를 줄에 묶어 고기잡이를 시키고, 어부들이 낚아채서 은어를 잡는다. 새에게는 잔인한 일이겠으나 강에서 해마다 열리는 가마우지 축제는 전통이 있다. 이와쿠니를 상징하는 축제답게 이와쿠니 성 앞에 서있는 시계탑 안에서 가마우지 낚싯배 조형물도 매시간마다 음악에 맞춰 춤을 추었다.

이와쿠니 마을의 풍경은 운치 있고, 하얀 아이스크림도 맛있다. 기막히게 맛있는 음식은 아니어도 특색 있는 음식을 맛보는 것도 기분 좋다.   

  

이와쿠니 전망대 이와쿠니 성

강 건너편에서 바라보면 마을로 이어진 다리와 산꼭대기에 작은 성이 보인다. 긴타이교와 이와쿠니 성이 한눈에 들어온다. 이 그림 같은 풍경을 보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이곳까지 찾아온다. 꼭대기 성을 올려다보면 ‘어떻게 저 높은 곳에 성을 세웠을까’하는 경외감이 든다.


긴타이교를 건너 한적한 깃코 공원을 가로지르면 산꼭대기 이와쿠니 성까지 빠르게 갈 수 있는 로프웨이가 있다. 산비탈을 천천히 오르는 로프웨이 창밖으로 이와쿠니 시내가 시원하게 펼쳐진다. 아침 안개가 아직 물러나지 않은 이와쿠니 시는 아득하게 넓다. 저 너머에 흐려진 산들은 하늘과 공간을 나누지 않는다. 마을 한가운데를 가로지르는 강줄기는 무한히 뻗어나간다.

로프웨이 정상에서 내리면 이와쿠니 성으로 가는 길이 두 갈래로 나뉜다. 한쪽은 잘 다져진 완만한 평지 같은 길이고, 다른 한쪽은 좁고 거친 산길이다. 어느 쪽으로 갈까 고민하다 성을 올라갈 때는 거친 길을, 내려올 때는 완만한 길을 걷기로 했다. 힘들게 올라가 편안히 내려오는 길은 우리의 삶과 닮았다.  

  

이와쿠니 성은 요코야마(山) 정상에 있다. 이와쿠니 초대 영주였던 깃카와 히로이에가 1608년에 세운 산성이다. 완성된 지 7년 만에 에도막부가 각 다이묘의 번에 다이묘가 거주하는 하나의 성만 남기고 나머지는 없애라고 명했다. 천수각은 1962년에 복원되었고, 석벽과 해자는 흔적만 남아있다. 4층으로 된 천수각에는 무사들이 쓰던 다양한 종류의 칼이 진열되어 있다. 긴타이교와 함께 일본 각 지역의 유명한 다리 사진들도 전시되어 있다.

4층 전망대, 천수각 꼭대기에 오르면 이와쿠니 시내가 한눈에 보인다. 거대했던 긴타이교가 미니어처 같다. 저 멀리 세토내해의 섬들과 시코쿠의 산맥은 아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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