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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솔 Aug 24. 2018

오이타 현, 분고타카다
낭만가도 고이카나 로드

오이타 현

레트로 거리, 쇼와노마치를 지나 오이타 현의 풍경 속으로 들어간다. 쇼와노마치에서 나가사키바나까지 이어진 해안을 따라간다. ‘고이카나 로드’는 사랑이 이루어질 것 같은 길이다. 아름다운 풍경이 담긴 매력적인 장소가 해안을 따라 흩어져 있다.  

   

일본 제일의 석양, 마타마 해안

고이카나 로드를 달리다 보면 길의 중간쯤 갯벌 사이사이로 물길이 나 있는 아름다운 해안을 만난다. 곡선을 그리며 흐르는 바다는 하늘에 그려진 구름과 어울려 환상적인 풍경을 만든다. 마타마 해안 한낮의 풍경이다. 사람들은 갯벌에서 조개를 줍기도 하고 해수욕을 즐기기도 한다. 태양 아래의 풍경이 이렇게 아름다운데 황혼의 풍경은 어떨까.


마타마 해안의 백미는 바다로 내려앉는 석양이다. 오이타 현에서 유일하게 수평선에 지는 석양을 볼 수 있다. 주홍빛이 일렁이는 바다와 검은 갯벌이 만들어낸 눈부신 풍경은 ‘일본의 석양 백선’에 선정될 정도로 아름답다.

석양을 보기 위해 고이카나 로드의 명소를 돌아보고 저녁 무렵 마타마 해안으로 다시 돌아왔다. 한낮에는 한산했던 길가에 많은 차들이 줄을 지어 서 있다. 이제 막 사랑을 시작한 듯 수줍은 연인들이 갯벌 위를 걷는다. 연인들도 풍경이 된다.

 

해안가에는 태양이 침몰하기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바다를 바라보고 있다. 하늘에는 유난히 구름이 많다. 구름에 가려 선명하게 붉은 태양은 볼 수 없었지만 구름마저도 한 폭의 그림 같다. 그 사이로 내리는 빛은 바다를 황금빛으로 물들인다.


검게 물든 갯벌은 반짝이는 붉은 바다와 대비된다. 마타마 해안의 명장면이다. 바닷가에 모인 사람들이 노을 속으로 젖어든다. 태양이 바다로 깊이 내려갈수록 갯벌의 물은 점점 사라진다. 해안은 어느새 아득한 바다로 가득 찬다.

그동안 수많은 바다를 보면서 수없이 지는 석양을 바라보았다. 노을이 지는 바다는 언제나 황홀했다. 그러나 나는 감히 말하고 싶다. 타마 해안에서 바라본 석양이 최고의 장면이었노라고.


마타마 해안에서는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의 세리가 석양 속에서 춤추는 장면을 촬영했다. 세리가 ‘REBORN'을 노래할 때 석양이 내리는 바닷가에서 춤추는 모습이 교차다. 영화를 보면서 이 장면은 조금 뜬금없다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마타마 해안의 석양을 보고 난 후에야 감독의 마음을 알 것 같다. 아름다운 장면을 모두에게 보여주고픈 그런 마음이었음을.   

 

사랑을 이어주는 신사, 아와시마샤

마타마 해안을 지나 고이카나 로드를 더 달리면 바다를 향해 나와 있는 아담한 신사가 보인다. 바다 쪽으로 튀어나온 암굴에 지어져 있는 신사는 일본에서도 보기 드문 신사다. 멀리서 바라본 신사는 바다와 어우러져 그림 같다. 차를 달려 신사가 있는 아와시마 공원으로 향한다.

공원 입구에는 하트 모양의 조형물이 바다를 향해 세워져 있다. 그래서인지 이곳에는 불볕더위에도 두 손을 꼭 잡은 연인들이 많이 보인다.

조형물에 자물쇠를 걸어 사랑을 맹세하는 사랑의 열쇠, 모뉴먼트 엔(緣)에 수많은 사랑이 걸려있다. 꼭꼭 걸어 잠근 자물쇠처럼 사랑이 굳게 맺어지기를!

공원과 이어진 아와시마샤는 인연을 맺어주는 신을 모시는 신사다. 특히 여성의 소원이라면 하나는 반드시 이루어진다고 한다. 아와시마샤는 작고 소박한 모습이지만 고요한 바다의 풍경과 어우러져 특별해 보인다.


사랑을 이어주는 신사답게 소원을 적어 걸어 놓는 에마에는 사랑이 이어지기를 간절히 소망하는 마음이 가득 걸려있다.

여성이 소원을 빌면 하나는 반드시 이루어진다고 하니, 나도 소원 하나를 적어 걸어 놓고 신사를 나왔다.


아와시마 공원 앞에 이어진 국도에서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나미야 부자의 차가 달리는 장면을 촬영했다. 예쁜 해안선이 계속 이어진다. 나는 영화의 장면이 담긴 아름다운 고이카나 로드를 다시 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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