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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솔 Aug 28. 2018

전통이 살아 있는
오이타 현 히타 시

오이타 현

히타 시는 산골짜기에 조용히 자리한 작은 도시다. 전통 있는 거리와 산수화 같은 풍경을 품은 아름다운 마을이다. 오이타 현의 서쪽에 있으며 후쿠오카 현, 구마모토 현과 인접해 있다.

사방을 둘러보면 마을은 아름다운 에 둘러싸여 있다. 히타는 산 아래에 자리 잡은 분지라서 늦가을부터  이른 봄까지 아침 안개가 마을 감싼다. 산하의 풍경은 온화하다.

히타 시는 내 분지이기 때문에 공기가 산을 넘지 못하고 머물러 있어 여름에는 덥고 겨울에는 춥다. 기온이 40도가 넘는 폭염으로 푹푹 찌던 서울을 떠나 왔는데 한 여름의 히타 역시 40도를 가뿐히 넘기는 무더운 날씨였다.     


역사의 향기를 품은 마메다마치

히타 시의 중심가 마메다마치에 도착했을 때 공기는 습기를 잔뜩 머금고 하늘은 요란했다. 갑자기 어디선가 먹구름이 우르르 몰려왔다. 어둑둑해진 하늘은 공포 영화의 장면처럼 서늘했다. 금방이라도 비를 퍼부을 것 같았다. 이런 희한한 풍경 때문에 더 운치 있었던 마메다마치는 에도시대부터 규슈의 정치, 경제, 문화의 중심지로 번영했던 역사의 거리다.

마메다마치는 건축물들이 옛 모습 그대로 남아 있어 일본의 전통건물 보존지구로 지정되었다. 상인들과 예술가들이 활약하며 번성했던 마을은 거리 곳곳이 여전히 빛나고 있다.     

마메다마치 거리 양쪽에는 단정하고 고풍스러운 건물들이 늘어서 있다.

17세기 에도시대부터 20세기 다이쇼에 건축된 니혼슈(일본 술) 양조장인 군초주조에는 니혼슈의 역사와 주조법을 볼 수 있는 자료관이 있다. 상점도 함께 있어 다양한 종류의 니혼슈를 판매하고 시음도 할 수 있다. 독특한 모양의 술을 담는 술병, 도쿠리와 술잔도 전시하고 판매한다. 사케를 좋아해서 한 잔 시음해 보았는데 다른 지역의 사케보다 알코올 도수가 높고 독했다.

군초주조에서 나와 거리 안쪽으로 더 걸어가면 1669년에 지은 규슈에서 가장 오래된 진종 사원 양식인 조후쿠지와 우리나라의 정로환 같은 환약을 만들어 판매한 약국터, 니혼간까지 역사 깊은 건물이 늘어서 있다.


산으로 둘러싸인 히타에서는 삼나무와 노송나무가 잘 자란다. 삼나무는 히타스기로 불렸다. 삼나무로 게다(일본 나막신)도 만들고 칠기도 만든다. 공예품이 예쁘게 진열된 상점에 들어서니 거대한 게다가 문 앞에 당당히 서 있다. 게다 만들기로 유명한 마을답게 다양한 색상의 게다를 판매하고 있다.

예전의 마메다마치 풍경을 상상해 본다. 기모노를 입은 여인들이 단단해 보이는 나무 신발을 신고 종종걸음으로 거리를 산책했을 모습을.


오래된 건물들이 모여 있는 마메다마치고풍스럽고 단정하고 깨끗하다. 거리 한가운데로 자동차들이 천천히 지나고 있어 마음 놓고 풍경만 감상할 수 없는 게 아쉬울 뿐.    


고즈넉한 강변의 쿠마마치, 미쿠마가와

마메다마치를 나와 온천호텔, 료칸이 있는 쿠마마치로 향한다. ‘물의 마을’ 히타는 규슈 최대의 하천이 흐른다. 미쿠마가와가 마을을 가로지른다. 미쿠마가와를 마주하고 있는 쿠마마치에는 료칸들이 늘어서 있다. 거리는 오래된 흑백사진 같다. 
쿠마마치에서 강 건너편을 바라보면 산 아래로 작은 집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다. 마을 앞에는 잔잔한 강이 흐른다. 마치 엽서 한 장을 보는 듯한 풍경이다. 저녁노을이 물든면 강가의 색채는 황홀하다.


히타 여행에서 가장 기대했던 것은 400년 전통의 낚시법인 가마우지 고기잡이, 우카이를 보는 일. 미쿠마가와에서 우카이를 볼 수 있다. 여름에 행해지는 우카이는 어부가 잘 길들인 가마우지(새)를 강에 띄우고 작은 뱃머리에 횃불을 밝히면 은어가 몰려온다. 가마우지에게는 야속한 일이겠으나 몰려온 은어를 가마우지가 잡으면 어부는 그것을 낚아채서 낚시를 하는 것이다.

미쿠마가와에 떠 있는 야카타부네(놀잇배)에서 저녁식사를 즐기며 가마우지가 고기를 잡는 장면을 볼 수 있다.  
마쓰리(축제)처럼 꼭 그때만 만날 수 있는 풍경이 있다. 우카이가 그렇다. 일본에 우카이를 볼 수 있는 여러 지역이 있지만 시기가 맞지 않아 놓치기 일쑤였다.
여름의 오이타에서 우카이를 만날 수 있다니 여행을 떠나기 전, 료칸우카이를 볼 수 있는 선상 저녁식사도 예약했다.

야카타부네는 노을이 내리는 강으로 천천히 나간다. 깔끔하게 차려진 정식이 차례로 나오고 음식을 즐기며 붉어지는 강의 풍경을 바라본다. 강 한가운데서 배는 멈춘다. 서서히 어둠이 내리면 강 위에 떠 있는 배들은 하나 둘 불을 밝힌다.

사공 두 명이 탄 작은 고기잡이배가 횃불을 밝히며 야카타부네로 다가온다. 고기잡이배에서 한 사람은 노를 젓고, 한 사람은 목에 줄을 맨 가마우지를 강물에 풀어놓는다. 새들이 물속에 머리를 담가 고기를 잡으면 어부가 줄을 잡아당겨  재빨리  낚아챈다.
신기하고 흥미로운 장면에 무더위도 잊고 시간가는 줄 모른다. 어느새 까맣게 어둠이 내린 강변에는 화려한 불빛이 아른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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